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에게 광기는 드물지만 집단에게 광기는 일상이다’란 명언을 실감케 하는 집단이기주의
-공동체 안전 경시한 특수집단의 집단행동…, 코로나 재확산 불러
-다가올 추석, 예고된 대규모 도심집회…, ‘작은 제약 속 일상의 큰 자유’보장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관건

[제주 취재본부 / 문미선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 팬데믹 선언 이후 6개월을 앞둔 9월 7일 현재 존홉킨스 대학 CSSE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690만명을 돌파했으며 희생자수도 88만명을 넘어섰다.

WHO는 세계적 확산 추세가 8월에 접어들면서 다소 둔화한 것으로 밝혔지만 지구촌 모두의 바람과는 달리 코로나 사태는 빠르면 내년 상반기 혹은 그 이상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부터 ‘영원히 인류와 함께 할 것’이라는 영국 (SAGE)긴급 과학자문단의 일원인 마크 월포트 경(Sir Mark Walport)의 암담한 전망까지 줄을 잇고 있다.
한국은 주요선진국들 중 드물게 모범적인 코로나방역으로 전세계의 부러움과 찬사를 받으며, 포스트코로나를 준비하고 새로운 도약에 필요조건으로 급부상한 성숙한 시민의식이라는 사회인프라 자산이 잘 구비된 국가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국내 코로나상황은 광화문집회 이후 급변해 연일 3자리수의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국가방역시스템의 실패를 의미하는 사회적거리두기 3단계를 목전에 둔 상황까지 치다랐다.

이번 광화문집회로 촉발된 3차 코로나사태가 이전 신천지나 이태원클럽과는 괘를 달리하는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은 한국사회가 혹독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성장통을 거치며 성숙한 시민사회로 나가는 과정에서 시대적 변화를 외면하거나 거부한 일부 단체가 정치적·종교적 자유를 내세우며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시기에 종교의 이름으로 국가방역시스템을 교란해 사회구성원의 생명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더불어 광화문집회는 개선 조짐을 보이던 국내경제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은 격으로 지난달 28일 한국은행은 코로나 재확산 리스크 등 높아진 대내외 불확실성을 반영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2%에서 -1.3%로 하향 조정하는 요인이 됐다. 시민사회의 불편한 시선은 일부 종교단체의 돌출행동에 이어 의료계가 지난 7월 23일 정부가 발표한 4대 의료 정책에 반발, 8월 21일부터 시작된 집단휴진과 총파업으로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극에 달했다.

정부는 4일 대한의사협회와 철야협상을 통해 극적인 합의로 휴진철회를 이끌어냈지만 졸속 의료정책으로 화를 불렀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의료계 역시 집단휴진으로 맞서면서 코로나 재확산 와중에 생명을 담보로 자신들의 이익만을 관철하려는 집단이기주의의 끝을 보여준 행동이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민사회는 코로나사태 장기화로 일선 의료·방역 관계종사자들의 헌신과 희생에 깊은 신뢰와 고마움 그리고 안타까움을 갖고 합리적 배려를 구하는 것이지 어느 한쪽에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면서 공동체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종교단체의 광화문집회와 의료계의 집단휴진은 성숙한 시민의식과 윤리를 토대로 한 합리적 이기주의와는 거리가 먼 집단이기주의의 표출로 여타 이익단체의 집단행동과는 다른 사회적 파급력으로 시민사회가 감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개인에게 광기는 드물지만, 집단에게 광기는 일상이다’이란 프리드리히 니체의 명언이 무겁게 다가오는 것은 힘겨운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번 사태와 같은 집단이기주의가 빈번하게 표출되고, 공동체가 쌓아 올린 상호 신뢰와 유대감이 선물한 ‘작은 제약 속 일상의 큰 자유’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현실에서 기인한다.

집단이기주의로 뭉친 이익집단의 폐해를 지적한 멘슈어 올슨(Mancur Olson), 신뢰라는 사회적 관계를 도덕자본이라는 공공재로 파악한 제임스 M. 뷰케넌(James Buchanan), 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시민의 도덕적·이타적 덕성을 강조한 샤뮤엘 보울스(Samuel Bowles), 사회구성원간의 신뢰, 규범, 네트워크를 사회적 자본으로 확장한 제임스 콜먼(James coleman)이 시사하는 함의는 성숙한 시민사회의 자발적, 실천적, 이타적, 규범적 시민의식이 생활방역을 불가피한 코로나시대 사회발전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시민들 모습.사진/문미선 기자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시민들 모습.사진/문미선 기자

시민의식은 코로나재확산으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의 자발적 실천에서, 공공의료 필요성을 역설하며 강경대응을 불사한 정부나 집단휴진으로 맞선 의료계 양측의 험난했던 대타협에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무시하고 대면예배를 강행하는 일부 교계에 대한 비판과 내부 자성의 목소리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동해 집단이기주의를 경계하고 약화시켰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한때 하루 400명을 넘어선 국내 신규 발생 확진자수도 8월 27일을 정점으로 시민들의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150명선까지 신규 발생이 줄어든 것은 일상으로의 복구에 대한 긍정적 신호다. 다가오는 추석명절, 예고된 대규모 개천절 도심집회 등 코로나 재확산 위험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국사회 시민의식 수준의 가늠자로 코로나 위기관리 여부가 또 한차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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