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사 시총 합쳐야 카카오뱅크와 엇비슷한 수준
금융당국의 주가 부양 정책 중단 권고에 수장들 고민 깊어져

사실상 3연임이 확정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사실상 3연임이 확정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주가가 좀처럼 상승세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3월경 바닥을 찍은 후 반등하긴 했지만 작년 12월 중순 고점과 비교하면 평균 30%씩 하락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18일 종가 기준 2만8350원으로, 작년 연말과 비교해 38%나 하락했다. KB금융지주는 3만7750원으로 다른 금융지주사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역시 25% 하락했다. 우리금융지주(8410원)와 하나금융지주(2만8150원)도 각각 31%, 28% 하락했다.

최근 KB금융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된 윤종규 KB금융 회장도 “주가가 참담한 수준”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윤 회장은 “한국 경제와 금융에 대한 걱정과 함께 언택트 시대를 맞은 전통적 금융회사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반영된 것”이라며 “다양한 금융 포트폴리오로 방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지주사들도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금융지주의 수익성이 점차 하락하고 있지만 대출 규모는 늘고 있어 자본비율이 악화될 위기에 처하자 금융당국이 “자본을 확보해 건전성에 대비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하나금융의 중간배당, 신한금융의 배당성향 확대 예고 등에 대해 금융당국이 자제해 줄 것을 요구해 자사주 매입, 배당금 지급 등 직접적인 주가 부양 정책을 펼치기 힘든 상황이다.

금감원이 15일 발표한 ‘2020년 상반기 금융지주회사 경영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금융지주사 10곳의 연결총자산은 7.4%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11% 감소했다. 대출규모가 늘었지만 그에 따른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판 뉴딜 정책에 신한금융이 26조원, KB·우리·하나금융이 각 10조원씩을 지원하기로 해 비용 부담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지주사들이 어떤 전략으로 주가를 부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이 4대 금융지주 시가총액의 합과 비슷한 수준이다. ⓒ뉴시스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이 4대 금융지주 시가총액의 합과 비슷한 수준이다. ⓒ뉴시스

◆카카오뱅크, ‘따상’ 기대감에 장외 주가 훌쩍…4대 금융지주와 어깨 나란

반면 아직 상장도 하지 않은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높은 기대감에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장외 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주당가격은 12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근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가 IPO 대박 행진을 이어간 것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발행주식수는 3억6059만주로, 시가총액을 단순 계산할 경우 43조5000억원 수준이다. 18일 종가 기준 4대 금융지주의 시가총액 합계가 43조75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엇비슷한 규모다. 카카오뱅크 측은 구체적인 상장 일정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연내에는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주가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 증권가는 카카오뱅크의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을 10조원 아래로 보고 있는데, 잠재력은 높지만 다른 시중은행 수준으로 성장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성장 잠재력은 높지만 다른 시중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은행이라는 규제의 테두리 안에 있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신규 대출을 취급하기 위해서는 신규 자본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궁극적으로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 희석을 일으킬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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