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한 적 없는 국제전화 175통…요금 290만원 나와
A씨 “사흘 동안 37시간 통화한 게 말이 되나”

에넥스텔레콤의 알뜰폰 브랜드 'A모바일'. ⓒ에넥스텔레콤
에넥스텔레콤의 알뜰폰 브랜드 'A모바일'. ⓒ에넥스텔레콤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저렴하다는 이유로 알뜰폰에 가입했던 고객에게 수백만원의 국제전화 요금이 청구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고객은 국제전화를 이용한 적이 없는데 요금 폭탄이 떨어진 것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A씨는 지난 5월경 에넥스텔레콤의 ‘3G 0원 요금제’에 가입했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이 있었지만 요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자취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뜰폰을 사용할 일이 많지 않아 지난달 말 결국 해지했다.

해지 청구 당시 미납요금이 7000원 가량이 남아 있어 납부를 하고 해지가 완료된 줄 알았으나, 지난 24일 290만원의 미납요금이 남아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A씨는 즉시 고객센터에 연락을 했더니 해당 금액만큼의 국제전화 사용료가 남아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A씨가 받은 미납요금 안내 문자메시지. ⓒ시사포커스DB

A씨는 “통화 상세 내역서를 뽑아봤더니 처음 들어보는 나라들을 포함해 여러 나라로 수백건의 통화를 했다고 돼있었다”며 “해당 기간 동안에는 휴대폰의 전원이 꺼져있었을 텐데 발신이 됐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의 통화 상세 내역서를 살펴보니 7월 6일부터 8일까지 사흘 동안 부룬디, 짐바브웨, 차드 등 총 16개국에 175건의 발신 기록이 잡혀있었고, 통화 시간을 모두 더해보니 37시간이 넘었다. 이렇게 많은 나라의 누군가와 통화를 한 것은 물론 사흘 동안 37시간이나 통화를 한 것은 정상적인 패턴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A씨는 “에넥스텔레콤에 이 요금은 낼 수 없다고 말했더니 ‘환불을 해주고 싶지만 KT 망을 빌려 쓰고 있기 때문에 국제전화 요금에 대한 권한은 KT에 있다. KT에서 최종 허락을 해야 환불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이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에넥스텔레콤 관계자는 “고객이 강하게 환불을 요구해서 환불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국내전화 요금 같은 경우 바로 처리가 가능하지만 국제전화의 경우 KT 망을 빌려서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에 요금은 KT로 납부된다. KT와 협의를 거쳐야 가능한 만큼 고객에게도 시간이 걸리니 양해를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이런 사례가 없다가 처음 발생했다”며 “데이터나 국내 음성 서비스에 대한 민원은 있었지만 국제전화 요금이 이렇게 많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매뉴얼을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A씨의 통화 상세 내역서의 일부. 사흘 동안 각기 다른 국가로 총 175건의 국제전화를 사용했다고 나와있다. ⓒ시사포커스DB

그러나 KT는 에넥스텔레콤이 판단하고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KT는 망 도매사업자이기 때문에 망을 제공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잘못된 트래픽이 발생했다면 당연히 그 부분에 대해서 조치를 취했을 테지만 이번 상황은 트래픽 자체는 정상적으로 발생했다”면서도 “다만 1분 간격으로 발신이 되고 민원인도 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이용을 정상적으로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부분에 대해 실제 이용행태를 추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킹 등이 발생했을 수도 있지만 민원인이 KT 가입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사실 확인은 우리가 할 수 없다”며 “요금을 청구하는 주체도 에넥스텔레콤이고 납부도 에넥스텔레콤으로 되기 때문에 에넥스텔레콤에서 판단한 후 처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본지는 이에 대한 에넥스텔레콤 측의 답변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알뜰폰은 2010년 도입 이후 이통3사 대비 최대 30% 이상 저렴한 요금제를 기반으로 2020년 6월 현재 734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등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동통신 3사에 비해 고객 서비스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알뜰폰에 가입했다가 다시 이통사로 돌아가는 고객들이 생겨나고 있다. A씨 역시 에넥스텔레콤 고객센터와 연락이 잘 되지 않아 답답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관련 내용으로 감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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