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제약, 치주질환 치료 효과 묻자 “식약처에 물어보라”며 회피
소비자 오인할 우려 있는 광고로 과징금 내기도

이가탄의 2012년 광고. ⓒ명인제약?TV광고 캡쳐
이가탄의 2012년 광고. ⓒ명인제약 TV광고 캡쳐
이가탄의 2012년 광고(위)와 식약처로부터 효능 변경 조치를 받은 이후의?광고. '치주치료 후 보조치료'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명인제약?TV광고 캡쳐
식약처로부터 효능 변경 조치를 받은 이후의 광고. '치주치료 후 보조치료'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명인제약 TV광고 캡쳐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매년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이가탄의 효능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명인제약은 이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어 소비자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명인제약의 이가탄에프는 2015년부터 매년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10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국내 일반의약품 매출 순위 10위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1991년 발매된 이가탄은 잇몸 염증과 붓기, 출혈 등 치은염에 의한 여러 증상의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인기몰이를 했고,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광고에 나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라는 유행어를 외치며 국민 잇몸약이라는 별칭도 획득했다.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 이가탄 주성분의 효능에 대해 의료계를 중심으로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가탄은 리소짐염산염, 카르바조크롬, 토코페롤아세테이트 2배산, 제피아스코르브산 등 네 가지 화학성분의 복합처방제제인데, 이것만 먹어서는 치주질환(잇몸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치과의사“잇몸을 좋게 하는 복용약은 세계 어디에서도 개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음식이 계속 들어가 잇몸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인데 구강 내 잇몸염증 제거를 위해서는 양치질과 워터픽, 스케일링을 꾸준히 해주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지난 2016년 8월 식약처는 이가탄을 포함한 카르바조크롬, 아스코르브산, 토코페롤, 리소짐 복합제 75개 품목의 효능·효과를 하향 변경했다. ‘치은염, 치조농루에 의한 여러 증상(잇몸의 발적, 부기, 출혈, 통증)의 완화’에서 ‘치주치료후 치은염, 경·중등도 치주염의 보조치료’로 일괄변경된 것인데, 기존에는 포괄적 치주질환에 사용할 수 있었으나 이번 재평가 후 치과 등에서 치주질환 치료를 받은 후 보조적인 치료제로 사용하도록 변경된 것이다.

또한 해당 제품의 사용상의 주의사항에 장기간 연속해 복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추가됐다. 광고 역시 소비자가 변경된 효능·효과를 정확히 알고 구입할 수 있도록 변경된 허가 사항을 반영한 내용으로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당시 식약처는 “이번 조치는 해당제품의 4상 임상시험자료, 국내·외 임상문헌, 부작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것을 토대로 의사·치과의사·약사·소비자단체 등으로 구성된 중앙약사심의원회의 자문 등을 거쳐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얼마동안은 이 같은 조치가 지켜지나 싶었지만 명인제약은 지난해 8월 식약처로부터 이가탄을 부정하게 광고한 사실로 과징금 7170만원을 부과 받았다.

명인제약은 자사 홈페이지에 이가탄을 광고하면서 ‘잇몸질환의 예방·치료에 있어 서로 상승효과를 나타내는 4가지 성분의 복합처방제제’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또한 제품정보를 제공하면서 성분별 약리작용을 설명하는 등 부분적으로는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소비자가 오인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 말 이가탄 광고에 등장한 문구. 바른의료연구소가 허위과장광고로 식약처에 민원을 제기했다. 현재 해당 문구는 삭제된 채 송출된다. ⓒ
지난해 말 이가탄 광고에 등장한 문구. 바른의료연구소가 허위과장광고로 식약처에 민원을 제기했고 현재 해당 문구는 삭제된 채 송출된다. ⓒ명인제약 TV광고 캡쳐

또 지난해 말에는 영국 국제 저명학술지 ‘BMC Oral Health’에 게재된 임상시험이 이가탄의 탁월한 효과를 입증했다고 강조하는 광고를 만들어 내보냈다. 광고 하단 자막으로 ‘Hong at al. BMC Oral Health (2019) 19:40’라는 논문 출처까지 삽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른의료연구소가 해당 논문의 원문을 확보해 자세히 검토한 결과 이가탄의 탁월한 효능이 임상시험을 통해서 입증됐다고 홍보하고 있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해당 임상시험은 이가탄의 효과를 입증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부실한 연구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임상시험은 명인제약이 연구비를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연구 설계와 통계 분석에도 관여했기 때문에 편견이 개입될 여지가 매우 많은 연구라는 것이다.

연구소는 해당 광고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여겨 식약처에 이가탄 광고를 허위·과장광고로 민원을 접수했으며, 근거 논문의 내용이 이가탄의 효능을 정말로 입증한 것인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해 볼 것을 명인제약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본지는 명인제약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이가탄만 먹어서 치주질환을 치료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식약처에 물어보라”는 회피성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식약처와 별개로 명인제약이 이가탄을 선보이면서 기대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재차 물었지만 그 역시 식약처에 물어보라는 답변뿐이었다. 이후 다시 연락을 하겠다는 기자에게 명인제약 관계자는 “전화를 하지 말라”고 말했고 실제로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을 피했다.

한편 식약처 관계자는 “(이가탄에 대한) 일련의 조치들 이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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