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외교는 훌륭하다”던 스가, 전체의 70% 득표하며 경쟁자 제치고 압승

스가 일본 신임 총리의 모습. ⓒ뉴시스
스가 일본 신임 총리의 모습.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일본의 새 총리로 스가 요시히데 후보가 선출되면서 ‘포스트 아베’ 체제 출범이 향후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아베 정권 하에서 관방장관 역할을 충실히 맡아온 인물이었던 만큼 사실상 아베 총리 때와 거의 변함없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민당 선거관리위원회는 14일 오후 도쿄 그랜드 프린스 호텔에서 진행된 자민당 소속 의원과 지방 당원의 총재 선거 투표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미 여당인 자민당 내 7개 파벌 중 5개 파벌로부터 지지를 받아온 스가 요시히데 후보가 전체 534표 중 70%를 얻으면서 예상대로 압승했으며 경쟁자인 기시다 후미오 후보는 89표, 이시바 시게루 후보는 68를 얻는 데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12년 12월 아베 정권 출범 이후 7년 8개 간 재임하며 역대 최장수 관방장관이란 기록도 세웠던 스가 신임 총리는 앞서 이날 오전 관방장관으로서 마지막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외교 자세가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미(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폭넓고 안정적인 관계를 각국과 구축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답변했는데, 그는 전날 일본기자클럽 주최 자민당 총재 후보 토론회에서도 “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아시아 국가들과 확실히 관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비슷한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중국과도 어려운 문제는 있지만 의사소통 하겠다”고 덧붙였는데, 다만 “아베 총리의 정상 외교는 정말로 훌륭하다”고 강조한 데 이어 “(외교에 대해 아베 전 총리와) 상담하면서 가겠다”고 밝혀 향후 한일관계에 있어 아베 총리 때와 달라질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앞서 지난 6일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스가 총리는 강제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일청구권협정을 들어 “여기에 한일관계의 기본이 있는 만큼 이를 고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역설한 점도 이런 기조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데, 심지어 그는 지난 2014년 1월 중국에 안중근 기념관이 개관한 데 대해 “우리나라의 초대 총리를 살해, 사형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라고 반응하거나 지난 2018년 8월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피해자 입장에서 해결하라고 촉구하는 보고서를 내놓은 데에도 “일본 정부 설명을 고려하지 않아 유감”이라고 발언한 바 있어 한일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그동안의 스가 총리 발언은 일본 정부 대변인 역할이란 입장에 서서 나온 발언이기에 확대해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일각에선 제기하고 있는데, 이날 “내 나름의 외교 자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형’ 외교 자세를 관철하고 싶다”고도 강조한 그가 신임 총리로서 장차 문재인 대통령과 어떤 한일관계를 만들어나갈 것인지 벌써부터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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