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4차 추경·재난지원금부터 野와 협치…野의 상임위원장 배분 요구는 일축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전임자에 비해 온건한 이미지로 비쳐지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집권여당을 이끌게 되면서 그가 당선 일성으로 강조한 ‘원칙 있는 협치’에 대해 벌써부터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정책 중심 협치’ 내세운 이낙연…실질적 진전 이뤄낼까

8·29전당대회에서 60%가 넘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권을 쥐는 데 성공한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취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연말까지 코로나 극복과 통합 정치 등 국민의 5대 명령의 결과를 내겠다’고 천명했었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이 대표는 1일 취임 인사차 야당 대표들을 예방한 자리에서 정책 중심 협치를 제안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하기에 앞서 이날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신이 기자 시절 김 위원장과 인터뷰하기도 했었던 과거를 들어 “좋은 선후배로 지내왔던 게 사실”이라고 친밀감을 내비치던 이 대표는 같은 날 김 위원장을 찾아가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2차 긴급재난지원금 선별 지원에 뜻을 같이 하며 협치 행보를 본격화했다.

김 위원장이 “4차 추경을 빨리 해 선별적 지원을 해야 되겠다는 게 통합당 입장”이라고 밝히자 이 대표도 “4차 추경은 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거라고 본다. 그와 관련된 당정협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며칠 안 걸릴 것”이라고 화답했으며 김 위원장 역시 “이 대표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 대한 선별 지원을 하겠다는 생각이니 그 점에선 여야가 큰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자연스레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서도 이 대표와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대표는 김 위원장의 통합당 쇄신작업과 관련해서도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기왕 그렇게 하는 김에 양당 총선 공약 중 공통된 게 있다면 빨리 입법화하자”며 “양당 원내대표가 구성에 사실상 합의한 4개 특위 중 특히 비상경제특위에서 제일 역점을 둔 경제민주화를 포함해 논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경제민주화 포함시켜 논의한다면 상법이나 공정거래법도 여야가 함께 논의할 수 있다”고 적극 협의 의사를 드러냈다.

또 그는 뒤이어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도 “아까 김 위원장을 뵈면서 위기를 집권여당이 책임 있고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사 말씀 드렸다. 여야가 힘을 모아 위기를 함께 대처하고 이게 국민에게 희망이 될 수 있게 지혜를 모아갔으면 한다”며 “모든 문제를 터놓고 상의하는 여야 지도부가 됐으면 좋겠다. 정책에서의 협치는 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협의 과정에서 저희들이 원칙은 지키지만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양보하는 유연함을 가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는데, 주 원내대표도 “이 대표의 인품이 널리 훌륭하다고 알려졌고 5선을 거치는 동안 의회주의자로 알려졌다. 대표에 대한 기대가 크고 상생 협치의 정치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일단 긍정적 반응으로 응대했다.

그래선지 이날 이 대표 예방 직후 배현진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양당이 정책적 협치를 이뤄가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4대 특위도 빨리 신설하기로 화답했다”며 “민주당과 통합당이 정책적 연대를 하면서 필요한 부분은 법제화하는데 공동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고 성과를 전했는데, 그동안 이어져온 민주당의 일방통행 기조에 다소 변화가 일어나는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전날 취임 인사를 위해 자신을 찾아온 이 대표에게 “통 큰 정치, 협치의 면모를 보여주면 좋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과 한 달에 한 번씩 식사자리를 가져보라고 권유하자 이 대표는 1일 김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직접 “어제 국회의장을 뵈었더니 의장 주재로 여야 대표 식사라도 간혹 하자고 말씀하셨는데 좋은 말씀 같다. 대표님하고는 기자들 없는 데서 예전처럼 모시고 싶다”고 야당 대표에 자세를 낮췄고, 친문 강성 인사로 꼽혀온 김태년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선 “야당과도 21대 첫 정기국회가 정쟁보다는 내실 있는 생산적 국회가 되도록 충분히 대화하고 협의하겠다”고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 지지율 다시 앞선 민주당, 갑자기 왜 野에 손 내밀까?

8월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리얼미터
8월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리얼미터

하지만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달 24~28일 전국 유권자 2521명에게 조사한 8월 4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95%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다시 40%선을 넘은 반면 통합당은 30.1%로 떨어지면서 양당 격차가 두 자릿수대로 크게 벌어진 것은 물론 동 기관이 조사한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결과 역시 골든크로스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왜 여당이 유리한 상황임에도 일방통행이 아니라 야당과의 협치에 나서려는 것인지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꼽히는 이유는 앞서 당청 지지율 급락의 원인이 됐던 부동산 사태나 추미애 법무부장관으로 인한 논란 등 여러 악재가 여전히 시한폭탄처럼 남아있는 상황이고, 그나마 이를 덮어버렸던 코로나19 재확산 사태 역시 자칫 장기화될 경우 방역 실패란 비판을 받게 되는 것은 물론 경제 악화로까지 이어지는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장의 지지율 반전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무엇보다 개원하자마자 총선 승리를 통해 얻은 압도적 의석을 바탕으로 18석의 상임위원장까지 독식하면서 ‘야당 패싱’식 의정활동을 이어가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고 통합당에 반사효과만 안겨준 바 있다 보니 이전처럼 ‘야당이 발목 잡는다’는 명목으로 일당 독주하는 것보단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를 전환점 삼아 여야 협치를 해나간다는 인상을 주는 편이 정국 운영에 유리하다는 계산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이 대표 등을 비롯해 지도부 얼굴이 대거 바뀌게 된 점도 이해찬 체제 하에서 보여줬던 ‘일당 독주’ 이미지를 뒤바꾸려는 데에 좋은 계기로 작용하고 있는데, 대권가도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이 대표 역시 차후 선거를 감안하면 자당이 핵심 지지층만 의식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보다 야권과의 협치를 통해 중도층까지 끌어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런 변화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더구나 리얼미터가 지난달 24~28일 전국 유권자 2544명에게 실시해 1일 발표한 8월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95%신뢰수준±1.9%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도 나오듯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 대표와의 격차를 불과 1.3%P로 바짝 좁힌 반면 이 대표는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벗어나고 있지 못한 상황 역시 야권과의 협치를 비롯한 반전 카드를 뽑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특히 이날 이 대표가 통합당과 뜻을 같이 한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사안만 해도 리얼미터가 지난 25일 오마이뉴스 의뢰로 전국 성인 500명에게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민 지급에 찬성하는 쪽(40.5%)과 선별 지급(36.1%)에 찬성하는 쪽 모두 팽팽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 지사는 전국민 지급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이 대표는 통합당처럼 선별 지급에 방점을 둬왔다는 점에서 이 지사와의 차별화 뿐 아니라 당 대표로서 여야 협치란 성과도 함께 이뤄낸 1석2조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상임위원장 배분엔 선 그은 李…결국엔 모양만 협치?

박병석 국회의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제공: 국회)
박병석 국회의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제공: 국회)

물론 여야 간 협치를 무작정 정략적 시각에서 바라봐선 안 된단 지적도 없지 않으나 애당초 당권 자체가 목적이 아니어서 민주당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단 7개월만 당 대표직을 맡는 이 대표로선 여당 대선후보를 결정하는 여론조사에 있어 50% 비율이나 차지하는 당원들을 우선 의식해 결국 실질적 협치에 나서기는 어려울 거란 우려도 없지 않다.

실제로 통합당에서 요구한 상임위원장 배분 재협상에 대해 이 대표는 사실상 선을 긋고 있는데, 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한 데 이어 김 위원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금년 개원협상 과정에서 두세 달 동안 겪었던 우여곡절을 또 반복할 겨를이 없다”며 “원내대표가 만나기로 약속된 것 같아 논의를 지켜보겠지만 워낙 위기니까 집권여당이 책임 있고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바란다”고 김 원내대표에 공을 넘기면서 사실상 일축하는 자세를 취했다.

결국 이낙연 대표 체제 하에서도 상임위원장 18석을 여당이 독식한 상태에서 국회 운영을 해나가겠다는 심산인데, 당장 통합당에서 처장 추천위원 후보를 내놓지 않고 있어 민주당이 법안 개정을 통한 단독 강행 가능성까지 고려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등 여야 합의가 어려운 쟁점 사안들과 관련해선 이전처럼 밀어붙일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이 같은 여야 간 동상이몽 탓인지 정기국회 첫 날부터 불협화음은 터져 나오고 있는데,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장이 비대면 국회 운영법을 밀어붙인다고 항의하면서 당초 정기국회 산회식 산회 직후 예정된 여야 원내대표 회동도 거부했는데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이 제시한 화상회의 관련 개정안은 본인조차 금시초문이라고 해명했음에도 끝내 무산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자신들의 상임위원장 배분 재논의 요구를 이 대표가 일축한 데 따른 반발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반면 통합당이 ‘국민의 힘’으로 당명 변경에 나서면서 합당설에 오르내리기도 했던 국민의당에선 안철수 대표가 1일 자당을 찾은 이 대표를 향해 “통합, 협치에 대해 누구보다 믿는 분”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우리가 힘을 모으면 극복하지 못할 것은 없다”고 적극 밀착하고 있는데 이 대표의 소위 ‘원칙 있는 협치’가 의정 파트너인 야권에 어떤 파장을 미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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