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소재 된 ‘코로나19’…‘전광훈 연계’ 공세 속 통합당에 러브콜 보내는 靑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중),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우)의 모습. ⓒ포토포커스DB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중),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우)의 모습. ⓒ포토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부동산 정책 후폭풍 등으로 문재인 정권과 함께 지지율 부진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 끝에 미래통합당에 밀린 더불어민주당이 법을 개정해 추진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관련해선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도 판세를 뒤집기 위한 대야공세의 칼날은 곧바로 뽑아들었다.

특히 민주당에선 지난 15일 문 정권에 반대하는 인파가 몰렸던 광화문광장 집회를 꼬집어 수도권 내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묻고 당시 일부 전·현직 의원이 참석했던 점을 꼬집어 통합당 압박에 나섰는데, 코로나 방역 성과로 총선에서 웃었던 민주당에 과연 이번에도 ‘전가의 보도’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與 “통합당, 집회 방조 사과하라”…정쟁으로 비화된 코로나19

광화문 집회 하루 전인 지난 14일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을 넘어섰다며 재확산 가능성을 경고했던 정부여당이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등을 주요 집단감염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그가 참석한 8·15집회를 강도 높게 비판한 데 이어 그 공세범위를 통합당으로까지 넓혀가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의 거듭된 만류에도 대규모 집회에 참석했을 뿐 아니라 진단검사의 고의 지연, 불성실한 명단 제출 등 사랑제일교회 측 행태는 국민이 용인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전 목사는 방역을 방해하고 코로나19를 확산시킨 데 대한 법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통합당은 8·15집회를 사실상 방조한 것을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통합당을 몰아붙였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원내대표는 “통합당이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전 목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그를 대변하는 정치인에게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지난 15일 집회에 참석한 홍문표 의원, 김진태·민경욱 전 의원 등을 일일이 거명한 뒤 “집회 참석 의원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고, 당 차원의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민주당에선 박성준 원내대변인을 통해 “전 목사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 집회를 열어 국민을 위험에 빠뜨렸고, 동조한 정치인들은 국민의 안위와 민주주의를 지킬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며 재차 전 목사와 통합당을 연계해 압박했는데, 급기야 범여권인 열린우리당까지 김성회 대변인 논평을 통해 “통합당은 단호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 전 목사를 키운 건 8할이 당신들의 바람”이라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 뿐 아니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도 18일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서울에서 282명으로 가장 많았고 2차 감염지도 나오고 있다면서 지난 2·3월 신천지 집단발생보다 훨씬 더 위기 상황이라고 강조한 데 이어 정세균 국무총리는 같은 날 코로나 사태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19일 0시부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이제 사회적 이슈는 물론 정치권까지 모두 ‘코로나’로 집중되는 모양새다.

◆ 통합당 ‘전광훈 연계’ 일축…“질본 지시 충실하자” 강조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미래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8.15 광화문 집회와 관련 논평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미래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8.15 광화문 집회와 관련 논평을 하고 있다.

이처럼 여당이 지지율 위기에도 다시 대야 강공에 나선 데에는 부동산 역풍을 맞은 이후 마땅히 국면 전환할 소재가 없기도 했지만 최재성 정무수석이 김 위원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청와대에서의 여야 대표 대화 가능성을 타진한 데 이어 민주당도 당초 모법 개정을 통한 강행 의사마저 내비쳤던 공수처 출범과 관련해선 17일 원내대표단 워크숍에서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줬음에도 급할 게 없는 통합당에선 미온적 반응만 보이고 있어 당장의 돌파구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구나 현 정권의 국정운영 실태를 강하게 비판했던 8·15집회 바로 다음날인 16일 문 대통령이 직접 SNS로 “대규모 집단감염원이 되는 일부 교회의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 게다가 격리조치가 필요한 사람 다수가 거리 집회에 참여해 전국에서 온 참석자에 코로나가 전파됐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강제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나가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만큼 청와대와 한 목소리를 내온 여당의 이 같은 움직임은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의 경우 부동산 문제와 마찬가지로 정파나 이념에 관계없이 대다수 국민이 직·간접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민생 관련 현안이다 보니 중도층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정국 주도권을 잡을 전환점이 될 수 있는데, 실제로 코로나19 확산 초기엔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자를 제때 막지 않았다면서 통합당이 정부여당을 몰아붙였지만 공적 마스크 보급과 드라이브 스루 검사 등 적극적인 예방책과 확진자 추적·격리로 코로나19 사태를 전화위복 삼아 총선 압승했던 데 비추어 코로나19는 정치권엔 그 자체로 여론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전가의 보도’인 동시에 대응 여하에 따라 어느 당이든 타격을 받을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그래선지 통합당에서도 18일 여당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전 목사나 광화문 집회와 관련해선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는데, 18일 김은혜 대변인이 “전 목사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책임 있는 자리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못한 데에 응분의 조치가 따라야 한다. 통합당은 전 목사와 아무 관계가 없고 함께 한 적도 없으니 민주당은 국민을 위해 정쟁 욕구를 내려놓으라”고 즉각 맞대응한 데 이어 온라인으로 진행한 이날 지방의회 의원 대상 비대면 연수에선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민주당에선 마치 우리 당이 광화문 시위를 주도한 것처럼 얘기하나 국민이 봤을 적에 굉장히 유치하구나 생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주호영 원내대표는 같은 날 대구시당에서 열린 지역언론인 간담회 직후 광화문 집회와 관련해 “뭘 사과하라는 것인가. 우리가 주최한 것도 아니고 참석을 독려하지도 않았고 마이크를 잡지도 않았는데 여당이 억지로 엮으려고 한다”며 “그렇다면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관련해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장례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거기 사람들이 모인 것은 훨씬 더 비판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아예 민주당에 역공을 가했다.

◆ 김종인, 靑 회동엔 “사안 없고 해결 의지 없으면 무의미”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에게 청와대 회동을 위해 형식과 내용 관련 협의에 바로 착수하자고 입장을 내놨다. ⓒ포토포커스DB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에게 청와대 회동을 위해 형식과 내용 관련 협의에 바로 착수하자고 입장을 내놨다. ⓒ포토포커스DB

다만 코로나19 확산 위기 속에 자칫 야당이 비협조적이란 인상을 줄까 우려한 듯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지시사항에 충실하자”고 당내에 당부했을 뿐 아니라 같은 날 오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선 청와대 회동과 관련해서도 노골적으로 거절하지는 않고, ‘구체적인 의제가 있고, 문 대통령과의 단독 영수회담이어야 하며 결과를 내는 자리일 때 만날 수 있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걸었다.

이에 민주당 송갑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의제가 굳이 단독으로 만나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보기 힘들다. 뭔가 정치적으로 결정하고 타결해야 할 시점이 아니다”라며 김 위원장을 몰아세웠지만 일단 청와대에선 최 정무수석이 “형식과 내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협의해 바로 착수했으면 한다”며 김 위원장을 향해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청와대에서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것에 대해선 관심 없다. 특별한 사안도 없고 해결 의지가 서로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은 채 만난다면 무슨 의미 있겠나”라고 응수한 데 이어 “대화 소재가 정해져도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제가 응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는데, 모처럼 여론에 힘입어 ‘기울어진 운동장’ 상황을 벗어난 만큼 과거처럼 ‘실질적 성과’ 없이 야당과 소통했다는 그림만 만들어줄 청와대 회동에는 절대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발언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이는 주 원내대표 발언으로도 그대로 드러나는데, 그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대통령이 말로만 협치를 얘기하고 실질적인 민주당의 야당을 대하는 태도라든지 국정운영 태도가 전혀 그것과는 관계없어 오히려 대화하려고 모양새 갖췄다는 알리바이용 아닌가”라며 “지금까지 3년 지나면서 당 대표, 원내대표들이 만났던 과정이나 그 이후 보면 만나는 모양새 다음엔 무슨 후속 조치들이 거의 없었다. 7월16일엔 저희 당이 10가지 질문 드렸는데 거기 답하겠다고 하고 전혀 답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다보니 청와대 회동은 여론을 놓고 벌이는 선언적 제스처일 뿐 성사를 전제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데, 김 위원장에 러브콜을 보냈던 청와대조차 이날 고위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대표 회담을 해왔던 전례도 있고 다른 정당의 입장도 있다. (다른 당 대표를) 포함해 격의 없이 형식과 내용으로 얘기를 나누겠다는 취지로 해석하면 되겠다”며 결과물은 차치하고 단독 영수회담이란 형식에 대해서도 이미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얼마 전까지 일방 독주해온 여당에선 좀처럼 출구를 찾기 어려워지자 “협치를 망가뜨린 첫 번째 출발은 김종인”이라며 “김종인은 아무 책임도지지 않는다. 그는 비대위원장을 하고 떠나면 끝이기 때문”이라고 김종인 책임론까지 제기하면서 연일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오죽 답답하면 자꾸 이슈를 만들어서 엉뚱한 짓을 하려고 하는가”라는 18일 김 위원장의 발언처럼 아무 아쉬울 게 없는 그로선 여당의 몸값만 올려줄 정면충돌에 돌입하기보단 중도층을 의식한 ‘로우키’ 행보를 당분간 지속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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