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포럼 초청에 안철수 수락…金 위원장 반응은 변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좌)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좌)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 안에서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과 연대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회의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점점 높아지고 있다.

◆ 원희룡·장제원·주호영…국민의힘에서 나오는 ‘안철수 연대론’

당장 국민의힘 소속의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른바 ‘안철수 연대론’에 대해 “연대라는 것은 정치에서 뜻이 같으면 하고 뜻이 다르면 할 수 없는 것”이라며 “현재 안 대표나 국민의당이 특히 현 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해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 그걸 표현하잖나. 그런 면에선 우리 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국민의 뜻을 우리가 받아서 안기 위해선 현재 야당의 흩어져 있는 힘만 가지고 부족하잖나. 그래서 그 답이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시장 선거와 대선 모두 같이 치를 수 있다는 의미냐는 질문엔 “하나가 잘 되면 그 다음 더 큰 것은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여기에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안 대표는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의 유력 대권후보이며 야권에서 안 대표를 빼고 정권교체를 논하기는 사실상 힘든 상황”이라며 아예 오는 15일 자신이 대표의원으로 있는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안 대표를 ‘대한민국 미래와 야권의 혁신과제’를 주제로 한 특별강연자로 초청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장 의원은 지난 6월9일 이 포럼에 원 지사를 초청하고 그 다음 날 “원 지사는 우리 보수 세력의 대선후보감으로 손색없었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보수의 자존심을 상기시켰다”며 극찬을 쏟아냈던 만큼 이번엔 갑자기 다른 당의 대권잠룡을 초청한 그의 의도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원외에서 대권후보를 찾는 듯 운을 띄울 땐 장 의원이 당내 인사인 원 지사에 힘을 실었다가 최근엔 김 위원장이 당내 후보를 찾는 데 방점을 두자 반대로 안 대표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그간 김 위원장과 벌여왔던 당내 주도권 쟁탈전의 연장선상에 있는 행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장 의원이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 위원장이 새 기득권이 되어 텃세를 부려선 안 되고 배타적, 수구적인 당 운영은 더더욱 안 될 것”이라며 “당의 사유화한 불길한 조짐이 기우이길 바란다”고 김 위원장에 경고했던 점 역시 이런 해석에 힘을 싣고 있지만 일각에선 해당 페이스북 글에서 “반문재인 진영 전체가 연대에 연대를 더해 대항해도 힘이 모자랄 판에 갈라 치고 선 긋고 문 걸어 잠근다면 국민의힘이 아니라 ‘끼리끼리의힘’으로 전락할 것”이라면서 사실상 ‘야권 대선주자 빅텐트론’을 제시하기도 해 장 의원의 ‘안철수 연대론’을 단순히 진정성 없는 당 내부투쟁용 발언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더구나 김 위원장과 어떤 갈등도 없이 좋은 ‘케미’를 보여주고 있는 주호영 원내대표마저 장 의원 포럼에 자리를 함께 해왔을 뿐 아니라 안철수 연대론에도 한 목소리를 낸다는 면에서 이를 더욱 눈여겨볼 만한데, 주 원내대표는 이미 지난달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서울시장이 되든 대선이 되든 안 대표가 갖고 있는 독자적 지지 세력에다 국민의힘 지지 세력까지 합치면 확장력이 있고 선거를 치르는데 훨씬 더 도움이 된다”며 심지어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대해서도 “같이 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밝혔고 이제는 안 대표나 국민의당 선택에 달린 것”이라고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 국민의힘 러브콜에 일단 응한 안철수…‘野 빅텐트’ 형성될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초청에 응한 국민의힘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포스터 ⓒ장제원 의원 페이스북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초청에 응한 국민의힘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포스터 ⓒ장제원 의원 페이스북

이처럼 국민의힘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안 대표를 향한 러브콜은 그저 원론적 차원에서 ‘야권 연대가 필요하다’는 정도의 형식적 발언이 아니란 점은 최근 양당에서 나오는 여러 발언을 통해 분명하게 확인되고 있는데, 성일종 의원은 지난 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주 원내대표가 안 대표와 만난 적이 있느냐’란 질문이 나오자 “만났는지 안 만났는지 제가 모르지만 미래통합당으로 이름 바꾸기 전에도 여러 가지 의견을 서로 주고받고 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안 대표가 비록 정치 이야기는 없었던 개인적 자리였다고는 해도 과거 자당에 있다가 국민의힘으로 입당했던 인사들과 최근 식사를 했던 점이나 과거 안철수계 인사이기도 하면서 통합당이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꾸는 데에도 일조한 김수민 홍보본부장까지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안 대표와 김 위원장의 스타일이 맞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러리라 본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어떤 혁신의 감도가 두 분 다 굉장히 높다”고 답변한 데 비추어 김 위원장 의사가 어떻든 간에 ‘안철수 연대론’이란 기차는 출발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국민의당에서도 그동안 민주당이나 국민의힘과 같은 기존 거대양당과는 거리를 둬오던 모습과 달리 소수정당이란 현실적 한계를 의식했기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화력을 여당에 집중하면서 국민의힘에는 뚜렷한 대립각을 세우진 않고 있는데, 일례로 안 대표는 지난달 31일 국민의힘이란 당명에 대해 유사당명이라면서 항의하려들기보단 “언뜻 듣기로는 유사당명 같지는 않다”고 답변한 데 이어 국민의당 역시 “국민의당처럼 중도정당, 실용정당이 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긍정적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 뿐 아니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도 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주 원내대표 같은 경우 확실하게 국민의당과 결혼하자 이렇게 정식 청혼을 한 것이라 본다”면서 안 대표와는 선을 그으려는 듯한 김 위원장의 언행에 대해서도 “결혼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긍정적 해석을 내놓은 데다 안 대표조차 국민의힘에서 초청한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참가 의사를 표했다는 점 역시 양측 간 연대가 성사될 거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문제는 주변의 해석이 어떻든 간에 양당에서 각자 당권을 쥐고 있는 김 위원장과 안 대표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는 건데, 우선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안 대표에 대해 “안철수씨 개인으로 보면 앞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정치활동을 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 어떻게든 인물을 (당에서) 발굴해 서울시장 후보도 내놓고 대통령 후보도 내놓을 텐데 그렇지 않은 사람을 질문하면 뭐라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데 이어 서울시장 후보와 관련해서도 “우린 제1야당 서울시장 후보를 내는 것에 대해선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가급적 새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 적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충분히 당내에서 나올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야권 단일후보론을 일축했다.

뿐만 아니라 안 대표 역시 앞서 지난달 31일 국민의힘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전혀 검토한 바 없다”면서 ‘국민의힘이 국민의당과 당명과 유사하게 바꾼 게 양당 통합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그런 논리라면 다른 모든 ’국민‘이 들어간 당도 합당해야 하지 않나”라고 일축했는데, 표면상으로는 두 대표 모두 각자 독자노선으로 가겠다는 듯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양측 간 치열한 주도권 경쟁이란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 김종인·안철수 신경전, 본질은 ‘혁신’ 내세운 野 주도권 경쟁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이는 김 위원장과 안 대표 모두 똑같이 혁신을 내세우고 있는 점이나 서로 신경전은 벌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일부 여지를 남기는 모습이 보이고 있기 때문인데, 김 위원장은 3일 대선후보와 관련해 “과거 특정 기득권 세력에 집착한 정당이 아니고 모든 국민을 아우르는 정당으로 변신할 노력을 계속하기 때문에 우리 당에 자연적으로 새로운 대통령을 해보겠다고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며 “특히 밖에 있는 분들이 우리당에 관심 가지면 우리당 흡수돼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는 여건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찬가지로 국민의당 역시 4일 이태규 의원이 TBS라디오에 나와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인해 치러지게 된 데도 불구하고 “현재 야권이 여권에 비해 확고한 비교 열세”라며 “그렇기에 안 대표가 야권의 혁신 경쟁을 얘기한 것이고 그런 혁신경쟁 속에서 연대와 경쟁 속에 야권의 파이를 넓혀가고, 그 과정에서 정치 일정이 다가오면 야권 지지자들의 요구와 판단이 있을 건데 거기 순응하는 게 맞다. 지금 혁신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는데 자꾸 누가 후보 되냐, 안 되냐 자체가 우물가 숭늉 찾는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 같은 주도권 경쟁 중 원희룡 지사 같은 날 CBS라디오에서 자신이 대권후보군에 속하기 때문인지 안 대표와의 연대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당이 현재의 울타리 그대로 있다는 법도 없고 좋은 인물들이 있으면 당으로 들어와 치열한 경쟁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대권 경쟁에 있어선 김 위원장처럼 안 대표가 국민의힘으로 들어오라는 입장을 취하는 등 잠룡들마다 각자 품고 있는 정치적 계산도 달라 동상이몽 속에서 양당 간 연대가 이뤄질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분명한 점은 후보단일화나 연대에 나서려는 듯한 야권의 정계개편 모양새에 여당이 자못 긴장하고 있다는 건데, 현재는 야권 후보가 사실상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대선구도도 민주당 주자들 간 경쟁처럼 비쳐지고 있지만 야권에서 단일 후보가 나올 경우 그 여파가 정치권에 어떤 결과를 몰고 올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이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내년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김종인 체제가 연장된다면 김 위원장이 대선후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김종인 대권론’을 주장하면서 야권 내부를 흔들려는 시도를 하는 한편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홍준표 전 대표하면 보통 거짓 선동, 막말을 떠올리는데 요즘 안 대표가 부쩍 홍 전 대표를 닮아가고 있다”며 안 대표에 견제구를 던지는 등 두 당 대표에 공세 집중하고 있는데 이 같은 여당의 견제까지 뚫고 과연 야권 결집이 일어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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