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범위 놓고 與서도 ‘전체냐 일부냐’ 엇갈려…재원 놓고도 각기 이견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좌)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중), 이재명 경기도지사(우) ⓒ시사포커스DB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좌)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중), 이재명 경기도지사(우)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를 맞아 정치권에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한 목소리로 내놓고 있지만 지급범위나 재원 대책 등 세부 사안을 놓고 여권에서조차 제각기 다른 의견이 나오면서 난항에 빠지는 모양새다.

◆ 지급범위 놓고 갈라진 정치권…여야정 곳곳서 “선별 지급해야”

우선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재난지원금 지급범위인데,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에선 선별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1차 재난지원금 때처럼 전체 국민 대상으로 지급하자는 의견과 하위 50%에만 지급하자는 의견 등 전체 지급과 선별 지급 모두 뒤섞여 있는 상황이다.

일단 선별 지급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전체 지급을 주장하는 측보단 많은 실정인데, 우선 민주당에선 전략기획위원장인 진성준 의원이 2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더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재정여력을 남겨둘 필요가 있다”며 “소득 하위 50%에게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재정당국의 부담도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여기에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인 이원욱 의원은 “전체 지급도 가능하지만 선별적 투자도 필요하다는 고민이 있다”고 밝혔으며 아예 같은 당 양향자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재정 여력이 있고 필요하다고 하면 신속하게 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이번만큼은 대상에 있어 정말 필요한 분들로 한정지어야 하지 않나. 2차 대유행의 초입이라 보는 전문가들이 많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야당인 미래통합당에서도 같은 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비대위 회의에서 “코로나 확산 관련해 어차피 정부는 4차 추가경정예산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4차 추경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나눠줄 때도 어디에 먼저 집중할지 양극화 문제를 검토하면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데 이어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지난번에 일률적으로 전국민한테 가구당 100만원씩 주는 그런 식의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은 해서도 안 되고 불가능하다”고 선별 지급 쪽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원천징수하는 사람들은 일정 소득이 계속 보장되는 사람들이라 그런 사람들까지 지원급이 지급될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 바이러스 진척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3단계 거리두기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의 생계 문제가 심각해질 거라고 본다. 현재 진행되는 양극화를 제대로 인식하면 어떤 계층에 대해 재난지원금을 집중적으로 지급해야 할지 판단이 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지어 정부에서조차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재정당국을 맡은 입장에서 보면 1차 긴급재난지원금 형태로 2차 지급은 이뤄지기 어렵다”며 “어려운 계층 등 일정계층에 맞춤형으로 주는 게 맞다고 본다.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통해 150만명에게 50만원씩 3개월을 지급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선별 지원”이라고 한 목소리로 선별 지급 쪽에 힘을 싣기도 했다.

◆ 일부선 “전체 지급해야”…관건은 코로나 확산세와 재정 상황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포토포커스DB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반면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 전체에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없진 않은데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재난지원금을 일부에게 지급하거나 전 국민에 지급할 재원을 소득 하위 50%에게만 2배씩 지급하자는 주장은 헌법상 평등 원칙을 위반해 국민 분열과 갈등을 초래하고 보수야당의 선별복지 노선에 동조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보편복지를 주장하다가 갑자기 재난지원금만은 선별복지로 해야 한다니 납득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모든 국민에게 지역화폐로 인당 30만원 정도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고 역설해온 이 지사는 특히 같은 당 진 의원의 하위 50% 지급 안을 꼬집어 “별 차이도 없는 하위 50%와 하위 50.1%를 구별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없다”며 “가난한 일부 사람만 복지 혜택을 주면 재원 부담자인 상위 소득자의 반발로 하위소득자들의 복지 확대는 더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같은 당 신동근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선별 지급하면 국민 분열로 갈등을 초래하고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거란 주장은 누진세와 차등 지원 원칙에 서 있는 복지국가를 그 근본부터 부정하는 것”이라고 이 지사를 직격한 데 이어 “마치 당연히 4차 추경 = 재난지원금으로 논의가 흘러가선 안 된다. 올해 4월 말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편성에 대한 엄밀한 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또 국민의당에서도 같은 날 홍경희 수석부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해야 하는 2차 재난지원금은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와 국가 재정 상태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돼야 할 사안”이라며 “이 지사 주장처럼 보편적 복지 운운하며 무턱대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것은 납세자인 국민들도 동의하지 않는 근시안적 시각”이라고 이 지사에 날선 비판을 가했는데, 다만 이 지사도 재원 문제는 의식한 듯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아직) 지급 금액이 정해진 것도 아니니 부족도 초과도 있을 수 없다. 필요하고 가능한 재원을 먼저 정한 후 그 돈을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면 부족할 게 없다”고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이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1차 재난지원금 때도 선별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결국 전 국민에게 지급했다. 선별하는 데에도 여러 행정적 비용으로 들어가게 되고, 시간적 문제도 있고 선별과정에서 불합리한 내용도 많이 나오는데 그렇게 하느니 차라리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거나 정의당 심상정 대표까지 같은 날 상무위 회의에서 “하위 50% 선별지급 같은 소모적 논쟁을 할 시간이 없다. 추석 전에 지급을 완료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전체 지급 쪽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결론이 쉽게 도출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범여권조차 의견이 갈릴 만큼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와 양상이 달라진 데에는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 고민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데, 홍 부총리도 이날 국회 예결위 회의에서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10조원 이상 기존 예산을 구조조정해서 국채 발행을 최소화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규모로 지급하려면 100% 국채발행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국채 부담 우려를 내비친 바 있다.

더구나 1차 재난지원금 당시 재원 부담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정부여당에서 기대를 걸었던 국민들의 자진 기부조차 지난 13일 통합당 김희국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약 14조 3000억원의 긴급재난지원금 중 불과 289억6000만원(8월 2일 기준)에 그쳤을 만큼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정부여당 내에서 신중론이 높아진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 재원 마련책으로 공무원 임금 삭감·슈퍼리치 증세론 제기도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렇듯 선별 지급론보다도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한 전체 지급론자들로선 설득력을 갖기 위해선 재원 마련이 관건이다 보니 실현 가능성은 차치하고 일단 여러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는데, 범여권 내에선 공무원 임금 삭감부터 슈퍼리치 증세론까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먼저 공무원 봉급 삭감안의 경우 범여권 측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지난 21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과의 인터뷰에서 “저와 우리 의원실 직원들 포함해서 공무원들의 9~12월 4개월간 20%의 임금 삭감을 제안한다. 여기서 약 2조6000억원의 재원이 생긴다”고 제안했었는데, 당장 정치권 내 화두로 떠오르자 조 의원은 22일엔 SNS를 통해 “왜 공무원이냐고 항의할 수 있는데 일하고 싶어도 일이 없는 일용직 노동자, 폐업을 고민하는 자영업자 등 세금 내고 싶어도 낼 수입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모두 조금씩 나눠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선 여당 내에서도 재난지원금 지급범위 논쟁과 마찬가지로 찬반이 엇갈려 전 국민 지급을 선호한 설 최고위원은 이날 “각자 희생을 통해 전 국민이 조금씩 양보해나가면서 이 상황을 극복하자는 것에 대해선 틀린 방안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다”고 우회적으로 지지를 표한 반면 선별 지급에 방점을 둔 진 의원은 “좋은 방안이 아니다. 공무원들도 오랜 방역 행정으로 지치고 힘든 상황이고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해야 되는데 사기를 꺾는 일”이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특히 진 의원은 “고위공직자는 지난번에도 30%를 기부하기도 했고 저희 당 국회의원들도 30% 세비를 기부해 수해 피해를 지원하는 등 공무원들은 앞장서서 기부하거나 봉급을 동결해왔다”고 설명했는데, 앞서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공무원들은 연가보상비 전액 삭감 등 재원 마련에 동참했던 만큼 거듭된 부담 요구엔 도리어 공직사회의 반발만 살 수 있다는 현실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홍 부총리도 24일 공무원 임금 삭감을 통한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국회 예결위에서 “재원을 마련하려면 인건비의 80%를 차지하는 하위직 보수를 삭감해야 하는데 제약이 있다”며 바로 난색을 표할 만큼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 마땅한 재원 마련책이 없다 국채 발행 외엔 없다보니 이렇게 백가쟁명식 제안만 정치권에서 연일 쏟아지고 있다.

급기야 정의당에선 슈퍼리치 증세나 특별재난연대세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는데, 장혜영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사회연대세 성격의 특별재난연대세를 한시적으로 발 빠르게 도입하는 논의를 제안하고 싶다”고 밝혔으며 심 대표는 24일 “재정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증세 논의는 불가피하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누진적 보편증세 원칙과 슈퍼리치들의 사회적 기여를 고려한 증세 방안을 적극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는 공무원 봉급 삭감 방안보다도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보니 그저 탁상공론에 그치고 있는데, 좀처럼 재원 마련책을 찾기 어렵다는 현실적 고민을 보여주듯 당정청은 일단 지난 23일 정례회의에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골자로 한 4차 추경 편성 논의를 당분간 보류키로 했으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격이 된 2차 재난지원금이란 과제는 머지않아 결론 낼 수밖에 없는 사안인 만큼 과연 어떤 식으로 매듭지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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