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주도권 경쟁 치열…민심 포섭 위해 수재의연금 기부도 서로 나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지도부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4대강 사업 등과 관련해 온도차를 보였다. 사진 / 오훈(위), 김병철(아래)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지도부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4대강 사업 등과 관련해 온도차를 보였다. 사진 / 오훈(위), 김병철(아래)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부동산 정책 후폭풍과 검찰 인사 논란, 일방적 입법 처리 등으로 민심 이반 상황에 직면한 정부여당이 설상가상으로 전국적 수해까지 맞으면서 불만 여론이 한층 늘어가자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반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한껏 상승세를 끌어올리고자 이번 수해와 관련한 정부 대응을 강력 성토하고 있는데, 벼랑 끝으로 몰린 민주당도 맞대응에 나서면서 자칫 여야 정쟁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 수해로 정치권서 다시 불거진 ‘4대강 효과 유무’ 논쟁

가장 먼저 떠오른 화두는 지난 2009~2011년 이명박 정부가 22조원의 예산을 투입했던 4대강(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사업으로, MB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역임했던 정진석 통합당 의원이 지난 9일 페이스북에 “4대강 사업이 없었으면 이번에 어쩔 뻔했느냐 얘기를 많이 듣는다. 4대강 사업 끝낸 후 지류 지천으로 사업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에 좀 더 잘 방어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지금도 4대강 보를 부수겠다고 기세등등해 참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진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이를 놓고 여야 공방이 벌어졌다.

당장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냈던 친문 핵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통합당 일부에서 섬진강 등에 4대강 사업을 했다면 이번 물난리를 막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정말 어처구니없다”며 “4대강 사업의 폐해는 이미 온갖 자료와 연구로 증명됐다. 야당은 남 탓부터 하고 있는데 정말 제정신인가”라고 응수했다.

이 뿐 아니라 최고위원 후보로 나온 같은 당 노웅래 의원까지 이날 “전국이 집중호우로 피해 보는 와중에 뜬금없이 4대강 사업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정말 생뚱맞은 소리”라며 “MB가 한 사업은 이미 치수가 거의 완벽히 이뤄져 있던 4대강 본류에 대한 사업이고 홍수 피해가 주로 발생하는 산간 지방과 지류는 내버려 둔 채 큰 배가 지나다니도록 강바닥만 깊게 파헤쳐 놓아 생태계를 교란시켜 놓은 사실상의 운하사업”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노 의원은 “4대강 사업이 홍수 피해와 관련 없다는 것은 이미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과 현 정부인 2018년 총 두 차례의 감사원 감사에서도 밝혀진 바 있다”며 “재난을 핑계 삼아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려는 통합당의 치졸한 꼼수, 이번엔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고 맞불을 놨다.

하지만 앞서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MB시절 4대강 정비에 이은 지류, 지천 정비를 하지 못하게 그렇게도 막더니 이번 폭우 사태 피해가 4대강 유역이 아닌 지류, 지천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그대들은 이제 실감하는가”라고 여당을 비판했었는데,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2011년 4대강 지류·지천 정비 사업 계획도 발표했었으나 민주당 등 진보진영의 반대에 새누리당 내 친박계에서도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동력을 상실했었던 만큼 여당의 이 같은 비판은 도리어 자충수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다만 당시 야당(민주당)이 표면적으로 반대하기는 했어도 당초 지류부터 먼저 정비해야 한다던 환경단체들의 주장처럼 2011년 당시 사업은 지류 정비 사업에 해당했던 만큼 격하게 막진 않아 관련 상임위 심사에선 오히려 예산도 정부에서 제출한 국가하천정비예산안보다 소폭 증액돼 통과된 바 있기에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또 민주당에선 설훈 최고위원이 10일 당 최고위 회의에서 “4대강 사업은 홍수예방 사업이 아닌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재추진을 위한 사전 작업 성격이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주장하는 등 2013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친 감사원의 4대강 감사 결과를 적극 내세우고 있는데, 실제로 2013년 7월 박근혜 정부 감사 결과에선 “추가 준설 없이도 홍수에 대처 가능”, 2018년 7월 문 정부에선 “홍수 피해 예방가치는 0원”이라고 나온 바 있지만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실 산하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는 2014년 12월 “4대강 사업 주변 홍수 위험지역 중 93.7%가 예방효과를 봤다”고 발표했었던 만큼 통합당은 이를 ‘아전인수’식 공세로 보고 있다.

그래선지 김종인 비대위원장까지 10일 “4대강 사업 자체에 대해 여러 말들이 많았지만 이번 홍수를 겪으면서 섬진강이 4대강 사업에서 빠졌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얘기하던 사람들이 잘못된 판단을 한 것 아닌가”라고 힘을 보태고 있는데,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4대강 사업에 포함됐던 낙동강 제방도 지난 9일 무너졌던 점을 꼬집어 “4대강으로 건설한 보가 물의 흐름을 방해해 수위가 높아지면서 강둑이 못 견딜 정도로 수압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진위 여부는 여야 간 정쟁 수준을 넘어 전문가의 본격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시작된 ‘4대강 공방’이 점점 격화되자 급기야 문 대통령까지 뛰어들었는데, 10일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그는 “4대강보가 홍수조절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회”라며 “댐의 관리와 4대강보의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과 함께 깊이 있는 조사와 평가를 당부한다”고 주문해 과연 어떤 결론이 나올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산사태 빈발로 文정부 ‘태양광 발전’도 도마에…野, 감사 요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0일 최고위 회의에서 태양광 사업과 산사태 간 연관성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0일 최고위 회의에서 태양광 사업과 산사태 간 연관성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비단 4대강 사업의 홍수예방 효과 논란 외에도 현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과 더불어 힘을 실었던 태양광 등 친환경 발전 사업이 이번 재해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놓고 논쟁이 일고 있는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수해는 기후 변화에 따른 천재지변 성격도 있지만 정책 오류에 따른 인재 성격도 있을 것”이라며 태양광발전시설과 산사태 등 수해 연관성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제안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산이면 산마다, 골이면 골마다 온 나라를 파헤쳐 만든 태양광 시설은 자연적인 홍수 조절 기능을 마비시켰다고 한다. 인허가 과정에서 비리 의혹도 날로 커지고 있는데 지금 계획된 태양광 시설 설치는 전면 보류해야 한다”며 “이번 달 예정된 국회 결산임시회에서 여야가 의결해줄 것을 제안하고 이걸로 부족하면 범야권 공동으로 태양광 비리와 수해 피해의 구조적 문제점을 밝히는 국정조사 실시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뿐 아니라 그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한편 태양광 발전의 문제점도 지적해온 통합당 역시 김미애 비대위원이 같은 날 회의에서 “탈원전 반대급부로 산지 태양광 시설이 급증하면서 전국 산지가 산사태에 노출됐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김 위원장조차 이 자리에서 “집중호우와 함께 산사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데 태양광 발전시설의 난개발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다만 산림청에 따르면 이번 홍수로 지난 9일 기준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은 전체 1만2721곳 중 12곳(0.09%)에서 피해가 발생했고 전체 산사태 피해(1079건) 대비 1.1%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일단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홍수가 지나 산사태에 대한 전반적인 검증을 해보면 태양광발전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판명날 것이다. 그때 국민들이 어떻게 다룰지 생각하면 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야권이 태양광 국정조사 등을 추진하려 해도 압도적 다수인 민주당은 에너지 특위 설치 제안까진 받아들일 수 있으나 태양광 국조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현실화되기 어려운 실정인데, 안 대표가 제시한 감사원 감사조차 최근 문 정부와 최재형 감사원장 간 ‘불편한 관계’를 감안하면 실현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초미지급’ 與, 야권이 주장한 ‘수해 추경’ 검토…세비 기부도 경쟁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10일 장마피해를 입은 전남 구례 수해 현장을 전격 방문해 김영록 전남지사, 김순호 구례군수와 함께 피해가 극심한 현지 5일장을 둘러보고 있다. ⓒ전남도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10일 장마피해를 입은 전남 구례 수해 현장을 전격 방문해 김영록 전남지사, 김순호 구례군수와 함께 피해가 극심한 현지 5일장을 둘러보고 있다. ⓒ전남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권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이 형성되어 있어 여당의 압박도 두려울 게 없다는 모습인데, 실제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업체 4개사가 지난 6~8일 전국 성인 1005명에게 실시해 10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여당의 단독 법안 및 추경안 통과는 야당과의 협의를 무시한 ‘다수 의석’ 집권여당의 독단적 행동이라고 답변한 비율이 53%를 기록했으며 ‘총선 민심이 반영된 의석 구조에 따라 일하는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그러다보니 여당에선 민심 수습 뿐 아니라 야권과 협치하는 자세도 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결과인지 10일 민주당에선 통합당과 국민의당에서 제기해온 수해 복구를 위한 추경 편성 등을 논의할 고위 당정 협의를 오는 12일 개최하겠다고 천명한 데 이어 의원들의 휴가 반납은 물론 세비도 수해 성금으로 일부 기부할 방침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러자 앞서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연말까지 국회의원 세비 30%를 기부하는 캠페인을 하던 통합당에선 한 달 치 세비를 수재의연금으로 기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는데, 수해 상황을 계기로 민심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운 양당은 10일 수해 대응 차원에서 민주당이 호남, 충청 전당대회 일정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하면 통합당에선 수해 점검 등을 감안해 새 당명 발표 시기를 미루겠다면서 호남으로 내려가 수해현장 점검에 나서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 통합당은 섬진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직격탄을 맞은 호남지역도 당초 일정에 없었으나 추가해 방문하면서 여당의 지지기반까지 흔들겠다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지난 3~7일 전국 유권자 2520명에게 조사해 10일 발표한 8월 1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95%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창당 이후 가장 좁혀진 0.5%P를 기록한 데 따른 자신감으로 풀이되고 있어 이번 수해 상황을 계기로 정치권 판도까지 뒤집힐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