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지율, 오차범위 내 선두 ‘탈환’…통합당, 호남서 지지율 상승세

지난 15일 전광훈 목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광화문광장 집회(좌)의 모습과 지난 19일 광주광역시로 내려가 5.18민주묘지에 무릎 꿇은 채 참배하고 있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우)의 모습. 사진 / 유우상 기자(좌), 박영용 기자(우)
지난 15일 전광훈 목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광화문광장 집회(좌)의 모습과 지난 19일 광주광역시로 내려가 5.18민주묘지에 무릎 꿇은 채 참배하고 있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우)의 모습. 사진 / 유우상 기자(좌), 박영용 기자(우)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상황과 관련해 지난 8·15 광화문집회를 집중 성토하며 미래통합당에게까지 맹공을 퍼붓는 가운데 통합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0일 전격적인 호남 수해현장 방문에 이어 19일 다시 호남으로 내려가 보수정당 대표 중 사상 최초로 5·18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는 등 여야 간 ‘장군 멍군’식 수 싸움이 한 치 앞도 예단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 공수 전환점 된 코로나19…통합당 “8·15집회, 우리와 엮지 마”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민심 이반에 그간 속을 태웠던 민주당은 최근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계기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와 8·15 광화문집회 참석자들을 겨냥해 연일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는데, 특히 통합당에 책임론을 물으면서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역공에 본격 돌입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사법당국은 조직적으로 집회에 참석한 단체들에 대해 압수수색을 해서라도 참석자 명단을 확보할 것을 주문한다”고 역설한 데 이어 “통합당은 집회에 참가한 소속 정치인과 당원에 대해 아무 조치도 없이 관계없다는 식으로 수수방관하고 있어 유감”이라고 압박에 나섰으며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등 극우 개신교 세력이 그 세를 확장하는데 있어 통합당은 큰 자양분을 제공해왔다”고 보다 노골적으로 공세에 들어갔다.

이 뿐 아니라 민주당 당권주자인 박주민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통합당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본인들 책임이 아니란 말만 반복하고 있는데 이번 집회도 현역 지역위원장인 민경욱 전 의원이 주도한 집회가 발판이 됐으며 전·현직 의원 여럿이 집회에 참석했고 집회 참가자를 독려하기도 했다”고 일침을 가했고, 김부겸 당 대표 후보까지 20일 광화문집회에 대해 “배후에는 보수야당인 통합당이 있는 듯하다”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 같은 공세에 맞서 통합당도 즉각 반박에 나섰는데, 김 위원장은 같은 날 “광복절 집회는 통합당이 강요한 것도 아니다. 전 목사가 방역 지침을 위배했으면 정부 당국이 기준에 따라 처벌하면 되는 거지 전 목사와 통합당이 무슨 관계가 있는가”라며 “국회의원 1명, 전직 의원 2명이 나갔다는데 개별적으로 나간 것을 당이 어떻게 통제하겠나”라고 항변했고,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민주당은 정부와 방역 당국의 책임을 회피하고자 우리 당과 8·15집회를 엮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발 더 나아가 하태경 의원은 전 목사가 창당을 주도하고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기독자유통일당이 광화문 집회에 조직을 동원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통합당과의 연계성엔 선을 그었는데, 아예 같은 당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코로나19 검사를 권유하는 경찰과 설전을 벌인 김 전 지사를 겨냥 “검사를 위한 조치를 거부했다는 일부 인사의 뉴스를 보며 참 답답하고 안타깝다. 검사가 어려운 일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 지지율 반등에 힘 받은 與…다시 ‘野 강경·압박’ 기조로?

8월 3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 ⓒ리얼미터
8월 3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 ⓒ리얼미터

이렇듯 갑자기 민주당과 통합당 간 공수 전환이 일어난 데에는 코로나19 확산을 바탕으로 정국 주도권을 탈환할 수 있을 것이란 여당의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인데, 실제로 지난주만 해도 통합당에 선두를 빼앗겼던 민주당은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지난 18~19일 전국 유권자 1506명에게 조사해 20일 발표한 8월 3주차 정당 지지도 주중집계 결과(95%신뢰수준±2.5%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지지율 38.9%를 기록하며 1.8%P 차로 1위를 회복했다.

비록 양당 간 지지율 격차 수준이 오차범위 안이기는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동 기관이 동일 기준으로 조사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까지 전주 대비 1.8%P 상승하며 반등에 성공함에 따라 국면 전환에 나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으로 보이는데, 무엇보다 중도층(3.1%P↑)과 보수층(3.0%P↑)에서조차 긍정평가가 올랐다는 부분도 당청을 고무시키고 있다.

그래선지 당정청 모두 광화문집회를 비판하면서 ‘코로나 이슈’에 전력을 집중하는 모양새인데, 김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국회 코로나 비상대응 기구 설치를 제안한 데 이어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선 코로나19 대응팀의 형태로 이를 관철시켰고, 추미애 법무부장관도 같은 날 “코로나19 방역에 광장의 군집과 밀집이 위험함을 누구나 알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정치를 책임진 분들이 집회참가자들에게 방역당국에 협조토록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놓은 것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날 “우리 방역이 또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는데, 방역수칙을 무시하는 행동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통합당과의 접점을 부각시키려는 민주당의 전략을 의식했는지 8·15집회 현장에 나타난 정치인들조차 통합당과는 무관하다는 자세를 취했는데, 김 전 지사는 19일 유튜브 ‘김문수TV’을 통해 정치인 중 처음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차명진 전 의원과 관련 “지난 총선 때 제명당해 통합당원이 아닌데 계속 통합당 의원인 것처럼 통합당에 책임을 덮어씌우려는 언론과 문 대통령, 민주당 발언이 계속되고 있다”고 일갈했으며 통합당 현역 의원 중 유일하게 모습이 잡혔던 홍문표 의원은 2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지역구 몇 분이 (이순신 동상 쪽) 왔다고 해서 수해 피해 얘기하고 4·5분 있다가 자리 뜬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부인에도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동 라디오 방송에서 홍 의원에게 “5분만 갔어도 그건 참석”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정청래 의원까지 페이스북을 통해 “이순신 장군 동상 뒤편이라고 주장하던데 사진으로 봐선 동화면세점 앞으로 추정된다. 그곳은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인 장소”라고 꼬집는 등 여당의 공세수위는 한층 날카로워지고 있다.

심지어 확실히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했는지 당초 청와대의 러브콜로 논의되고 있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회동에 대해서조차 민주당이 오히려 강하게 나오기 시작했는데, 김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중요한 것은 형식과 조건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데 이어 한병도 의원도 이날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회담을 왜 하는지 청와대에서 의제를 정리해 제시하라고 했는데 이런 소리는 처음 들어본다. 뜻이 있다면 야당이 실무협의에 임하면 될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호남 구애로 지지율 오른 통합당, 與 압박할 ‘묘수’ 될까

호남이 고향인 정운천 미래통합당 의원이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호남지역 비례대표 우선추천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호남이 고향인 정운천 미래통합당 의원이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호남지역 비례대표 우선추천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그렇다고 통합당이 밀린 상황이라 예단하기도 어려운데, 코로나19 확산이 단기적으로는 앞선 부동산 정책 후폭풍 등을 덮고 당청에 지지를 결집시킬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할 수는 있으나 만일 장기화될 경우 그간 치적이 됐던 방역은 물론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 .

또 민주당이 전주 대비 4.1%P 상승하며 1위를 되찾은 리얼미터의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조차 단순히 여론이 뒤집힌 것으로만 해석하기도 어려운 게 통합당 지지율도 지난주보다 0.8%P 오르면서 3주째 상승세를 이어간 데다 김 위원장이 직접 찾은 호남에선 3.4%P 오른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민주당도 이번 조사에선 호남에서 5.8%P 상승하는 등 핵심 기반에서의 지지율이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오긴 하지만 일단 지난 19일 김 위원장이 5·18민주묘지에서 보수정당 대표 사상 최초로 무릎 꿇고 참배했었던 행보가 통합당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이 지역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는 의미인 만큼 향후 전국정당으로의 외연 확장 면에서나 여당을 긴장시킬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도 통합당엔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더구나 호남을 향한 통합당의 러브콜은 과거와 같은 일회성 이벤트가 결코 아니란 점에서 장차 추가 상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먼저 통합당 부산시당 위원장인 하 의원은 김 위원장의 5·18묘지 참배에 따른 첫 후속조치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5·18이 폭동이다’, ‘북한군이 개입했다’ 등 5·18 폄하 망언을 하거나 악의적 호남 차별 발언을 하는 당원들에겐 절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며 “당원 제명 조치 이외에도 5·18 정신을 계승하는 다양한 조치들을 강구하고 실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여기에 정운천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까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당 전체의원을 대상으로 호남지역 전체 41개 지방자치단체의 명예의원을 위촉하고자 한다. 각 의원들이 해당 지자체와 자매결연을 맺고 중점추진 예산과 법안 등 소통창구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며 이른바 ‘호남지역 제2지역구 갖기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천명한 데 이어 “국회의원 비례대표 당선권 20위 이내에 25%를 호남지역 인사로 추천하도록 하는 호남지역인사 비례대표 우선추천제‘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 위원장은 “전주-김천 간 동서횡단철도 사업 등 영호남 공동사업 발굴도 추진하겠다”며 지역주의 극복 의사를 분명히 했는데, 이런 당내 변화를 보여주려는 듯 통합당은 회의실 백드롭으로 ‘역사의 매듭을 풀다’는 문구까지 내걸었고 당내에서도 장제원 의원이 앞서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더 이상 우리당이 5·18 정신을 말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는 정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내놓는 등 ‘호남 끌어안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편 호남이 주요 지지기반인 민주당에선 김 위원장의 5·18묘역 사죄를 곧바로 평가절하하면서 경계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데, 김남국 의원은 “중도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목적이 너무 분명해 보이는 억지로 만들어낸 사과”라고 역설했으며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통합당이 망언 정치인을 제명하지 않으면 김 위원장 사과는 개인 차원이고 쇼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통합당의 호남 공략 움직임에 견제구를 던지고 있어 첨예한 대결을 펼치는 양당 중 최후에 누가 웃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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