LG유플러스, LTE 장비 30%가 화웨이…연계 측면에서 5G도 화웨이로
LG유플러스 “심각한 문제 아냐…보안 만전 기할 것”
미중 무역갈등 속 ‘反화웨이’ 정서 부담

LG유플러스는 국내 이동통신사 중 유일하게 화웨이의 5G 장비를 도입했다.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국내 이동통신사 중 유일하게 화웨이의 5G 장비를 도입했다. ⓒLG유플러스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미국이 반(反)화웨이 전선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 설치된 5세대(5G) 이동통신 기지국 장비 중 화웨이 장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1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국무부는 5G 인프라 구축시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만 사용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이동통신사 중에서는 SK텔레콤과 KT를 ‘신뢰할 수 있는 사업자’로 꼽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LG유플러스를 압박했다.

LG유플러스가 처음 화웨이와 연을 맺은 것은 2013년이다. 당시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롱텀에볼루션(LTE) 망 구축에 이통 3사 중 처음으로 화웨이 장비를 도입했다.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선택한 이유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주파수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2013년 LTE용 주파수로 2.6GHz 대역에서 40MHz를 배분받았고, SK텔레콤과 KT가 1.8GHz 대역에서 각각 15MHz, 35MHz를 받았다. 당시 LG유플러스 측은 “전 세계에서 2.6GHz를 활용하는 통신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간에 우수한 성능을 가진 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 곳은 화웨이뿐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현재 LG유플러스의 LTE 장비 중 30% 정도가 화웨이 장비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LG유플러스는 이통 3사 중 유일하게 5G 장비를 화웨이로 구축했는데, LG유플러스 측은 LTE 서비스와 5G 서비스의 호환성을 높이기 위해 5G 역시 화웨이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2018년 LG유플러스가 화웨이 5G 장비 도입을 결정할 때 이상철 전 부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일부 있는 상황이다. 이 전 부회장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LG유플러스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화웨이 LTE 장비 도입에 앞장섰다. 이후 2017년 3월까지 상임고문으로 있다가 한 달여 만에 화웨이 총괄고문에 취임해 논란이 됐다. 이 전 부회장은 일 년여를 화웨이에서 근무하다가 2018년 7월 고문직에서 물러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화웨이 5G 장비를 도입하는 데 이 전 부회장의 영향력이 없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은 反화웨이 전선에 한국도 적극 동참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미국은 反화웨이 전선에 한국도 적극 동참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미국은 화웨이 장비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동맹국에게 사용하지 않을 것을 촉구하고 나선 상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달 SK텔레콤과 KT를 언급하면서 전 세계의 통신회사가 화웨이와 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대응하고 있다.

이혁주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7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국무부의 발언 내용은 언론 보도가 되기 전에 알고 있었다”며 “국내에서는 깜짝 놀랄 정도의 톤으로 보도돼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대단히 보편적인 수준에서 전략적으로 취하고 있는 내용을 얘기한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장비 도입과 관련해서는 지난해부터 논의를 진행해왔고 그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얘기됐다고는 느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고객 서비스나 우려하고 있는 보안 문제와 관련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여러 대안을 갖고 생각을 하고 있으며, 사업 운영 효율성과 고객 서비스 관점에서 문제가 없도록 진행돼야 한다는 기본 가정을 두고 업무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LG유플러스에 대한 고객들의 불안감은 떨칠 수 없는 노릇이다. 이 전 부회장은 물론 하현회 현 부회장도 보안 우려에 대해 “검증받겠다”고 말한 바 있으나 구체적인 결과를 발표한 적은 없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정부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7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5G에 보안문제가 있는 지 계속 체크하고 있고, 5G 보안위원회가 있어서 기본적인 문제점, 만족해야 하는 부분들을 보고 있다”면서도 “기업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LG유플러스가 이미 설치한 화웨이 장비를 다른 업체의 장비로 교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미 광범위하게 설치돼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처음 화웨이 장비를 도입할 때 한국 정부는 물론 미국 정부의 반대에도 강행했다”며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