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두' 개의 검찰개혁이 있어
-하나는 시민사회가 동의했고, 나 또한 찬성했던 검찰개혁. 이건 오래 전에 실종
-검찰개혁은 어느새 조롱의 밈으로 전락

[시사포커스 / 정유진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검찰개혁 좀 제대로 하자'는 주장을 실은 칼럼을 소개하면서 "정권에서 하는 이른바 '검찰개혁'의 허상을 조목조목 잘 짚었다"며 꼭 읽어보길 권했다.

금태섭 전 의원의 "검찰 개혁 제대로 좀 합시다"를 소개하며 검찰개혁의 허상을 조목 조목 잘 짚었다며 꼭 읽어보길 권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시사포커스DB
금태섭 전 의원의 "검찰 개혁 제대로 좀 합시다"를 소개하며 검찰개혁의 허상을 조목 조목 잘 짚었다며 꼭 읽어보길 권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시사포커스DB

진중권 교수는 24일 페이스북에 "금태섭 전 의원의 글"이라고 소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진 교수는 사실 '두' 개의 검찰개혁이 있다면서 "하나는 시민사회가 동의했고, 나 또한 찬성했던 검찰개혁. 이건 오래 전에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VIP 숙원사업으로서 검찰개혁"이라면서 "친문실세도 아닌  추미애 앞에서 국방장관까지 설설 기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버전의 검찰개혁은 어느새 조롱의 밈으로 전락했다"고 비꼬면서 "권력에는 손도 못 대게 하고, 총장을 겨냥한 재탕, 3탕 사건에는 특수부를 동원할 거"라고 전했다.

이어 "검찰개혁은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개악으로 귀결됐지만, 그럼에도 정치적으로는 뭔가 제도적으로 마무리 지었다는 외형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중권 교수는 "그래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공수처를 출범시키려고 저 난리를 치는 거"라고 분석했다.

한편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SNS에 '검찰개혁 좀 제대호 합시다'는 칼럼을 쓰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금태섭 전 의원은 "검찰개혁이라는 구호가 난처한 상황을 모면하는 핑계거리로 남용되고 있다면서 검찰개혁을 방해하려는 세력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이견이 있어도 말하지 말고 입닥치고 있으라고 한다"고 밝혔다.

금 전 의원은 "개혁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검찰개혁이 지지부진한 훨씬 더 주요한 원인은 조악한 개혁안을 조급하게 밀어붙이는 경험부족과 미숙함, 오만 정이 떨어지게 만드는 노골적인 편향인사,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편에게 유리할 때는 검찰의 힘을 한껏 이용하다가 우리편이 수사를 받게 되면 말을 180도 바꾸는 내로남불과 불공정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것들이 개혁의 정당성과 동력을 잃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개혁은 중요한 과제"라면서 "지금처럼 비판의 목소리를 틀어막는 구실이나 핑계로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그런 취지에서 쓴 글"이라고 소개했다. 

[금태섭 전 의원의 '검찰개혁 좀 제대로 합시다' 전문]
검찰개혁’은 마법의 주문이다. 무슨 공격을 당하든 맥락과 상관없이 “지금 검찰개혁이 시급한데 왜 이러십니까”라고 하면 답변이 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언행불일치를 지적하면, “우리가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검찰개혁이 중요해서 가만히 있는 겁니다”라는 반박을 듣는다. 현직 법무부 장관 아들의 병역 문제와 관련해서도, “추미애가 무너지면 검찰개혁이 날아가고, 결국 문재인 정부 위기로 간다”라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언론에서도 은연중에 조국 전 장관이나 추미애 장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검찰개혁을 중시하는 사람이고, 비판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검찰개혁보다는 다른 가치를 더 중요하게 보는 사람이라는 구분을 한다. 일각에서는 심지어 개혁에 저항한다고 몰아붙이기도 한다. 나는 이런 논리가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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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요란하게 시작한 검찰개혁이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적폐청산 당시 검찰에 막강한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개혁의 첨병이 된 검찰은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을 구속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검찰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다가 갑자기 축소하려고 들면 당연히 반발에 부딪힌다. 조국 전 장관만 해도 적폐청산이 한창이던 민정수석 시절에는, “검찰이 잘하고 있는 특별수사 등에 한하여 검찰의 직접 수사를 인정”한다고 발표했다가 막상 본인이 수사를 받게 되자 특수부를 폐지하려고 해서 앞뒤가 안 맞는다는 냉소를 받은 것이다. 특수부 검사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이 정부 초기에 법무부, 검찰 요직을 독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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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다른 목적을 위해 검찰개혁을 이용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몇 달 앞둔 2017년 말경, 법사위 민주당 간사로 일하던 나는 청와대 인사로부터 그해 말까지 공수처법을 통과시켜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확보한 지금과 달리 여당이 과반수도 되지 않았던 그때는 야당의 동의 없이는 법 통과가 불가능했다. 나는 그 인사에게 야당 의원들을 찾아가서 설득해야 하고 야당에도 실적이 되는 방식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그때 그분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한 말이 정말 잊히지 않는다. “우리도 바보가 아닙니다. 올해 안에 통과가 안 될 것도 알아요. 그러나 공수처법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야당은 반대하는 모습이 되면, 우리는 개혁세력으로 보이고 저쪽은 수구세력으로 보일 것 아닙니까? 그러면 지방선거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죠.” 솔직히 말하면 나는 검찰개혁을 입에 달고 사는 분들이 진짜 개혁을 하고 싶은 것인지 혹은 다른 마음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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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담당자들의 무능이다. 정부 출범 당시 검찰개혁 업무의 사령탑인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은 둘 다 교수 출신이 임명됐다. 법 이론에 대해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검찰 실무나 인사 문제에 있어서는 경험이 거의 없는 분들이었다. 그러다보니 구체적인 개혁 방안이 조악한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현재의 수사권조정안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될지 의문이 든다. 검찰 인사는 개혁의 대상인 검사들이 좌우하다시피 했다. 여권의 신뢰를 한 몸에 받던 윤석열 중앙지검장이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진위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그와 친한 사람들이 인사에서 약진한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전문성에서 상대가 안 되는 사람들이 개혁의 주도권을 쥐었으니 잘될 리가 없다. 교수 출신 민정수석을 임명한 뒤에 왜 법무부 장관에도 교수를 기용했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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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현직 검사 시절 언론에 검찰개혁에 관한 글을 기고했다가 쫓겨나다시피 검찰을 나온 이후 15년 가까이 줄기차게 검찰개혁을 주장해왔다. 검찰개혁이라는 말이 정부에 대한 비판이나 난처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구실이나 핑곗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고위 공직자의 윤리 문제에 대한 지적이 검찰개혁을 저지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구체적 정책에서 정부안에 찬성해야만 개혁적이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 모두는 개혁을 원한다. 남아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제발 검찰개혁 좀 제대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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