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장관의 아들 병가 논란... 청탁이 재촉으로 둔갑
부동산값 고공행진에 정부 관계자들은 ‘부동산 안정’이라 우겨
세금 펑펑 써대고 빚은 늘어나는데 ‘국민지원’이란 말로 생각
"정치라는 바로잡는 것"인데 감언이설과 교언영색이 판치는 세상

“언어의 한계는 생각의 한계이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명언이다. 인간은 언어의 존재이고, 생각의 존재이다. 언어가 혼탁해지면 생각이 혼탁해지고, 생각이 혼탁해지면 세상이 혼탁해진다.

언어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전설이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이다. 인간들이 바벨탑을 높이 쌓아 신에게 도전하려고 할 때 신은 사람들의 언어를 서로 다르게 찢어놓았다. 사람들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않으니 더 이상 작업을 진척시킬 수 없었고, 결국 산지사방으로 흩어졌다. 인간 사회가 와해된 주요인이 언어였던 셈이다.

세상을 혼탁하게 만드는 사람들은 대체로 언어를 어지럽힌다. 온갖 감언이설과 교언영색으로 사안의 본질을 흐린다. 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사람들은 혼탁한 언어의 늪에서 자신의 상식이나 판단력을 믿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바벨탑을 만들었던 사람들이 맞이한 운명처럼 사회 전체가 갈팡질팡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의 집권 4년째를 맞아 언어가 극도로 혼탁해졌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기 십상인 세상이 됐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아들 서모씨의 병가 논란을 놓고 연일 정치권이 뜨거운 가운데, 묘한 언어로 사안의 본질을 흐리려는 인물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정청래 민주당의원은 추미애 법무장관 보좌관의 군부대 전화 논란을 놓고 “식당에서 김치찌개 시킨 것을 빨리 달라고 한 게 청탁이냐”고 말했다. 일반 서민들은 자녀가 군복무중일 때 함부로 전화를 못하지만,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빨리 달라고 재촉할 수는 있다. 근본적으로 군복무는 국민의 의무이지만 식당에서 김치찌개는 손님의 권리로서 본질이 전혀 다른데도 정청래 의원은 이를 섞어찌개로 만들어 버렸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당장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은 평소에 식당에서 김치찌개 시켜먹듯이 청탁을 하나 보다. 청탁이 재촉이 됐으니 재촉은 청탁이 돼야겠죠. 가령 ‘가을을 청탁하는 비”라고 비꼬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23차례 부동산정책 덕분에 ‘집값 안정’이라고 말한다. 지금 수도권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높아진 상태다. 하늘 높이 올라간 집값이 여전한데 그걸 안정이라고 하니 사람들이 어리둥절해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심지어 ‘특이한 부동산 거래’만 콕 집어 얘기하면서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식의 화법을 구사했다.

수도권에서 지금 집값은 여전히 고공행진중인 상황에서 전월세 가격은 급속도로 치솟고 있다. 그나마도 전세 물량은 씨가 마를 정도인데, 문재인 정부의 정치인과 관료들은 ‘부동산 안정’이라고 우긴다.

문재인 정부는 해마다 정부 예산을 늘렸고 내년 예산도 556조원으로 편성했다. 나랏돈을 자신들의 지갑에 들어있는 돈인 냥 펑펑 써대면서 생색을 낸다.

급기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청와대 간담회에서 13세 이상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일괄 지급하는 방안을 요청했다. 대략 9천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생각있는 국민들은 이낙연 대표의 생뚱맞은 행보에 혀를 찬다.

나라 예산은 문재인 대통령이나 이낙연 대표, '한국의 차베스' 이재명 경기지사 같은 사람들의 통장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모두 국민의 세금이나 미래에 갚아야 할 빚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의 사람들은 ‘어려움에 빠진 국민에게 지원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그러면서 내년 나라빚(결국 국민부담)이 945조원으로 늘어난다는 얘기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예산은 세금이고, 무상지원은 세금지원이며, 예산확대는 세금증가’라는 명백한 사실을 가급적 감추는 게 현 정부의 구성원들 몸에 배어 있다.

인류언어학자인 워프는 “언어가 우리의 행동과 사고의 양식을 결정하고 주조한다.”고 말했다. 언어라는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는 만큼, 올바른 언어의 사용이 세상을 제대로 보는 눈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뒤틀린 언어는 세상을 삐뚜름하게 보도록 만드는 데 현 정부가 사용하는 언어들이 지금 그렇게 뒤틀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대한민국이 병들어간다.

공자는 자로라는 제자가 정치를 한다면 무엇을 먼저 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반드시 명을 바로 잡겠다.(必也正名乎, 필야정명호).”고 말했고, “정치란 바로잡는 것이다(政者正也, 정자정야).”라고 답변했다. 모든 명(名. 개념)에는 그에 알맞은 실질적인 의미가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비춰볼 때 불의가 정의로 둔갑하고, 청탁이 재촉으로 둔갑해서는 정치가 바로잡힐 수 없다는 게 공자의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조국 사태를 놓고 조국을 옹호하는 조국백서와 조국을 비판하는 조국흑서(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맞붙었는데 판매량에서 조국흑서가 폭발적인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고 보니 조국 전 법무장관도 기묘한 언어 사용을 통해 ‘언의 혼탁시대’를 열어젖힌 대표적인 주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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