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성과급 일부 상품권 지급 권고 정부 발표에 공기업·공공기관 잇따라 이행
공기업 직원들 “온누리상품권 사용처 마땅치 않아” 불만 토로
한전 “노사 협의로 결정된 사항”

한전이 직원들의 9월 급여 105억원 상당을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한국전력
한전이 직원들의 9월 급여 105억원 상당을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한국전력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한국전력이 직원들의 9월 급여 일부를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하기로 하자 직원들이 “동의한 적 없어 당황스럽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지난 24일 한전은 코로나19 및 집중호우로 피해가 큰 전통시장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직원들의 9월 급여 105억원 상당을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최대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사 양측의 합의를 통해 결정됐다는 설명이 함께였다.

앞서 지난 6월 정부는 공공기관 직원 성과급의 일부를 온누리상품권·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라고 권고했고, 이에 한국수력원자력·LH·지역난방공사·조폐공사·관광공사 등이 경영평가 성과급 일부를 온누리상품권으로 대체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전은 성과급이 아닌 급여 일부를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한전이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하기로 한 금액은 신입사원 25만원, 4(나)·5·6직급과 청경은 50만원, 4(가)직급 60만원, 3직급 70만원, 2직급 80만원, 1(나)직급 90만원, 1(가)직급 100만원이다. 다만 전직원에 5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추가 지급한다.

한전 직원 A씨는 “온누리상품권은 병원이나 대형마트, 일반 식당에서 잘 받지 않고 요즘에는 전통시장 중에서도 받지 않는 곳이 많아졌다”며 “당장 카드사용료, 예·적금, 대출이자 등으로 납부할 수도 없어서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 B씨는 “사용처가 많지 않다 보니 부득이하게 현금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많은 금액이 한꺼번에 풀리면 가치가 떨어져 사실상 제값 받기가 힘들어진다. 결국 급여가 깎이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전은 노사 협의를 통해 결정한 사항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회사와 조합의 자발적인 참여로 온누리상품권 지급을 결정했다”며 “장기화하고 있는 코로나19 위기 및 집중호우로 침체된 전통시장 등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24일 열린 한국수력원자력 노사 '노경 합동 사회적 가치 실천 협약' 체결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수원은 경영 성과급 27억원으로 지역 사랑 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하기로 했다. ⓒ한수원
24일 열린 한국수력원자력 노사 '노경 합동 사회적 가치 실천 협약' 체결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수원은 경영 성과급 27억원으로 지역 사랑 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하기로 했다. ⓒ한수원

노조 역시 일부 직원들의 불만을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눈치다.

전국전력노동조합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급여 일부를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한다고 돼있지만 9월은 성과급을 포함한 급여를 받기 때문에 사실상 성과급 일부를 상품권으로 주는 셈”이라며 “다른 공기업들과 급여·성과급 표현만 다를 뿐 결국 같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급여가 적거나 계획을 세워놓은 일부 직원들은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일일이 (협의를) 하게 되면 더 큰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삭감이 아니라 일부만 그렇게 받는 것이니 이 정도는 수긍해야 한다는 의견을 포함해 대부분의 직원들이 동의했다는 판단 하에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정부가 경영평가에 반영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겠지만 이를 포함한 여러 가지를 해야 내년도 경평을 준비할 수 있다”며 “급여 삭감이었다면 당연히 고민을 했겠지만 상품권으로의 대체기 때문에 직원들을 많이 설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공기업 직원 C씨는 “이런 방식으로 정부가 권고하면 공공기관으로써는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경우가 많다”며 “하려면 국회의원, 고위 공무원들도 다 실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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