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원 이하 대출의 경우 감시망 느슨하다는 점 노려
수도권 건물 집중 매입…평가 차익만 50억원 ↑

국책은행 직원이 가족 명의로 수십억원을 대출 받다가 적발돼 면직 처리됐다. ⓒ픽사베이
국책은행 직원이 가족 명의로 수십억원을 대출 받다가 적발돼 면직 처리됐다. ⓒ픽사베이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국책은행 직원이 가족 명의로 약 76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아 수십채의 건물을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직원은 은행의 내부감사를 통해 면직 처리됐다.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두현 미래통합당이 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 취급의 적정성 조사’에 따르면 국책은행 경기 화성시의 한 지점에서 차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가족과 가족 명의 임대법 법인들에 2016년 3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4년 동안 29차례에 걸쳐 총 75억7000만원을 대출받았다.

A씨가 대출을 실행한 상대방은 아내·모친 등 가족이 대표이사로 있는 법인기업 5개와 개인사업자로, 법인기업 5개엔 총 26건(73억3000만원)의 부동산담보대출을 내줬고, 개인사업자엔 총 3건(2억4000만원)의 부동산담보대출을 실행했다. 5억원 이하 대출의 경우 상대적으로 은행의 감시망이 느슨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은행은 A씨가 가족 명의로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사들이고, 해당 부동산을 담보로 다시 대출을 받아 또 다른 부동산을 구입하는 식으로 부동산 수십채를 사들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씨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연립주택 등 경기도 일대에 위치한 주거용 부동산 29채를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파트는 경기 화성에 위치한 14건을 포함해 총 18건, 오피스텔 역시 경기 화성에 위치한 8건 등 총 9건, 연립주택은 경기 부천에 위치한 2건이었다. 최근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A씨가 거둘 평가차익은 50억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은 최근 내부감사를 통해 이 사실을 인지하고 대출 취급 적정성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한 달 가량 사건을 조사한 결과 여신·수신 업무 취급 절차 미준수 등 업무 처리 소홀 사례로 판단, 지난달 31일 A씨를 면직 처리했다.

은행 관계자는 “처음부터 거래가 많았던 것은 아니고 최근 들어서 A씨의 관련인 거래가 늘어나는 특이점이 발견돼 내부감사를 실시했다”며 “감사 결과 문제점이 발견돼 인사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를 면직 처리했고 대출금 회수나 법적 소송 등을 검토할 부분이 있어 현재 검토 중”이라며 “대출을 승인한 결재권자에 대해서도 인사조치를 취했다”고 덧붙였다.

은행업계에서는 가족 대출에 대한 자체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는데 수년이나 같은 수법을 반복해 이득을 챙길 수 있었던 것이 의아하다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는 “직원 가족 관련인의 기업에 대한 대출을 취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은 없기 때문에 내부 규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가족 등 관련인 대출 취급을 제한하고 직원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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