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통과 시 삼성생명·화재 보유 삼성전자 주식 23조원 매각해야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일가 경영권 약화 불가피
삼성물산 지주사 전환 가능성도

여권이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삼성그룹이 긴장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여권이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삼성그룹이 긴장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정치권이 소위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재추진하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그룹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약화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의 박용진 의원과 이용우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하고 이달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 산정 시 채권 및 주식 합계액 기준을 현행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 기준으로 해 자산운용비율 3%를 초과하는 계열사 지분 보유분을 5년 이내에 해소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 19대 및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했고 21대 국회에서 여당이 다시 유사한 법안들을 발의한 것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 배경을 “과반의석 거대여당의 21대 국회 구성이 주는 법안 통과 기대감과 삼성물산 보유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가치 급등에 따른 ‘그룹 내 해결 가능성’ 상승으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대부분을 매각해야 한다. 2020년 6월 말 기준 삼성생명의 계열사 주식 한도는 약 7.1조원이고 여기서 실제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은 장부가 기준 약 5.7조원이지만 이를 시가로 바꿀 경우 약 33.6조원(삼성전자 28.2조원)이다.

삼성화재도 삼성전자 주식 1.5%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마찬가지로 삼성화재도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시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일부를 매각해야 한다. 보유 한도가 2.3조원인데, 보유 삼성전자 주식은 시가 약 4.9조원으로, 약 2.7조원(0.8%)을 매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 기대감이 커지게 된 배경으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가치의 급등에 따른 삼성물산의 재무 여력 개선을 꼽고 있다. 삼성생명이 강제로 처분해야 하는 삼성전자 지분 8.5%(28조원)를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43.4%(23조원)를 처분하면 취득할 수 있으니 법안 통과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23조원에 달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최대주주 지분을 누구에게 처분할 수 있다 하더라도, 처분에 따른 세금 5.3조원(장부가 8,592억원)과 거래비용을 감안해야 한다”며 “삼성전자 지분 8.5%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의 가치 차이, 즉, 삼성물산이 5년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재원은 5조원이 아니라 10조원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7월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전장용 MLCC 전용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7월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전장용 MLCC 전용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해당 물량을 매각할 경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의 약화는 불가피하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에서 삼성생명으로, 그리고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8.5%를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해소할 경우 이건희 회장(4.2%)과 특수관계인 지분 보유 비중은 21.2%에서 13.9%로 급락하게 된다. 이 부회장 역시 현재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과 삼성생명이 보유한 지분을 활용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권이 약화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삼성그룹은 2018년 순환출자를 완전 해소했고, 현행 지배구조 관련 법규들을 준수하고 있으나 여전히 금융과 비금융이 혼재돼 있고, 지주회사 체제도 아니다”라며 “지배주주 일가가 31.6%를 보유한 삼성물산이 지배구조 최상단에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고,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가 각각 금융과 비금융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상속을 제외한 가장 큰 지배구조 이슈는 현재 내부 지분이 21.2%에 불과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유지”라며 “비금융사인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8.5%)은 금융사이므로, 지배구조 규제환경 변화에 따라 지분 보유와 의결권 행사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삼성생명이 유예기간 5년(최장 7년) 이내에 삼성물산에 삼성전자 지분 1.8%(시가 약 6조원)를 처분하면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이 가능하지만,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지분 취득 후에는 지분 6.8%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기 때문에 대차대조표상 삼성전자 지분은 매도가능금융자산에서 자회사(종속기업 및 관계기업투자)로 변경된다.

이후 삼성물산의 지주비율은 60.2%로 상승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인 50%를 초과하게 된다. 그러면 비금융지주회사 전환이 강제되며 자회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20%까지 늘려야하는데, 이 경우 약 44조원의 추가 재원이 발생하는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지주회사 전환을 피하기 위해서 차입 확대(분모인 총자산 확대)나 자회사 흡수합병(분자인 자회사 장부가액 축소) 등을 통해 지주비율을 5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김 연구원은 “이 같은 절차들을 감안할 때 보험업법 개정안 시행으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삼성전자 지배력 유지를 위해 삼성물산이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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