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택지 서북부 상암동에 집중…주민들, 비대위 구성해 적극 대응키로
“랜드마크 아닌 렌트마크 만드는 꼴” 지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주민들이 지난 2일 오전 마포구청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상암DMC소통모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주민들이 지난 2일 마포구청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상암DMC소통모임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정부가 지난달 4일 ‘8.4 부동산 대책’이라 불리는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하자 마포구 민·관·정이 모두 즉각 반발하고 있다.

마포구는 공공임대 비율이 10.08%(7위)로 서울 자치구 가운데 높은 편인데, 총 6200가구 가량 공급이 예정됐다. 마포구는 당초 공급 예정물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는데 상암동 일대 서부면허시험장(3500)·상암DMC 미매각 부지(2000)·자동차검사소(400)·상암 견인차량 보관소(300) 등이 대거 포함된 것이다. 이들 모두 상암동 일대에 쏠려 있어 주민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상암동 주민들은 8.4 부동산 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상암동입주자대표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시위 등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10일과 16일 대규모 집회를 실시했고 1인 시위 등 소규모 시위를 이어가며 상암 공동주택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공급하겠다는 세대수를 보면 우리 지역에 대한 조사는 했는지 의심스럽다”며 “서부면허시험장, 랜드마크 등 부지의 목적이 명확한데 유휴부지라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자동차검사소는 8년 전에 180억원을 들여 지은 최신 시설로 현재 운영 중인데 이를 없애고 주택을 짓는다는 것은 전형적인 세금·행정력 낭비”라며 “경제와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키는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비대위 관계자는 “지정된 부지에 6200세대를 공급하겠다는 것은 7평짜리 초고층 고시원을 만들겠다는 셈”이라며 “교육, 교통 등 인프라는 지금도 심각하게 부족한 상태라서 별다른 조치 없이 인구만 추가될 경우 인근지역까지 교통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상암DMC는 수십조의 경제효과와 수십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서북부 유일의 업무지구인데 여기에 공공주택을 짓는다는 것은 일자리를 없애겠다는 말과 같다”며 “랜드마크가 아니라 렌트마크를 만들 셈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마포구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공급대책이 발표되자마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마포구청장도 저도 모르는 새에 발표된 공급대책”이라며 “주민들과 마포구청, 지역구 국회의원과 단 한마디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방식은 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암동은 이미 임대비율이 47%에 이르고 있는데 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느냐”며 “상암동은 디지털미디어시티로 조성되고 있는 중이다.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인 랜드마크 부지도 원래 조성 목적에 맞게 사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동균 마포구청장 역시 상암동의 신규택지 개발과 공공기관 유휴부지를 활용한 6200여 가구의 주택 공급계획을 반대하며 해당 계획에서 마포구에 대한 주택 계획은 제외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유 마포구청장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신규주택 공급을 늘려야하는 정부의 정책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상암동의 유휴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은 마포의 도시발전 측면에서 계획된 것이 아니라, 마포를 주택공급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이고 이렇게 무리한 부동산 정책은 결국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될 것”이라 지적했다.

이어 “상암동 단 하나의 동에 6200여 가구의 임대주택 건설을 해당 지자체인 마포구와 단 한차례의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동의할 수 없다”며 “특히 상암동 랜드마크 부지 인근은 상업시설이 거의 없고 월드컵경기장 등으로 교통난이 심각한 지역인데, 고밀 개발로 대규모 주택이 공급되면 교통체증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마포구민을 희생양으로 삼는 국토부의 이번 일방적인 발표는 마포구청장으로서 도저히 묵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마포구민을 무시하는 처사로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마포구민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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