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기본대출권은 저신용등급자의 대출을 납세자가 갚도록 하는 것
이재명 주장은 “사회주의의 2020년형 표현법”으로 금융시스템 망가뜨려
금융은 경제의 혈맥...사회주의국가 경제는 금융기능을 무시해 파멸의 길
금융당국까지 신용시스템 망가뜨리겠다는 발상... 은행들만 살찌우는 꼴

“저신용자가 빚을 갚지 못하면 국가가 대신 부담하면 된다. (이재명 경기지사)”

“신용대출 금리는 높이고 한도는 줄이되 그 대상은 큰 고신용등급자들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

대한민국 금융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들만한 뉴스가 잇따라 전해지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 금융에 조금이라도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뉴스를 보고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이쯤 되면 막 나가자는 거지요?”라는 말이 떠올랐다. 막가파란 ‘막무가내로 언동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데, 지금 대한민국은 막가파들이 마구 설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막가파들이 인기 정치인이 되고, 막가파들이 금융 감독기관에서 일하는 게 과연 정상적인 사회일까?

‘경제 원리에 반하는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기로 유명한 이재명 경기지사. 그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복지국가라면 서민의 금융위험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미상환에 따른 손실은 국가가 부담해 누구나 장기저리대출을 받는 복지적 대출제도(기본대출권)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대출 이자를 10%로 제한하면 국가가 책임져야 할 미상환에 따른 손실도 최대 10%가 넘지 않으며, 저신용자들이 불법대출시장으로 내몰리면 ‘불법사채무효화법’을 제정해 막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재명 지사의 ‘기본대출권’ 주장은 한마디로 금융시스템을 아예 망가뜨리자는 이야기나 다름이 없다. 금융기관의 대출은 신용도에 의해 결정되고 ‘고신용도(저위험)-저금리, 저신용도(고위험)-고금리’의 원칙에 따라 운용된다. 저신용자들의 빚을 국가가 대신 갚아준다는 것은 국민 세금으로 갚는다는 의미다. 대출을 쓰는 사람과 대출을 갚는 사람이 달라진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대출을 대신 갚아주는 ‘선량한 국민(납세자)’는 사실상 날벼락을 맞게 되는 셈이다. 거기에다가 근본적으로 법을 무시하는 불법자들을 법(불법사채무효화법)으로 막는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재명 지사의 막가파식 발언이 얼마나 기가 막혔든지 막말이라면 대표선수급에 해당하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비난하고 나섰다. (송영길 의원은 “주한 유엔군사령부는 족보도 없다”는 말로 유명하다)

송영길 의원은 “이 지사의 제안대로라면 금융기관은 고신용자와 저신용자를 구분하고 대출받는 사람들의 신용도를 따져 이자율을 다르게 책정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은행권 직원들만 찾는 익명 커뮤니티에도 어이없다는 반응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렇게 되면 우린 그냥 대출 막 해주면 되나요?”

“저소득자들을 지원해준다고 해도 물가에 맞춰 최저생계비를 올려줘야지 대출받을 권리를 줘야 한다니... 상한 대게를 많이 잡쉈나?”

“기본이 아주 만능 단어네. 사회주의적 배급의 2020년형 표현법”

이재명 지사는 부작용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국민의 선의를 믿는다. 국민들은 다 갚으려 노력한다. 어쩔 수 없는 사람이 능력이 안 돼 못 갚는 것이다. 수억 원씩 빌려주자는 것은 아니고 1,000만 원 정도의 일정금액으로 제한하면 된다.”고 말을 정정했다.

이재명 지사의 추가 설명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금융권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모두 안다. 대출을 해줄 때 믿을 것은 신용도와 담보이지 사람의 선의(善意)가 아니라는 것을... 과거에 보증을 잘못 서서 인생이 망가진 분들이 참 많았는데, 그들은 대부분 대출을 받는 사람의 선의를 믿었다가 낭패를 봤다. (금융당국은 그래서 인(人)보증 제도를 없앴는데 과연 이재명 지사는 그런 금융의 역사를 알고는 있는 것일까?)

이재명 지사 못지않게 금융감독당국도 묘한(?) 일을 벌이는 것 같다. 금융감독원은 14일 주요 5대 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과 화상회의를 열었는데,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 중 하나가 고액신용대출에 대해 금리를 높이자는 것이었다. 신용대출 금리는 높이고 한도는 줄이되 그 대상은 고신용등급자들로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달리 표현하면 금융감독당국이 금융의 시장기능을 없애자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은행 대출금리는 신용등급에 따라 달라진다. 2018년 기준으로 1등급의 불량률(연체율)은 0.06%, 2등급의 연체율은 0.20%인 반면 9등급(14.48%) 10등급(37.04%)은 매우 높다.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은 돈이 떼일 염려가 적으니 낮은 금리를 적용해도 은행에 이익이 되고,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은 돈을 떼일 염려가 높으니 높은 금리를 적용해도 은행에 손실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금융당국의 조치는 결국 ‘부자와 고소득자에 대한 대출’을 규제하자는 것인데, 그게 현실화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분명해진다. 은행은 고신용등급에 받는 이자율을 높이면 이익이 개선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그렇다고 줄어든 대출이 저신용등급자들에게 풀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한도에 맞춰 마이너스 통장을 최대한도로 설정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금융시스템은 왜곡시키는 상태에서 은행만 도와주는 꼴이 되는 셈이다.

다시 한 번 얘기하면 금융은 ‘저위험-저금리, 고위험-고금리’의 원칙 하에서 제 기능을 발휘한다. 금융의 기능 가운데 하나가 ‘자원의 효율적 배분기능’인데, 이는 자원을 잘 활용해 신용도가 높은 기업(사람)에게 더 돈을 몰아주고 그렇지 못한 부실기업(사람)에게 대출을 억제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

금융의 원칙을 위반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역사적으로 전례가 있다.

소련 계획위원회의 지도자 중 한 명인 코발레프스키는 1926년 발표한 글에서 “화폐유통은 자연적 교환으로, 즉 생산물의 직접적 배분으로 대체됨으로써 점차적으로 사라질 것이다.”라고 밝히면서 금융(돈)의 배분도 국가가 정하도록 했다. 그 결과 많은 돈이 정치적 의도에 따라 제멋대로 쓰였으며 이는 수많은 부실기업을 양산하고 결국 경제를 망가뜨렸다. 중국에서도 비효율적인 수많은 기업들이 정치적 금융지원을 받아 연명하면서 국가경제를 망가뜨렸는데, 이는 시장경제가 도입된 이후에야 점차 개선될 수 있었다.

흔히 금융은 ‘경제의 혈맥’으로 불린다. 금융시스템을 망가뜨리는 것은 경제의 혈액순환을 엉망으로 만들고 결국 경제를 망치자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런데도 이재명 경기지사나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금융을 엉망으로 만드는 막가파식 주장을 펼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많은 국민들이 막가파들의 주장이 갖는 진정한 의미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막가파들의 주장에 현혹된 국민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필자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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