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택트 전대 강행하는 민주당…화상회의·비대면 토론회 나선 통합당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지난 26일 국회 출입기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본관 및 소통관, 의원회관이 폐쇄됐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지난 26일 국회 출입기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본관 및 소통관, 의원회관이 폐쇄됐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취재했던 사진기자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27일 국회도 폐쇄돼 당초 이날 예정됐던 9개 국회 상임위 개최도 모두 연기되는 등 정치권 일정이 일부 차질을 빚고 있다.

국회 본청 폐쇄는 의원회관 행사 참석자가 코로나19 확진자로 밝혀졌던 지난 2월 이후 이번이 두 번째인데, 여야를 막론하고 주요 현안들이 산적한 시점에 오는 29일까지 갑자기 올스톱 상황을 맞게 된데다 향후 확산세에 따라 현재보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코로나 블랙홀’에 빠진 정치권의 고민이 어느 때보다 깊어지고 있다.

◆ 진단검사 받는 與 지도부…8·29전당대회, 지도부까지 공백?

우선 민주당은 코로나 확진자가 자당 최고위 회의를 취재했던 사실이 확인되자 지도부 모두 곧바로 자가 격리에 들어간 뒤 역학조사를 받았는데,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과 송갑석 대변인, 박성준 원내대변인 등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능동감시자로 분류됐다지만 진단검사 후 음성이 나와야 자가격리 대상에서 제외되는데다 오는 31일에 진단검사를 다시 한 번 받을 것으로 알려진 만큼 당장 29일 열릴 전당대회에 참석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초유의 ‘지도부 공백’ 전당대회에 나서게 된 후보자들은 당혹감과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 박주민 당 대표 후보는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도부 전체와 핵심 당직자 전체가 사실상 자가격리에 들어갔기 때문에 전당대회 일정을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으며 김부겸 당 대표 후보도 같은 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나와 “이 대표 임기가 29일 끝나는데 과도기는 어떻게 하느냐는 걸 생각해서 수용했다”면서도 “50명 이내만 모여 하기로 결정됐기 때문에 말 그대로 전당대회는 아니고 대표자들이 모이는 대회가 되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문 정권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한병도 최고위원 후보까지 같은 날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라는 상황 속에서 최소한의 조치”라면서도 “전당대회가 지역을 돌면서 원래 흥행이 막 되는 건데 지역 돌면서 (하는) 연설도 억제하기 때문에 이게 지금 흥행이 되고 있지 않다. 이젠 카메라만 보고 연설하는데 나도 이런 전당대회는 정말 처음”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그럼에도 안규백 전당대회 준비위원장은 이날 공지를 통해 “당 지도부의 코로나 검사 결과와 당국의 지침에 따라 당 지도부의 축사는 영상 메시지 등으로 대체하겠다”며 “민주당은 온라인 플랫폼을 완비해 시스템 정당으로 거듭났고 이를 통해 정당 사상 최초의 온택트 전당대회를 준비해왔다.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행 방침을 재확인했다.

심지어 실내 집합 인원이 10명으로 제한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되더라도 현장인원을 9명으로 유지한 채 전당대회를 진행할 계획인데, 31일까지 자가 격리돼야 하는 이낙연 후보의 경우 전당대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수락연설조차 영상을 통해 발표하게 돼 역대 최소 규모의 전당대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미증유의 ‘미니멀 전대’가 됐음에도 민주당이 굳이 강행하게 된 데에는 당초 흥행이 어려웠던 점도 없지 않으나 코로나19 사태도 단기간 내에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당장 9월 1일부터 정기국회가 열리는데 여당 대표가 없는 상황을 맞을 수는 없다는 현실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 지지율 오른 민주당, 코로나 국면 기회로 공수처 등 강행할까

8월 4주차 정당 지지도 주중집계 결과 ⓒ리얼미터
8월 4주차 정당 지지도 주중집계 결과 ⓒ리얼미터

무엇보다 부동산 사태 이래 빼앗겼던 정국 주도권을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여당이 탈환한 상황이란 점도 민주당에서 새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대를 강행하게 된 배경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24~26일 실시한 8월4주차 정당 지지율 집계 결과(95%신뢰수준±2.5%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미래통합당은 5%P나 하락하며 30.1%로 떨어진 데 반해 민주당은 1.6%P 오른 41.3%로 상승하면서 양당 격차를 두 자릿수대로 벌렸다.

특히 민주당은 그간 통합당이 공들여온 호남지역에서도 8%P 상승하며 회복세로 접어든 데다 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도 3.4%P 격차로 통합당을 앞선 반면 통합당은 중도층 지지도조차 전주보다 4%P 하락하며 코로나 정국 이후 열세로 돌아선 모양새인데, 민주당 홍정민 원내대변인이 27일 밝힌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 일정만 10월7일부터 26일까지로 연기했을 뿐 내달 1일 정기국회 개회식과 7~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 14~17일 대정부질문은 기존 일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여야 간 합의돼 현재의 상승세를 바탕으로 정기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현안 추진에 한층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24일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25일에는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말까지 가시적 움직임이 없다면 통합당이 공수처를 출범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최후통첩 하는 등 압박수위를 높여온 만큼 비록 코로나 변수에 따른 국회 폐쇄로 당장 데드라인은 넘기게 됐다지만 9월 정기국회에선 본격 포문을 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미 차기 당권주자로 전대에 나선 3명의 민주당 후보 모두 공수처 출범에 대해선 대체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인데, 김부겸 후보는 원내대표단 워크숍에서 속도조절론이 나온 17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공수처 연내 출범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으며 이낙연 후보도 26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를 통해 “국회의장이 (야당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하라고 종용하고 있으니까 그걸 봐가면서 대처할 것”이라면서도 “입법부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비극이 생기지 않기 바란다”고 벌써부터 야당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급기야 박주민 후보는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통합당과 협상해볼 필요가 있지만 협상을 길게 가져가긴 어렵다. 9월 말 정도에는 판단할 수 있는 거고 더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9월 말에 진짜 안 되겠다, 그러면 법 개정하자는 취지”라고 내달 안에 매듭짓겠다는 뜻을 표했는데, 최고위원 후보들마저 친·비문을 막론하고 공수처 출범에 힘을 싣고 있어 새 지도부는 다시 대야 압박 기조를 재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코로나19 수습이 전제되지 않으면 자칫 공수처 같은 쟁점법안에 무게를 두다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없지 않은데, 그래선지 지난 26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선 김 원내대표가 코로나 관련 법안 처리엔 소관 상임위에서 숙려기간을 두지 않고 우선 처리하자고 제안하고 코로나 대응팀 구성에 합의하는 등 코로나19 극복에 일단 힘을 실었고 27일 민주당 허윤정 대변인도 “국회에 확진자가 발생해 모든 일정이 중단됐는데 국민의 안전과 방역을 위해선 여야가 있을 수 없다”며 “상황 수습을 위해 방역 당국에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 코로나 탓에 몰린 통합당, ‘3단계 격상’ 촉구로 역공 이룰까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재확산을 계기로 수세에 몰린데다 국회 폐쇄로 내달 1일 진행하려던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까지 잠정 연기하면서 당명 개정 등 쇄신 로드맵에 차질이 생긴 통합당은 코로나 정국 속에 여당에도 맞대응할 카드까지 찾느라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일단 방역 방해를 묵인·동조하고 있다던 여당의 공세에 맞서 통합당은 방역 조치 수위를 보다 강화하자는 맞불을 놓고 있는데, 주호영 원내대표가 26일 “3단계 거리두기로 가면 경제가 어렵겠지만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면 일찍 받아들이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도 27일 “좌고우면 말고 3단계 거리두기 등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 본연의 자세에 정부가 충실해 달라”고 3단계 격상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 3단계 거리두기 격상과 관련해 26일 청와대 측에서 “3단계로 바로 가는 것보다 2단계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같은 날 민주당에서도 이 대표가 “주말까지 현 추세가 잘 유지된다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수준으로 관리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발언하는 등 당청은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27일 한국은행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석달 전보다 1.1%P 낮춰 발표하는 등 경제 전망이 비관적 전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도 남인순 최고위원이 “수도권에 한해 7일간 한시적으로 3단계 격상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제언을 정부가 검토하라”고 제안한 바 있고, 확진자가 급증한 광주광역시에선 27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함에 따라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3단계에 준하는 조치로 갈지, 완전한 3단계로 바로 갈지 등 모든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는 중”이라고 밝혀 성사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통합당에선 여당에서 지급 범위를 놓고 견해차가 불거졌던 2차 재난지원금과 당정청이 추후 판단키로 했던 4차 추가경정예산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는데, 김 위원장은 27일 화상회의를 통해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아직 여당 내 이견이 많은 것 같은데 더 이상 소모적 공방을 벌이지 말고 결단 내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주 원내대표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선임 압박에 대해선 27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추천할 경우에 대한 준비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4년간 임명하지 않고 있는 특별감찰관이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은 왜 안 하느냐”고 반격하는 한편 29일 ‘온택트’ 전당대회를 강행하는 민주당에 맞서 27일 오후 C형간염 국가검진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 자택에서 영상으로 참석해 “국회 최초 100% 온라인 언택트 토론회”라고 강조하는 등 기선제압에 들어가 국회 폐쇄에도 이어진 치열한 기싸움에서 과연 어느 당이 승기를 잡을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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