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지지율 ‘악화일로’…與 기반 ‘호남’까지 흔드는 통합당

8월2주차까지 조사한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결과 ⓒ알앤써치
8월2주차까지 조사한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결과 ⓒ알앤써치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심상찮은 여론 동향 때문인지 정권 말기 권력 누수 현상을 빗댄 ‘레임덕’이란 단어에 최근 청와대부터 여당까지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당청 지지율이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 이제는 야당에 역전 당할 수도 있다는 긴장도 일부 비쳐지고 있는데, 그동안 수적 열세로 원내에서 힘을 못 썼던 미래통합당은 모처럼 받은 지지에 힘입어 더불어민주당의 핵심지지기반까지 흔들겠다는 과감한 행보에 나서고 있어 ‘판 뒤집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文 지지율 추락 끝에 곳곳서 ‘취임 후 최저치’ 경신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최근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당장 확인할 수 있는데, 데일리안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지난 10~11일 성인 1000명에게 조사해 12일 발표한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전주보다 3%P 하락한 38.7%로, 지난 2017년 5월 취임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인 동시에 40%선이 무너진 것도 처음이다.

심지어 부동산 문제로 크게 흔들렸던 서울에선 한 주 전보다 7.1%P나 급락하면서 29.1%라는 20%대 지지율을 기록했는데, 반대로 부정평가는 5.2%P 급등해 65.5%로 집계됐으며 TK·PK 등 영남지역은 물론 호남권까지도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연령별로 봐도 부동산 정책 여파로 반발한 30대 뿐 아니라 그간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40대까지 돌아선 것으로 밝혀졌는데, 한 주 전에 51.7%였던 40대의 긍정평가 비율은 이번 주엔 43.2%로 떨어진 반면 부정평가는 같은 기간 동안 5.2%P 급등한 65.5%를 기록했으며 18세 이상 20대 연령층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가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뿐 아니라 뉴시스의 의뢰로 지난달 주말·휴일을 제외한 1~31일 전국 성인 1만1568명에게 실시해 같은 날 발표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월간 정례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결과 역시 부정평가는 49%로 오른 데 반해 긍정평가는 46.8%로 떨어져 올해 최저치를 경신했는데,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 5월 조사 당시의 긍정평가 61.6%란 기록이 무색할 정도로 불과 두 달 새 14.8%P나 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결과는 부동산 정책부터 청와대 참모진들의 다주택 보유 논란 등 부동산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과열 현상이던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주장한 데 이어 청와대 이호승 경제수석까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조만간 시장 안정 효과를 더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해 부동산 후폭풍에 따른 민심 이반 현상과는 동떨어진 반응이란 야권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제각기 ‘靑 엄호’와 ‘쓴 소리’로 갈라진 여당…레임덕 전조?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좌)과 김종민 의원(우). 사진 / 오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좌)과 김종민 의원(우). 사진 / 오훈 기자

특히 야권에선 다주택 논란에 휩싸였음에도 끝내 매각하지 않은 채 청와대를 떠났던 김조원 전 민정수석 사례를 고리로 한층 공세수위를 높였는데, 급기야 김 전 수석이 지난 1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 나타나지 않고 ‘뒤끝 퇴직’했다고 지적하면서 조기 레임덕 전조라고 주장하자 ‘레임덕’에 민감한 청와대에선 11일 강민석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김 전 수석은 당초 10일부터 휴가 떠날 계획이었다. 뒤끝 퇴직은 상당히 오해”라고 즉각 해명에 나섰다.

비록 김 전 수석을 교체했음에도 앞서 김 전 수석을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11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데 이어 같은 당 우원식 의원도 이날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김 전 수석) 그분이 처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던 와중이었기에 야권까지 김 전 수석 비판에 뛰어들면 오히려 정권을 흔드는 태풍으로 발전할까 우려한 청와대가 급히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래선지 민주당에서도 김종민 의원이 11일 KBS 1TV 사사건건에 나와 김 전 수석과 관련해 “공직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해를 받아도 참고 넘어가는 건데 그만둔 사람에게까지 얘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모르는 문제에 대해 아는 척하고 얘기하면 안 된다”며 청와대와 한 목소리를 냈고, 한병도 의원도 같은 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 레임덕 징후가 나온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문 대통령이 레임덕이란 평가는 시기상조다. 총선을 통해 176석이 확보됐기 때문에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적극 엄호에 나섰다.

하지만 같은 당 우원식 의원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종민 의원의 인터뷰를 보고 어이없어 한마디 하는데, 그만둔 사람이더라도 문 정부의 청와대 수석이면 사직해도 문 정부에 책임이 있는 사람 아닌가. 그 사람이 국가를 운영하던 직책을 아파트 하나 보존하기와 바꾸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되는 게 옳은가”라며 “우리는 국민 앞에서 오만하게 보여선 안 된다”고 일침을 가해 뚜렷이 대비됐는데, 청와대만 의식하기보단 최근 여론 변화를 더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 지지율만 부진한 게 아니라 최근 민주당 지지율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통합당의 급격한 상승으로 역전 위기까지 직면한 상황인데,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3~7일 전국 유권자 2520명에게 조사해 10일 발표한 8월 1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95%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은 35.1%의 지지율로 통합당의 격차가 불과 0.5%P로 좁혀진데다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에서까지 통합당이 6%P 상승하면서 총선 직후 동 기관 조사 때보다 2배 가까이 오른 18.7%를 기록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실정이다.

다만 우 의원은 당청관계 균열로 비쳐질까 우려한 듯 해당 내용을 결국 삭제했고, 같은 날 정청래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 궁궐에 갇혀있다…與서 쏟아진 레임덕 우려’란 제목의 조선일보 보도를 인용하면서 “이런 이간질 기사에 당하면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똘똘 뭉쳐 방어막을 쳐야 한다”며 내부 결속을 강조했는데, 역설적이게도 정 의원조차 문 정부에서 수도권 주택공급 방안을 발표한 지난 4일 “상암동은 이미 임대비율이 47%에 이르는데 또 임대주택 지어야 하나. 이렇게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게 어디 있나”라고 반발한 바 있어 사실상 여당에서도 청와대와 별개로 각자도생을 모색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틈 노린 통합당, ‘與 지지 기반’ 호남 공략까지 시동 거나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지난 10일 장마피해를 입은 전남 구례의 5일장을 위문 방문해 김영록 전남지사, 김순호 구례군수와 함께 수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전라남도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지난 10일 장마피해를 입은 전남 구례의 5일장을 위문 방문해 김영록 전남지사, 김순호 구례군수와 함께 수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전라남도

이처럼 당청관계에 균열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시선에 일단 민주당에선 12일 허윤정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을 통해 “당청 간 이견은 전혀 감지된 바 없고 당청 주도권 문제가 인식된 계기가 된 것도 없었다”면서 대통령 레임덕 우려에 대해서도 “아직 그런 것을 제기할 상황이 아니고, 청와대 인사 문제도 얘기들이 나오는데 저희는 전혀 그렇게 인식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지만 불협화음이 감지될 만큼 내부가 흔들린 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제1야당인 통합당은 본진까지 치고 들어가는 과감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일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최근 호남에서 통합당 지지율이 일부 상승한 점도 있지만 4대강 사업에서 포함되지 않은 섬진강 일대가 수해 피해를 크게 입은 점을 고리로 여당 지지기반인 호남지역을 흔들어놓겠다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본진 공격’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는 지난 10일 당초 예정에도 없던 전남 구례를 민주당보다 먼저 전격 방문해 직접 수해 피해현장을 살폈던 김 위원장의 모습에서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데, 그는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그동안 통합당이 지나칠 정도로 호남지역에 크게 관심을 표하지 않았다”며 오는 19일엔 광주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겠다고 밝혔고, 이날 김 위원장이 보고 받은 통합당의 새 정강정책에는 최초로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이어받는다’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통합당에선 호남 확장을 염두에 두고 비대위원장 직속의 ‘국민통합특별위원회’도 발족하기로 했는데, 전북 전주 출신의 정운천 의원을 위원장으로 내정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호남으로의 외연 확장 의지를 확실하게 드러냈다.

무엇보다 앞으로 남은 선거 일정은 내년 재보선과 내후년에 있을 20대 대선이란 점에 비추어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가 핵심인 재보선보다는 특정지역 표심에만 호소해선 승리하기 어려운 차기 대선을 내다본 전략이란 시각이 우세한데, 재보선의 경우 기존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이 성추행 의혹 속에 자리를 비운데다 부동산 문제 등으로 현 정권에 대한 서울 민심까지 이탈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지만 대선은 아직 통합당에서 뚜렷한 유력후보가 나오지 못했다는 부담감이 없지 않기에 인물보단 정당에 대한 호감도부터 올리는 사전작업에 나선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물론 여당에서도 지지기반마저 흔들릴까 우려해 차기 당권주자들까지 전북 남원을 찾아 신속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약속하고, 문 대통령도 같은 날 “시군 단위로 지정할 여건이 안 되면 읍면동 단위로 세부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직접 경남 하동과 전남 구례 등 영·호남을 아울러 집중호우 피해 현장을 찾는 등 맞불작전에 나섰다.

그렇지만 통합당도 질세라 12일 정운천, 추경호, 김기현, 배준영 의원 등 국회 예산결산특위 소속 통합당 의원들이 전북 남원과 전남 구례, 경남 하동의 수해현장을 돌며 예산 지원을 약속했고, 13일엔 주호영 원내대표와 당직자들이 전북 남원에서 수해복구 봉사활동에 나설 예정인데다 당헌·당규에 총선 비례대표 공천 중 일정 비율을 호남 출신으로 배정하는 규정을 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과연 어느 쪽이 호남 민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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