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폭 넓힌 李에 與 당권주자들 ‘촉각’…김부겸·이낙연에 이어 野 원희룡까지 만나

여권 잠룡으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0일 오전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여권 잠룡으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0일 오전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이후에도 여전히 자세는 낮추고 있지만 나날이 대권주자들과의 접촉을 늘려가면서 자신의 몸값을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 대권경쟁자 이낙연-이재명, 첫 만남선 서로 덕담하며 ‘한 목소리’

이 지사는 30일 더불어민주당의 대선주자이자 당권주자이기도 한 이낙연 의원과 경기도청에서 만났는데, 서로 대권경쟁자이기도 한 이들은 첫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이 “그동안 국난극복에도 많은 도움을 주시고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 해결에도 앞장서서 도움을 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감사 인사를 전한데 이어 이 지사도 “총리 하실 때 워낙 행정을 잘하고 경험도 많고 행정능력도 뛰어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도 보필 잘해줘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정말 감사하다”고 덕담을 건네는 등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대화를 나눴다.

특히 이 지사는 당권주자인 이 후보를 향해 “민주당이 지방권력에 이어 국회권력까지 차지해 국민의 기대가 높다. 엄중한 시기여서 경륜이 있고 능력이 높으신 이 후보님께서 당에서 큰 역할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는데, 이에 이 의원은 “거대 여당을 만들었는데 첫걸음이 뒤뚱뒤뚱하는 것 같아서 국민에게 미안하다”면서 이 지사가 추진 중인 정책에 대한 얘기를 꺼낼 땐 수첩까지 꺼내 받아 적는 모습도 보였다.

이 지사 역시 “토론회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해 겁이 나서 집을 사고 싶은 공포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집(기본주택)을 만들어주는 게 핵심이라고 말하셨는데, 저와 의견이 일치하는 것 같다”며 이 의원에게 적극 다가섰는데, 이 의원도 싱가포르 모델을 거론하면서 “평생주택이란 개념으로 접근해 100만호 정도 공급하면 영향이 있지 않을까. 지사님 아이디어와 제 생각도 있고 중앙정부 정책도 있는데 접점을 찾아서 접점이 있으니 접점을 찾아 상승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또 이 지사는 기본소득과 부동산 기본소득 토지세 부과 등도 강조하면서 이 의원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는데, 이 의원은 일부 공감대를 표하면서도 부동산 관련 세금 증액에 대해선 “추가되는 부동산세는 국민들이 징벌로 인식하기 때문에 저항이 커지지 않겠나. 그 문제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온도차를 내비치기도 했다.

◆ 與 전당대회, 이재명이 판도 흔드나…‘김부겸 연대설’ 나온 뒤 李 찾은 이낙연

여기에 이 의원이 앞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지사와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진 점과 관련 “민심은 움직이는 것이고 그런 일이 앞으로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어 이날 이 의원의 행보는 당권경쟁자인 김부겸 전 의원과 이 지사가 연대할까 우려한 결과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 지사는 지난 27일 경기도청을 찾은 김 전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후보님은 과거에 저를 (성남시장 후보로) 공천해준 공천심사위원장이었다.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꿈을 잘 피우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으며 김 전 의원도 “코로나19로 어려운 국민, 도민들한테 희망의 씨앗을 계속 키워줘서 감사드린다”고 화답하는 등 양측 간 밀월관계를 연상시킨 바 있다.

더구나 이 의원과 이 지사의 회동 역시 경기도 측에선 전날 “이 후보 측의 요청한다”고 밝혀 이 같은 시각에 힘이 실리고 있는데, 반면 이 의원은 “경기도의회에 가는데 지사님 뵙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김 전 의원도 이 지사에 먼저 만남을 요청했다는 점에서 이 지사가 당권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란 지적도 없진 않으나 혹여 이 의원이 당 대표 경선에서 대권잠룡으로도 평가받아온 김 전 의원에 패해 당권을 잡지 못할 경우 설령 김 전 의원이 당 대표 당선 시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고 해도 이 의원의 향후 대선가도엔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 지사가 어느 쪽에 힘을 싣는지는 8·29전당대회에 충분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비록 이 지사는 28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연대를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연대할 필요도 없고 그런 게 김 전 의원에게 도움이 될 리도 없다”며 “내가 경기지사로 도정을 하는 사람인데 그렇게 정치적 태풍, 정치적 논쟁의 와중에 끼어들 이유도 없다”고 ‘김부겸 연대설’에 선을 그었는데, 한편으로는 이 의원은 물론 “민변 후배이기도 한 박주민 의원이 오면 똑같이 격려해줄 것”이라며 또 다른 당권주자인 박 의원까지 만날 가능성을 열어두는 태도를 보였다.

중앙정치에서 활동하는 민주당 당권주자들이 여러 지자체장 중 한 명인 이 지사를 굳이 만날 이유는 없음에도 굳이 이 같은 발언을 덧붙인 데에는 이런 ‘전략적 모호성’으로 자신의 몸값을 높임으로써 그와 대권경쟁을 할 당권주자를 기선 제압하겠다는 심산도 없지 않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이를 의식했는지 이 의원은 자신에 대해 ‘엘리트’라고 최근 이 지사가 표현한 데 대해서도 “특별히 더 보탤 말씀이 없다. 내가 엘리트 출신이라기보다 엘리트 대학을 나왔다고 이 지사가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면서 별다른 맞불을 놓지 않는 자세를 취했다.

◆ ‘떨어지는 가랑잎도 조심?’…지지율 상승에도 자세 낮춘 이재명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 ⓒ이재명 지사 페이스북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 ⓒ이재명 지사 페이스북

마찬가지로 지사직 상실 여부가 걸렸던 대법원 판결 이후 숨통이 트인 이 지사도 이전과 달리 지지율이 오를수록 자신을 가급적 낮추면서 우군 확보에 우선 힘쓰는 모습인데, 지난 28일 유튜브 ‘김용민TV’와의 인터뷰에서 19대 대선 경선 중 자신이 대권경쟁자였던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몰아세운 과거와 관련 “당시 지지도도 조금 오르고 해선 회까닥했다. 싸가지가 없었는데 그 일이 큰 약이 됐다”고 밝혔으며 차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맡겨주면 피하진 않으나 현재에 만족하고 더 큰 역할을 굳이 쫓아가진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지사는 3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본소득 연구포럼 창립총회에선 “죽음의 문턱에서 되돌아올 수 있게 많이 도와주셔서 의원님들께 특별히 감사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으며 참석한 여당 의원들은 그에게 환호와 박수를 보냈는데, 우군 확보를 위한 이 같은 노력이 효과가 있는지 당내 비문격인 4선의 정성호 의원을 중심으로 김영진. 김병욱, 이규민 의원 등은 일찌감치 이재명계로 분류되고 있으며 앞서 대법원 판결 이후 처음 열렸던 지난 23일 국회 행사에도 이미 20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행사장을 찾기도 했다.

이처럼 현역 여당 의원들이 이 지사에 몰리기 시작한 이유는 최근 이 지사의 대선후보 지지도가 상승하면서 그간 선두를 지키던 이 의원과의 격차를 바짝 좁혀가고 있는 상황 때문이기도 한데,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S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24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 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이 의원이 28.4%, 이 지사는 21.2%를 기록한 바 있다.

심지어 이 지사는 부산·울산·경남에서 이 의원과 비슷한 지지율을 보였으며 대구·경북에선 윤석열 검찰총장까지 3자가 오차범위 이내 격차만 보였는데, 지지정당이 없거나 모른다는 무당층에선 이 지사가 이 의원보다 3.5%P 높은 17.1%를 얻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사는 30일 ‘기본소득 연구포럼 창립총회 및 세미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의원과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데 대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게 사람 마음이고 바람 같은 것”이라며 “작은 성과에 대한 국민의 격려일 텐데 더 열심히 하라는 말씀으로 이해한다”고 겸손한 자세를 견지했고, 같은 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출범2년 도정만족도 79%, 시도지사 직무수행평가 1위 역시 부지사의 노고 덕분”이라고 한편으로는 자신의 성적을 홍보하면서도 공은 다른 이에게 돌리는 태도를 보였다.

◆ 李, 野 대권주자까지 만나며 정책·행동력 ‘승부수’ 삼아 존재감 부각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8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경기도 종합 부동산 대책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재명 지사 페이스북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8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경기도 종합 부동산 대책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재명 지사 페이스북

대신 이 지사는 경쟁자들과의 충돌이 아니라 자신의 공약, 정책이나 실행력 등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듯 지난 28일 간부급 도청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실거주용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소유 주택을 연말까지 모두 처분하지 않으면 인사 불이익을 주겠다면서 정부보다 한층 강력한 ‘경기도 부동산 주요 대책’을 발표해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던 “30일부터 휴가” 선언도 잠시 미룬 채 30일엔 국회에서 열린 ‘기본소득 연구포럼 창립총회’에 참석해 자신이 공약한 기본소득 구상을 풀어냈다.

이 자리에는 ‘중대한 잘못이 있으면 무공천하겠다’던 이 지사가 돌연 이를 번복한 데 대해 “깨끗하게 사과하라”고 지난 23일 촉구했던 원희룡 제주도지사까지 참석했는데,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야권 대권잠룡 중 하나인 한 원 지사도 이 지사가 소비수요 부족에 따른 저성장 극복을 위해선 기본소득으로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하자 “이 지사와 내가 하는 부분이 맞닿는 점이 있다면 경험을 교류하며 실현 지속 가능한 방향을 함께 추구하도록 할 것”이라고 적극 손을 내밀었다.

이렇듯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정치인들이 이 지사와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밴드왜건’ 효과를 보려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 지사 역시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되는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다 보니 연일 보폭을 넓혀가고 있어 정치판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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