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7월국회 내 처리’ 예고대로 부동산법·공수처법 의결…통합당, 강경 대응 기류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미래통합당 김도읍 간사와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상정을 두고 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미래통합당 김도읍 간사와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상정을 두고 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176석을 앞세운 여당의 일방통행으로 개원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은 21대 국회에 벌써부터 파국 전조가 감지되고 있다.

이미 지난달 말에도 상임위에서 사실상 야당의 반발을 일축한 채 3차 추가경정예산을 심사, 처리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에도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하고 상임위 안에서도 단독 과반인 상황을 적극 활용해 부동산 법안 등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키고 있어 미래통합당 등 야권에선 장외투쟁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與, ‘수적 우세’로 법안 일방 처리한 데 이어 급기야 ‘적반하장’도

이미 이인영 통일부장관과 박지원 국정원장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도 단독 채택했던 민주당은 더 이상 거리낄 게 없다는 듯 부동산 관련 법안 역시 속전속결로 처리해나갔는데, 지난 28일 기획재정위원회에선 종합부동산세법과 소득세법, 법인세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가결했으며 국토교통위에선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공공주택특별법·주택법·민간임대특별법 등 개정안, 행정안전위에선 취득세 세율을 인상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통합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모두 통과시켰다.

비록 통합당 의원들이 일방적 처리에 반발해 회의장을 나가거나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히 규탄했지만 민주당은 이에 전혀 개의치 않은 채 29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을 소위원회 심사 없이 의결했다.

심지어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29일 국회 법사위가 열리기도 전에 백 의원의 법안 처리 현황에 ‘대안반영폐기’로 표시된 점도 논란이 됐는데, 기존에 발의된 법안들을 하나의 ‘위원장 대안’으로 합쳐 발의하려면 기존 법안들이 대안으로서 반영된 뒤 폐기돼야 하지만 법사위가 열리기도 전에 ‘폐지 예정’돼 있던 법안들이 의안검색시스템 상에선 미리 폐지된 것으로 명시됐다는 점에서 이를 발견한 통합당 측은 격앙된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백 의원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업무상, 시스템상 착오”라고 주장했으며 아예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소위 심사 없이 표결한 데에 항의하는 통합당 의원들을 향해 “다수당일 때만 의정활동 하느냐. 소위는 법에 규정된 절차가 아니다”라고 맞받아친 데 이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통과 직후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 경제위기 상황이다.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잠시라도 지체할 수 없다”며 “신속한 본회의 통과와 법 시행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일방 독주 의사를 한층 분명히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민주당은 오히려 부동산 민심 악화의 책임마저 전임 정부 탓으로 돌리는 등 야당에 역공까지 가하기 시작했는데,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당도 부동산 과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14년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주도한 부동산 3법이 아파트 주택시장 폭등의 원인”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20대 국회에서 야당 반대로 12·16 대책의 후속 입법이 통과되지 못해 부동산 시장 과열 현상으로 나타났다. 통합당의 여당 탓하기는 약자 코스프레이자 발목잡기”라고 강변했다.

◆ 견제 수단 없어 ‘들끓는’ 통합당, 다시 ‘장외투쟁’ 요구 비등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렇듯 여당이 상임위원장 독식과 의석수 우세를 바탕으로 야당의 항의를 묵살한 채 표결 처리하자 지난 6일 보이콧을 끝내고 원내 복귀했던 통합당은 상임위를 확보하지 못해 어떤 영향력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 낙담해 불과 한 달도 안 돼서 다시 강경투쟁으로 맞서야 되는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이를 논의하기 위해 통합당에선 29일 의원총회를 열었는데,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도 “여당이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뒤로는 안하무인이 말도 못한다. 표결을 한다지만 제대로 된 토론을 하고 부작용을 걸러야 하는데 이런 것 없이 일방적”이라고 개탄했으며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도 “민주당이 일당독재를 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이렇게 국회 전체를 기만한 것은 강하게 성토해야 한다. 임대차보호법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주택 전·월세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봐야 하는 내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급기야 4선인 홍문표 의원은 “상임위며 인사청문회가 무슨 필요 있나. 야당으로서 존재 가치가 없다”며 “밖에 나가면 국민이 안 좋아할 거라고 참고 기다려왔는데 기다린 이유가 뭐냐. 국민에게 알려서 현수막이라도 걸든가 소규모 집회라도 해야 하고 당원이라도 불러 울분을 알려야 한다”고 장외투쟁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특히 홍 의원은 “근시일 내 원내외 위원장 전체회의라도 해서 결단하는 순서가 남았다”고 지도부에 결단할 것을 압박했는데, 앞서 당내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 역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만하면 심판받는다는 것을, 민심이 무섭다는 것을 권력에 취한 그들은 잊은 것 같다. 권력이 국민에 맞서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주는 투쟁을 시작하자”고 투쟁 기조에 불을 붙인 바 있어 강경투쟁론은 여당의 ‘상임위 일방 독주’를 계기로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4선의 박진 의원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최근 여당의 무도한 폭주에 대해 야당이 뭔가 좀 더 강력한 투쟁 방식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그래선지 김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중진위원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다수 횡포로 법안 심의도 안 하고 자기들 마음대로 해버리면 다른 방법이 없다. 의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면 자연스럽게 원 밖에 야당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장외투쟁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장내·외 투쟁을 병행하되 장외투쟁 방법들은 구체적으로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며 “상임위는 수적으로 역부족이고 (여당이) 막무가내로 하겠지만 조목조목 절차 부당성, 법안 미비점이나 부작용 등을 따질 것”이라고 의총 결과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내일 오전 다시 의총을 열어 한 번 더 투쟁 방향을 점검하기로 했다”며 “당장 통과시킬 법안은 없지만 상임위 일정이 잡힌 데는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 발언을 마친 뒤 그는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등과 함께 곧바로 박병석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해 국회법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관례도 따르지 않은 채 민주당의 일방통행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시정해 줄 것을 엄중 촉구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주 원내대표는 같은 날 부동산 대책 관련 기자간담회도 열었는데, 여기서도 여당을 겨냥 “관련법은 병합 심의하는 것이 오랜 관행이자 원칙인데도 법사위와 국토위, 교통위, 행안위, 기재위에서 밀어붙이고 있다. 8월4일 임시국회가 끝나기 전까지 무리하게 부동산 법안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공청회를 만들어서 전문가 의견을 들어야 하고 세법·세율은 국민 재산권에 중대한 제약이자 침해일 수 있기 때문에 국민적 동의를 받아서 여야 합의로 해야 한다”고 지적한 데 이어 규제 완화와 고밀도 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확대, 종부세 등 세 부담 경감 등 자당만의 부동산 대책도 동시에 쏟아냈다.

조수진, 김도읍 등 국회 법사위 소속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상임위 강행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조수진, 김도읍 등 국회 법사위 소속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상임위 강행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비단 지도부 뿐 아니라 통합당 의원들도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리기 전 주택임대차보호법안 등 7건을 미리 ‘대안반영 폐기’라고 처리한 문제에 대해 김도읍· 유상범·윤한홍·장제원 의원 등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위원장과 행정실, 전문위원실 등 관련자가 확인 되는대로 고발조치하겠다고 밝혔으며 법사위 전체회의에선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소위원회 회부 심사 절차를 생략한 점을 성토했음에도 끝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집단 퇴장했다.

◆ 민주당, 그래도 ‘마이웨이’ 가속…내친김에 공수처 후속법도 처리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 법사위를 통과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먼저 처리하겠다면서 한 치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내친김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도 내달 4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는데, 통합당에서도 여당이 공수처 후속 3법인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법률안,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의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을 처리하려는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개의 전부터 곽상도 의원이 회의 연기를 주장하는 등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날 운영위에 올라온 인사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자를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으며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운영 규칙 제정안은 공수처 출범 시간(7월 15일) 이내 정당의 추천위원 지명이 없으면 국회의장이 교섭단체를 지정해 추천위원 선정을 요청할 수 있게 하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었는데, 통합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 의원들까지 법안 처리에 동참하면서 결국 이들 법안도 통합당 의원들의 퇴장 직후 신속하게 통과됐다.

이처럼 현실적으로 상임위에서 퇴장 외엔 제1야당인 통합당조차 딱히 여당을 견제할 방도가 없어지면서 이제는 정의당에서도 우려 어린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배진교 원내대표는 이날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어제 기재위, 국토위, 행안위에서 몇 시간 만에 법안이 상정, 의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심각히 유감”이라며 “국회는 민주당이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법안만 처리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렸는데, 사실상 여당 단독으로 법안 처리하는 만큼 향후 결과에 대한 정치적 부담도 민주당이 모두 안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당 의원들이 이날까진 상임위에서 항의하다 표결 전 떠나는 정도에 머물고 있지만 언제까지 좌시할 수만 없는데다 이날 오후 국내 주요포털 사이트엔 ‘문재인을 파면한다’, ‘민주당 독재당’ 등의 문구도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도 올라오고 있어 이 같은 여론 향배 속에 통합당이 다시금 20대 국회와 같은 초강경 투쟁에 나설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민주당에 어떤 기조로 맞설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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