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식당 운영을 하는 부녀자들은 한가한 시간에 몇 명씩 찾아오는 손님들에 대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겠다. 오래 동안 경찰의 추적을 받아 온 사기 경력 수십년의 '노인 사기단'이 드디어 검거됐다. 지난 23일 경북 상주경찰서는 이들 3명에 대해 사기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이로써 부녀자 혼자 운영하는 전국의 음식점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기 행각은 일단락됐다. 피의자 최모씨(71ㆍ무직)와 배모씨(68ㆍ무직), 김모씨(61ㆍ슈퍼 경영) 이들 3명은 지난해 10월 경북 상주시 낙동면 안모씨(49ㆍ여)의 식당에 들어가 작전 모의를 펼쳤다. 이들은 서로 '최 회장님', '배 이사', '김대리'로 부르면서 함께 사업 이야기를 꺼내면서 이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약 1시간 동안 거나하게 먹고 난 이들은 "계약 체결 시간이 남았으니 잠시 고스톱이나 칩시다"라며 식당 주인 안씨에게 화투를 달라고 했다. 이들은 안씨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판돈을 가지고 고스톱을 쳤다. 또한 식당 주인 안씨에게 수시로 '담배를 사다 달라', '드링크를 사다 달라'는 등 심부름을 시키며, 한 번의 심부름 값으로 30만원의 팁을 건넸다. 약 2시간 고스톱을 친 이들은 식당 문을 나서면서 장소 사용료로 50만원을 지불했다. 그리고 안씨에게 "아주머니 너무 친절하시네요. 그리고 음식 맛도 너무 좋은데요. 아마 내일도 다시 올 것 같다"며 자리를 떴다. 3일만에 본색 드러내 이들은 자신들의 말대로 이튿날 손님이 뜸한 오후 2시께 식당에 보란듯이 나타났다. 물론 그날처럼 입에서는 사업 이야기가 서로 오가면서 고스톱을 쳤다. 또한 주인 안씨에게 선심을 쓰는 듯 100만원이라는 고액의 팁을 주고 식당 문을 나갔다. 3일째 피의자들은 안씨에게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2시간 후면 돈이 들어온다. 지금 고스톱을 치고 싶은 데 현금을 마련해 주면 은행에서 돈을 찾아 1할 이자를 주겠다"고 안씨에게 제의했다. 돈에 현혹된 안씨는 피의자들의 뜻대로 은행에 가서 저금한 돈을 찾았고,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는 것은 물론 주위 사람까지 동원해 1200만원을 그들 손에 건네줬다. 판을 접을 즈음 최씨는 김씨에게 은행에서 돈을 찾아오라고 도장과 통장을 건네주면서 말했다. 잠시 후 김씨로부터 "도장이 바뀌었다"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최씨는 안씨에게 도장을 쥐어 주며 은행에 잠시 다녀올 것을 부탁했다. 안씨가 최씨의 부탁을 들어준 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피의자들은 안씨가 은행에 간 사이를 이용, 1200만원을 들고 보기 좋게 유유히 종적을 감춰버렸다. 이들은 이와 같은 수법으로 서울과 충북 등에서 수차례 범행을 저지른 '노인 사기단'으로 경찰의 표적이 되어 왔다. 경북 상주 경찰서는 "이들의 마수에 걸린 여성들은 3일 후엔 무조건 수천만 원씩을 내줬다"면서 "특히 '자식을 취직시켜 주겠다'는 감언이설로 혼을 빼놓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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