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자찬 정부와 맹목적 비호 나선 여당…당내 반대 목소리엔 ‘몰매’

(좌로부터) 문재인 대통령, 정세균 국무총리,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우)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청와대
(좌로부터) 문재인 대통령, 정세균 국무총리,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우)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청와대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제 정권 후반기로 접어든 데다 정국 상황도 뜻한 대로 풀리지 않고 있어 여유를 잃었는지 집권여당에선 정치적 부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연일 무리수를 두는 발언을 쏟아낼 만큼 문재인 정부를 비호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고, 정부 역시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낙관적 전망만 펼치거나 과거 정권과 비교하는 기존 행태만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대로 내부에서 ‘쓴 소리’가 조금이라도 나오려 하면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듯 같은 당 의원에게도 맹렬한 비난을 퍼붓고 있는데, 결국 이는 과거에 비해 한층 위기, 압박감을 느낄 만큼 현 정권이 불안정해졌다는 반증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문 정부, 부동산·재정상황 등 ‘아전인수’ 해석에 前 정부 ‘탓’까지

코로나19 재확산을 계기로 줄곧 위기상황임을 강조해온 데 반해 이번 대정부질문 기간 동안 문 정부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데 있어선 아주 관대하거나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으며 자화자찬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7조가 넘는 4차 추가경정예산도 전액 국채를 통해 조달하는 수준인데다 국회 예산정책처까지 지난 16일 내놓은 ‘2020년도 제4회 추경안 분석’ 보고서에서 올해 적자국채가 100조 원선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는 상황임에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날 오후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가채무나 재정수지 등 재정건전성 절대규모 측면에서 다른 선진국에 비해 굉장히 양호하고 여력이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한국판 뉴딜펀드에 대해서도 “프로젝트 성격상 손실이 날 가능성은 굉장히 적을 것”이라고 낙관하면서 “이 제도는 국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다음 정부에서도 지속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으며 같은 날 정세균 국무총리는 한국판 뉴딜을 전 정부 시절 창조경제와 비교해 묻는 질의에 창조경제를 ‘전혀 성공하지 못했다’고 규정한 뒤 “레벨이 완전히 다른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이 뿐 아니라 정부에선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서도 본말 전도된 듯한 입장을 쏟아내고 있는데, 수도권에 적용되던 사회적 거리두기 수위를 2.5단계에서 2단계로 하향 조정하면서 지난 14일 문 대통령이 “장시간 영업 중지와 제한으로 생계 위협에 직면한 분들에게 무작정 희생만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 방역 조치를 조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었다”고 방역보다 경제 상황을 우선 감안했다는 취지로 발언했음에도 정작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한국을 ‘코로나19 100대 안전국가’ 3위로 꼽은 보도내용을 내세워 “코로나19안전 우수국가들이 상대적으로 경제적 피해를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으며 엇박자를 내기도 했다.

심지어 정 총리까지 지난 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정부가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를 실시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대한민국 수출의 4분의 1이 중국으로 가고 수입의 5분의 1이 중국으로부터 온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참 잘했다고 자평한다”고 역설했는데, 앞서 코로나 확산을 저지하겠다며 경제적 악영향을 감수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한 주 더 연장했던 모습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정 총리는 17일 마지막 대정부질문에서도 거듭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점을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지적 받자 “처음에 완전 국경 봉쇄했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됐겠나. 사실 좋은 얘기만 듣고 책임 안 지려면 방역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응수한 데 이어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로 확진자 수가 적게 나온 대만, 몽골 등 중국 인접국 사례를 들면서 ‘입국금지한 나라는 비즈니스 전면 중지 됐나’라고 김 의원이 지적한 데 대해서도 정 총리는 “이제 힘들죠”라고 강변했는데, 정작 아시아개발은행이 지난 15일 발표한 2020년 아시아 역내 경제 전망 수정치에 따르면 대만의 경우 지난 6월 전망치였던 0.8% 그대로 플러스 성장이었던 데 반해 한국은 –1.0%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지난 8·15광화문집회에 코로나19 재확산 책임을 물었던 정 총리는 정작 정부가 특별여행주간이나 8·17임시공휴일 지정 등으로 코로나 확산을 부채질했다는 김 의원의 지적이 나오자 “코로나는 전파가 시작되면 4~5일부터 일주일 사이에 가장 왕성하게 전염시킨다. 숫자가 늘어났으면 벌써 그 일주일 전이나 열흘 전부터 전파가 이뤄져서 그렇게 된 것”이라며 “확진자 늘어난 것은 ‘8월 12일’부터 늘어난 것이고, 임시공휴일은 그 훨씬 전에 지정했다. 만일 그때 엄청나게 늘었다면 취소했는데 그런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취소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비단 코로나 방역 외에도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정부 반응 역시 별 다를 게 없어 문 정부 출범 이후 3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이 43% 올랐음에도 정부는 이보다 상승률이 낮은 매매가격지수 상승률(14%)만 강조하고 있는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6일 대정부질문에서 국가 승인 통계를 인용해 “정부 대책으로 부동산 상승세가 멈췄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달 7일 기준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서울아파트값 주간 변동률은 0.35%로 정부 대책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인 6월 초에 비해 여전히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고, 부동산114 등 다른 민간통계 기준으로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이 멈추지 않은 것으로 나와 정부가 유리한 자료만 바라보려는 확증편향에 빠져있단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데, 그럼에도 김 장관은 자성은커녕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계승됐다면 부동산 시장이 더 안정화됐을 것”이라고 이전 정권을 탓하는 모습만 보여줬다.

◆ 청와대도 확증편향 빠져 자화자찬…언론 지적 나오자 ‘발끈’

이처럼 입맛에 맞는 자료만 앞세워 자화자찬하는 기조는 청와대 역시 정부와 한 치도 다를 게 없었는데,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우리나라가 미국 사회발전조사기구가 발표한 2020사회발전지수 조사에서 163개국 중 17위로 나타났는데, 살기 좋은 나라 17위의 성적표로 2014년 이후 최고 순위”라며 정부 치적임을 강조했을 뿐 아니라 앞서 지난달 11일에도 “OECD 37개 회원국 중 경제성장률 1위”라며 적극 홍보에 나선 바 있다.

그러다가 청와대 홍보가 나온 지 불과 한 달 만에 OECD의 경제 전망치가 미국, 중국 등을 비롯한 주요국의 경우 대체로 상향 조정된 반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0.2%P 하향 조정돼 빈축을 샀는데, 언론의 냉소적 반응에 강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가 머쓱하다고 비난한 언론도 있는데 이게 왜 자화자찬인지 모르겠고 머쓱할 일도 없다”고 즉각 날선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강 대변인은 “우리가 칭찬한 게 아니라 OECD가 발표한 내용을 알려드린 것”이라며 여전히 OECD 전체 국가 중 성장률 1위임을 재차 강조했는데, 급기야 ‘코로나19가 모든 나라의 경제를 짓눌렀다. 한국만 빼고’란 제목의 한 외신 기사까지 소개하면서 “미국 –3.8%, 일본 –5.8%, 독일 –5.4%로 우리보다 성장률 전망치가 높은 나라는 없다. 문 대통령과 정부는 OECD 1위란 순위에 들뜨거나 안주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사실을 소개만 하는 정도란 청와대 입장과 달리 쓴 소리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조차 일부 감췄다가 논란이 일자 검토 중이었다며 뒤늦게 공개할 만큼 귀를 막고 있는 게 현실인데, 일례로 감사원이 17일 밝힌 대통령 직속 균형발전위원회 감사 결과에 따르면 지역현안 수렴 목적으로 지난 2018년 설치된 ‘국민소통특별위원회’의 경우 여태 위원만 위촉했을 뿐 1기와 2기 모두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여당은 ‘정부 두둔’ 몰두…당내 苦言엔 지지층 몰려가 맹폭

국민의힘 최승재 원내부대표와 배현진 원내대변인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안과에서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과 윤미향 의원의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국민의힘 최승재 원내부대표와 배현진 원내대변인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안과에서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과 윤미향 의원의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렇듯 청와대와 정부 모두 불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집권여당마저 고언은커녕 거수기를 자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 심각한데, 그 중에서도 정치권 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특혜 의혹과 관련해선 이른바 ‘검찰개혁’ 추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엄호에 나서고 있다.

추 장관 측 보좌관이 군에 전화했다는 의혹에 ‘식당가서 김치찌개 시킨 것을 빨리 달라 하면 청탁이냐’던 정청래 의원의 발언이나 추 장관 가족이 국방부 민원실에 휴가연장 관련 전화를 했다는 의혹에 ‘동사무소 전화도 청탁이냐’던 윤건영 의원의 발언 정도는 애교에 불과하고, 우상호 의원은 아예 “카투사 자체가 편한 군대라 논란은 의미 없다”고 강변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결국 고개를 숙였으며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발의했었던 황희 의원은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을 최초 폭로한 공익신고자의 실명을 공개하고 ‘단독범’이라고까지 표현했다가 17일 국민의힘이 징계안을 제출하면서 국회 윤리특위의 심사를 받게 됐다.

특히 황 의원의 ‘단독범’ 발언엔 금태섭 전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관에게 불리한 사실을 주장한다고 해서 20대 청년에게 단독범이란 말을 쓰다니 제정신인가”라고 일침을 가한 데 이어 같은 당 박용진 의원도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황 의원의 발언을 “옳지 않다”고 비판했을 만큼 여당 내에서마저 일부 비판적 반응이 나왔는데, 한 발 더 나아가 박 의원은 추 장관 아들 논란에 대해서도 “의혹 자체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내놨고, 이들과 함께 ‘조금박해’의 일원인 조응천 의원도 지난 14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그냥 묻고 넘어갈 단계는 넘어섰고, 있는 그대로 다 까고 빨리 결론 내리는 게 답”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그렇지만 여당 소속임에도 눈치를 살피지 않고 내놓은 ‘소신 발언’에 오히려 친문 지지층은 이들의 SNS로 몰려가 ‘국민의힘으로 가라’는 등 온갖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데, 단지 지지층 뿐 아니라 당 차원에서도 자성적 발언보다는 연일 무리수를 두는 막말까지 불사하며 추 장관 엄호에 집중하고 있다.

급기야 16일엔 홍영표 의원이 서욱 국방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추 장관 의혹과 관련해 질의하려는 야당 의원들을 겨냥 “쿠데타 세력이 국회에 들어와 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발언해 군 출신 의원들이 청문회 도중 퇴장하는 사태가 일어나기에 이르렀고,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에서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를 “나라를 위해 몸 바치는 게 군인의 본분이란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한 것”이라고 안 의사에 빗대 감쌌다가 역풍을 맞았다.

부적절한 비유였다는 질타가 야권에서 쏟아지고 해당 발언이 구설에 오르자 민주당은 관련 내용을 일부 삭제하고, 뒤늦게 박 원내대변인도 “물의를 일으켜 유감을 표한다며 사과 입장을 내놨지만 무작정 앞뒤 가리지 않고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내며 추 장관 결사옹위에 나서고 있는 현재 여당의 행태에 비추어 당내 쓴 소리는 무시한 채 정권 보위에만 힘쓰다가 탄핵으로 무너졌던 과거 정권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 어린 시선도 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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