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 중단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도 패널 공급 불가
“장기적 관점에서는 수익성 개선” 긍정 전망도

미국이 내일부터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효한다. ⓒ뉴시스
미국이 내일부터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효한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미국 정부가 중국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를 내일부터 진행한다. 미국은 지난 5월 화웨이가 설계한 반도체에 대한 생산에 대해서만 제재를 가했지만 이번부터는 D램·낸드플래시를 비롯한 사실상 모든 반도체가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을 사실상 금지한 것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5일부터 미국 기술을 활용해 생산된 물품을 화웨이 및 화웨이 자회사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미 상무부의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주요 기업의 수출에 차질이 발생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화웨이향 매출 비중을 약 3%(7조원)로, SK하이닉스의 경우 약 11%(3조원)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은 화웨이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고, 삼성전기도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을 납품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 상무부에 화웨이에 대한 수출 특별 허가를 요청한 상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반도체를 많이 사가는 큰 손(화웨이)의 손발이 묶이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에 당장 올 하반기 반도체 수요에는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며 “화웨이의 재고가 소진되는 내년 중반 이후에는 또 다른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질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대체 수요처를 확보한다면 타격은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예상도 점쳐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매출이 일시 하락하는 대신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이 오포, 샤오미 등 미국의 제제를 받지 않는 다른 중국 업체나 삼성전자 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돼, 화웨이의 반도체 물량을 이들이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웨이로 인해 수요가 둔화될 수 있으나 다른 스마트폰 업체들이 수요를 늘릴 것”이라며 “중국 내에서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 중국 외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판매 확대로 인한 메모리 수요 증가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오히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경쟁 중인 화웨이의 사업 위축으로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IBM이나 엔비디아, 퀄컴 등의 업체로부터 대규모 수주를 따왔으며,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과 8조원대 5G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맺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또한 화웨이는 주로 중국 업체들이 생산한 디스플레이 패널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의 영향은 미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의 경우 화웨이 공급량이 많지 않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9일 보고서에서 “화웨이는 재고 소진이 예상되는 2021년 1분기부터 신제품 생산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사실상 폐업 수순”이라며 “화웨이 퇴출 관련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