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조원대 계약 체결했지만 모두 기술반환…계약금 2억 유로만 남아
한미약품, 다른 적응증·병용요법 탐색 및 파트너링 등 새 기회 모색 나서

한미약품 파트너사 사노피가 당뇨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권리를 반환하기로 확정했다. ⓒ한미약품
한미약품 파트너사 사노피가 당뇨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권리를 반환하기로 확정했다. ⓒ한미약품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한미약품은 사노피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당뇨치료제 임상 개발을 중단하기로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 5월 다국적제약사 사노피가 한미약품으로부터 기술수입 했던 당뇨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권리를 반환하겠다는 의향을 통보한 이후 양사는 120여 일 동안 협의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사노피의 주요 사업전략 변경에 따른 개발 중단 결정과 더불어, 세계적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각국 의료체계가 흔들려 수천명 대상 동시다발적 임상을 기한 내 진행할 수 없다는 현실적 어려움 또한 이번 최종 결론에 영향을 미쳤다.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3상은 30여개국 300여개 임상센터에서 6000여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돼왔다.

한미약품은 다른 적응증 탐색 및 병용요법 연구, 새로운 파트너링 체결 등 새로운 기회를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당뇨치료제로의 개발은 중단되지만, 한미약품은 그 외 다양한 대사질환 증후군 치료 분야에서 옵션을 열어두고 검토를 하고 있다.

과거 얀센이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당뇨치료제로 개발하던 한미약품의 ‘LAPSGLP/GCG 듀얼 아고니스트’가 최근 새 파트너사 MSD에 라이선스 아웃돼 NASH(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제라는 신규 적응증으로 개발되는 혁신 사례가 있는 만큼,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도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새로운 파트너사를 찾는 것을 포함해, 다른 적응증 탐색, 랩스커버리 기반 바이오신약 후보물질들과의 병용 연구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사노피가 진행하던 임상 3상 5건 중 4건은 중단되지만 오는 10월 완료되는 1건은 한미약품이 마무리하기로 했다. 해당 임상이 완료되면 다양한 부분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노피는 작년 9월 CEO 교체 뒤 기존 주력 분야였던 당뇨 질환 연구를 중단하는 내용 등이 담긴 ‘R&D 개편안’을 공개했으며, 작년 12월 10일 ‘신임 CEO의 사업계획 및 전략 발표’ 때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글로벌 3상 개발을 완료한 후 글로벌 판매를 담당할 최적의 파트너를 물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노피는 올해 1월 JP모건 컨퍼런스, 지난 4월말 1분기 실적발표 때도 이 계획을 반복해 밝혀오다가, 지난 5월 13일 권리반환 의향을 한미약품에 통보했다.

당시 한미약품 측은 필요한 경우 손해배상 소송 등을 포함한 법적 절차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실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편 이번 반환으로 한미약품이 2015년 11월 사노피에 기술수출 했던 ‘퀀텀 프로젝트’가 모두 반환됐다. 사노피는 당시 지속형 GLP-1 계열 에페글레나타이드, 주 1회 제형의 지속형 인슐린,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인슐린을 결합한 주 1회 제형의 인슐린 콤보 등 퀀텀 프로젝트 라이선스를 39억 유로(당시 환율 기준 약 4조8282억원) 규모에 사들여 독점적 권리를 획득했다. 이중 지속형 인슐린은 지난 2016년 12월 반환했다.

한미약품은 권리 반환 후에도 이미 수령한 계약금 2억 유로(약 2643억원)는 돌려주지 않아도 되지만 이미 반환한 계약금 2억 유로와 임상시험 진행 단계에 따라 성과보수(마일스톤) 형태로 받기로 한 35억 유로는 모두 물거품이 됐다. 마일스톤은 제품을 판매하면 그 비율에 따라 받는 것이고 기술료는 3상이 완료된 이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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