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윤석열 물러나라”…통합당 김종인 “尹 물러나면 대선주자로 만날 수도”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40일 만에 침묵을 깨고 지난 3일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란 점을 명심하고 어떤 경우에도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법 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발언한 이후 정치권에 바야흐로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비록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나 최근 검언유착 의혹 수사 관련해 검사 간 몸싸움 등 검찰 관련 이슈에 대해선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았으나 ‘민주주의란 허울을 쓴 독재’나 ‘권력형 비리’ 등을 거론한 데 비추어 사실상 현 정권과 여당에 각을 세운 모양새란 평가가 나오고 있어 이를 계기로 ‘윤석열 대망론’에 힘이 실리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윤석열 발언에 격앙된 與…“윤석열 물러나라” 공개요구

지난 3일 윤 총장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가장 격앙된 반응을 보인 곳은 더불어민주당인데, 마치 자신이 직격탄이라도 맞았다는 듯 법조인 출신 의원들부터 당권주자들에 이르기까지 한 목소리로 윤 총장 비판대열에 앞 다투어 동참했다.

박범계 의원은 4일 트위터를 통해 “전체주의 전국 검사장들을 일렬대오로 세우는 것은 자유주의인가. 권력형 비리에서 검찰 권력의 비호는 제외한다는 말”이라고 윤 총장에 맞불을 놨으며 김용민 의원도 “민주주의 지킨다는 명분으로 사건 조작하는 잘못은 뿌리 뽑겠다. 지금 상황은 검찰 독재가 문제”라고 지적했고, 같은 당 유기홍 의원 역시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정작 윤 총장 본인에게 해야 할 말 아닌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신정훈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인이 되어버린 윤 총장’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독재니 전체주의니 하는 말은 요즘 일종의 유행어로 야당과 보수언론이 현 정부에 어떤 낙인을 찍기 위해 쓰는 말인데 그러고 보면 윤 총장도 꽤나 트렌드를 쫓는 인물인가 보다”라고 비꼰 데 이어 같은 날 추가로 올린 글에선 “윤 총장을 비판했더니 뜻밖에 조선일보가 저에 대한 공격을 퍼부으며 윤 총장을 엄호하고 나섰다. 생각보다 양측 관계가 끈끈한 모양”이라고 에둘러 유착 의혹까지 내비쳤다.

여기에 당권주자인 이낙연 의원도 4일 “검찰총장, 감사원장 그 누구도 직분에 충실해주기 바란다”고 뼈 있는 말을 던졌으며 박주민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총장의 ‘민주주의’ 발언은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대해 귀를 막는 것”이라고 꼬집은 데 이어 같은 날 국회에서도 “윤 총장의 어제 발언은 현안 발언이 아니라 정치색이 짙은 발언”이라고 질타했다.

다만 김부겸 의원만 4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윤 총장의 발언에 대해 “검찰총장이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 아닌가. 너무 과도하게 의미부여 안 했으면 좋겠다”며 “그렇게 반응하면 할수록 윤 총장이 대단한 정치 지도자인 것처럼 된다. 내버려두면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그 정도는 정리할 것”이라고 밝혀 다른 당권주자들과 시각차를 드러냈다.

그럼에도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은 잦아들기는커녕 최고위원 후보자들까지 경쟁하듯 뛰어들었는데, 이원욱 의원은 4일 SNS를 통해 “임명권자 위에 서려는 검찰총장을 보며 검찰이 그간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서 작용해왔던 모습을 뚜렷하게 읽을 수 있다. 검찰정치를 하고 싶다면 검찰총장 그만두고 정치하라”고 직격했으며 신동근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윤 총장이 검찰개혁 반대를 넘어 반정부 투쟁 선언을 했다”고 글을 올린 데 이어 5일 경인방송라디오 ‘김성민의 시사토픽’에선 “정치적으로 논란 일어나는 발언하면 안 된다”고 윤 총장을 비판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5일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5일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급기야 윤 총장에 대한 사퇴나 탄핵 주장까지 공공연히 나오기에 이르렀는데,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였던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은 윤 총장을 탄핵하고 추 장관은 그를 징계해야 한다”고 역설했으며 5일엔 지도부 일원인 설훈 최고위원마저 최고위 회의에서 “윤 총장의 최측근은 정치공작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윤 총장이 최측근을 보호하려다 상급자와 마찰을 겪었다. 윤석열이야말로 ‘엄격한 법 집행’, ‘진짜 민주주의’를 언급할 자격이 없고 이제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물론 설 최고위원은 지난 6월에도 윤 총장이 추 장관과 갈등을 빚자 “임기 보장과 상관없이 갈등이 일어나면 물러나는 게 상책”이라며 이미 윤 총장 사퇴를 주장한 바 있으나 당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홍정민 의원이 지난 4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검사로서 당연히 간직해야 할 자세를 원론적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밝힌 데다 청와대 역시 “윤 총장 발언을 언론이 해석한 데 대한 입장을 언급하는 게 부적절하다”며 말을 아낀 데 비추어 당 차원에선 직접 대응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음에도 이 예상을 깨버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 ‘윤석열 발언’ 비호 나선 통합당, ‘공수처 반대’로 공동전선 형성?

여러 이유 중 하나로는 당면과제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때문인 것으로 비쳐지는데, 이에 반발하는 검찰 측 목소리를 확실히 눌러두지 않으면 정부여당이 추진해온 검찰개혁은 물론 대권주자로까지 떠오른 그에게 자칫 국정 동력 전반이 밀려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윤 총장의 발언이 나온 지 하루 뒤 박주민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 (본회의에서 처리된) 공수처 법안과 관련해 좀 비판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는 것 같다”고 입장을 내놨으며 이해찬 대표는 5일 최고위 회의에서 “제 식구 감싸기를 했던 과거의 검찰은 이제 끝내야 한다”면서 “공수처 출범 지연을 용인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표는 공수처 설치 법정시한이 지난달 15일이었음을 상기시키면서 “미래통합당은 8월 국회 시작 때까지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선임해 법적 책임을 다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공수처 출범을 위한 다른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통합당에 엄포를 놓기도 했는데, 이런 상황 때문인지 통합당은 윤 총장 발언에 대해 연일 호평을 쏟아내면서 한껏 힘을 실어주고 있다.

먼저 지난 3일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이 구두논평을 통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칼잡이 윤석열의 귀환을 환영한다”고 입장을 내놓은 데 이어 주호영 원내대표가 4일 “윤 총장이 말했던 결기를 수사자휘를 통해 구현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내비쳤고, 김도읍 의원도 “민주주의 허울을 쓰고 합법을 가장해 민주주의가 우리도 모르게 무너지고 있는 생각을 하는데 윤 총장도 같은 고민을 했구나“라고 공감대를 표했으며 조수진 의원 역시 ”말 안 듣는 검찰총장 끌어내리려 ‘집단 이지메’하는 게 독재“라고 윤 총장 옹호에 적극 나섰다.

이 뿐 아니라 대권잠룡인 원희룡 제주지사마저 페이스북을 통해 ”윤 총장이 맞서 싸우는 사람들을 보면 누가 헌법주의자인지, 민주주의자인지, 법치주의자인지 알 수 있다“라고 윤 총장 비호에 나섰으며 유상범 의원은 4일 본회의장에서 공수처 관련법 반대 토론을 통해 ”여권에선 공수처를 발족하면 제1호 수사대상으로 윤 총장을 언급하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에 도전하는 자들은 공수처를 이용해 가차 없이 잘라버리겠다는 선전포고“라고 역설했는데, 유 의원을 포함한 법사위 소속 통합당 의원들은 5일엔 아예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총장 입장에선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할 수 없단 위기의식이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통합당이 적극 윤 총장 엄호에 나선 가운데 그간 수적으로 쟁점법안을 밀어붙여온 여당은 검사의 1차적 직접 수사를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한정하고 직접수사범위도 6대 범죄로 국한시킨 ‘권력기관 개혁법’ 추진에 나서며 검찰에 대한 압박수위를 한층 높여가고 있는데 9월 정기국회에선 공수처 출범을 비롯해 검찰과 야당에 본격 강공을 펼치는 것은 물론 윤 총장에 대한 거취 정리 요구도 이전보다 노골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존재감 과시한 尹, ‘옷 벗게 되면’ 野 대권주자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 ⓒ리얼미터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 ⓒ리얼미터

사실 윤 총장의 한 마디가 정치권에 파장을 몰고 오는 데에는 그가 여야를 막론하고 현 정권 뿐 아니라 전임 정권에도 맞섰을 만큼 ‘강골’일 뿐 아니라 뚜렷하게 떠오르는 차기 대권주자가 없는 야권에 ‘대안적 존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인데, 이미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달 27∼31일 전국 성인 2560명에게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95%신뢰수준±1.9%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윤 총장은 지난달보다 3.7%P 오른 13.8%를 기록하며 3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그보다 앞선 대권주자들은 여당 소속인 이낙연 의원(25.6%)과 이재명 경기지사(19.6%) 뿐이고, 윤 총장의 뒤를 잇는 후보로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5.8%)인데 그 격차가 상당하다 보니 사실상 두자리수 지지율을 얻은 야권 내 대권 선두주자로선 본인의 출마 표명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윤 총장이 유일한 실정이다.

그래선지 지난달 14일만 해도 대권후보로 윤 총장을 영입할지 묻는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의 질문에 “그분이 실질적으로 대권에 대한 어떤 야망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던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엔 “윤 총장에 대한 재신임을 밝히거나 어떤 조치를 하라”고 문 대통령에 요구한 데 이어 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선 ‘검찰총장으로 내려오면 윤 총장을 대선후보급으로 만날 수 있나’란 질문이 나오자 “윤 총장 본인 의사에 달려 있다”고 영입 의사를 내비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위원장은 대선주자 중 여당 후보인 이 의원과 이 지사가 부각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그들의 현 지지율이 대선까지 직결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는데, 윤 총장이 일으킨 ‘나비효과’가 권력기관 개편을 둘러싼 여야 간 신경전을 넘어 차기 대권구도에까지 과연 어떤 여파를 일으킬 것인지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윤 총장의 다음 행보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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