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xless부부’ 급증, 불경기·스트레스로 성(性)장애 늘어

직장인 임경빈(38세∙가명)씨는 요즘 밤이 두렵다. 언제부터인가 부인과의 잠자리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즘은 퇴근하면 아내가 고기와 와인을 준비하고 분위기를 잡고 기다리고 있다. 그때마다 임씨는 등에 식은땀이 난다고 한다. 이는 임씨만의 현상이 아니다. 최근 ‘고개 숙인’ 30대 남성들이 크게 늘고 있다. 과거 중년 이후에나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던 성기능 저하 현상이 한창 왕성할 나이인 30대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성기능 전문 병의원을 찾는가 하면 심지어 이혼을 당하는 등 고개 숙인 30대 남성들의 수난도 잇따르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만 하자” 사정도 직장인 박모(36)씨는 아내가 부부관계를 자주 요구하자 “일주일에 한 번만 하자”고 설득했다. 하지만 아내의 성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박씨는 폭행까지 당했다. 온몸에 할퀸 자국이 있을 정도로 시달림을 당한 후 ‘과연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다 상담센터를 찾았다. 그는 한눈팔지 않고 직장생활에 충실한 스타일이었는데, 현재 이혼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회사원 김모(32)씨는 얼마 전 지난 2년 동안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혼 사유는 발기부전이었다. 김씨는 “결혼 초반에는 성생활에 별 문제가 없었는데 점점 관계가 뜸해졌고 몇 개월 지나자 발기부전이 되었다”며 “심리적으로 위축되더니 자격지심 때문에 각방을 쓰자고 먼저 제의하는 등 아내와의 모든 관계를 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성의 전화’ 이옥 소장은 “과거의 40, 50대가 안고 있던 문제가 고스란히 30대로 옮겨가고 있다. 경제가 악화되고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30대부터 이미 고용불안, 직장 내 스트레스 등이 늘어나는 것이 대표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아내의 욕구를 만족시켜주고 싶어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못해 좌절하는 남성의 상담이 많다”고 말했다. 성적불만으로 인해 심지어 구타를 당하거나 이혼으로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직장내 스트레스가 주원인 ‘고개 숙인’ 30대의 증가추세는 각종 설문조사 결과에서 잘 드러난다. 모 기관에서 1997년 5월과 작년 11월 각각 수도권 거주 남성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2회 이상 성관계를 하는 30~34세 남성의 비율은 1997년 52.6%에서 작년 말 42.7%로 9.9%포인트 줄었다. 35~39세 남성의 경우 59.1%에서 47.7%로 11.4%포인트 줄었다. 반면 한 달에 한 번도 성관계를 하지 않는 비율은 30~34세 남성의 경우 1997년 3.1%에서 작년 말 11.6%로 8.5%포인트 증가했다. 35~39세 남성은 1.9%에서 6.7%로 4.8%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기관에는 이와 관련된 상담이 급증했다. ‘사랑의 전화’의 지난해 전화상담 내용을 보면 부부문제(27.3%)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가족문제(19.9%), 이성문제(13.9%), 인생문제(12.4%) 등은 그 다음 순서였다. 부부문제 중에서는 배우자의 외도문제가 25%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고, 다음으로 성격차이(19.3%), 다음이 성생활(15.2%)이었다. “외도와 성격차이, 성생활 모두 부부간의 성적인 트러블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거의 60%가 성적인 고민인 셈이다. 이용자의 연령분포는 30∼40대가 가장 많았고, 성별에 따라 남자는 성문제를, 여자는 부부문제를 가장 많이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30대 남성의 성기능 저하는 신체 구조적 이상보다는 심인성(心因性)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4월 병원을 찾은 김모(31)씨도 그같은 사례다. “아내와 성관계 도중 사정하기도 전에 갑자기 신체의 주요부위가 고개를 숙여버려 제대로 된 관계를 할 수 없습니다.” 아내의 권유로 병원을 찾은 그는 “이제 남자 구실을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며 한숨 섞인 호소를 했다. 그러나 검사 결과 김씨는 성기능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는 “비아그라를 처방해 주고 절대 스트레스를 받지 말도록 권유했다. 가능하면 근무부서를 바꾸도록 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이기적 성격’ 가진 사람 많아 성욕감퇴에는 정신적 스트레스 외에 음주, 흡연, 운동부족 등 무절제한 생활과 결합된 경우가 흔하다. 성욕감퇴 환자 중에는 홍보회사 직원, 연구원 등 담배를 피워야만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며 지나친 흡연을 해 오던 사람들도 종종 있다. 이들은 상당기간 금연 후 성욕과 발기를 회복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편한 것만 좋아하는 이기적인 젊은 사람들 중에 성욕 감퇴자가 많다고 지적한다. 이런 남성은 전문직, 지식층에서 많고 컴퓨터, 낚시 등 취미생활에 깊이 빠지는 타입이다. 이로 인한 ‘섹스리스(sexless) 부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또 아내와의 성관계를 귀찮아해서 인터넷이나 포르노 등을 통해 편하게 자위(自慰)만 하는 남성이 많다. 인터넷 음란물 범람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또 소수지만 과거 무절제한 성생활, 성에 대한 아픈 경험이나 추억도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여성의 취업, 주말부부, 기러기 아빠 등은 섹스리스까지는 아니지만 부부간 성관계를 크게 줄이는 작용을 한다. 여성도 회사일에 시달리다보면 부부관계를 회피하거나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부부가 떨어져 살거나 근무시간이 서로 다른 경우 성적 트라블을 호소하는 사례가 더 많다. 특히 아내와 장기간 떨어져 사는 기러기아빠들의 경우 자녀 방학을 맞아 귀국한 아내와 모처럼의 성관계에서 실패해 놀라 병의원을 찾는 수가 적지 않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불임부부의 증가 또한 이런 현상과 관계가 깊다. 요즘 불임 때문에 상담하러 오는 30대 남성이 늘고 있다. 이들은 배란시기에 맞춰 부부관계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긴장하는 수가 많다. 부부관계는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성욕을 느꼈을 때 이뤄져야 하는데 날짜와 시간대를 맞추다보면 당연히 남성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불임 및 발기부전의 증가를 남성 정자(精子)수 감소현상과 관련짓는 해석도 있다. 완전히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적으로 남성의 정자수가 줄고 있다는 의학적 보고가 발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 남성의 정자수가 과거보다 줄었다는 것은 가설이며 아직 확실한 증거는 없다”면서도 “환경 및 심리적인 요인이 남성의 정력과 발기부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심리적 요인에 의한 성기능 저하는 성관계가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다. 그것은 신체 구조적 이상이 있을 때와 마찬가지다. 정상적인 성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남성은 심각한 자존심 손상과 함께 정신적, 육체적으로 크게 위축된다. 아내의 경우 자신이 여성으로서의 성적 매력을 상실했다는 데서 오는 실망감, 분노 등으로 인해 결국 우울증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발기부전이 변태성욕으로 발전하기도 일부 남성들은 ‘불구(不具)인 성욕’을 변태적인 방법으로 해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 어린이 성추행범 중에는 발기부전 환자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적인 성행위를 할 수 없기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변태적으로 성욕을 해소하는 것이다. 이들은 손을 사용해서 어린이의 성기를 만지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자신의 성기를 여아의 성기에 비비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어린이 성추행범뿐 아니라 음란전화를 거는 사람, 관음증 환자, 여성의 속옷을 훔치는 사람, 부부교환 섹스를 즐기는 사람들 중에는 정상적인 성행위를 하지 못하는 남자들이 상당수 있다. 건강하지 못한 성(性)이 변태적 성 문화를 낳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성욕 감퇴자의 증가도 두드러진다. 미혼인 김모(31∙직장인)씨는 지난 6개월 간 성욕감퇴와 발기부전으로 인해 ‘깊이’ 사귀던 애인으로부터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얼마전 비뇨기과를 찾았다. 성기능 검사 결과 특별한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고 성장호르몬 수치가 크게 떨어져 있었다. 김씨는 “담배를 끊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라”는 조언을 받았는데, 그 결과 3개월 뒤 성욕이 좋아졌다고 한다. 섹스리스 커플 해결책 있다! 섹스리스(sexless) 커플이란 오랜 기간 잠자리를 하지 않고 지내는 부부를 가리키는 말로 의학적으로 규정된 개념은 아니다. 얼마 동안이나 섹스를 하지 않아야 섹스리스라고 규정할지 기준도 명확치 않다. 그러나 각종 조사에 따르면 섹스리스 커플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그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섹스리스 커플은 뭔가 문제가 있고 그래서 적절한 치유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섹스리스 커플 중에는 섹스하지 않아도 전혀 불행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어찌 보면 섹스 패턴은 순전히 개인 취향에 달린 문제며 섹스리스를 무조건 치료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오히려 그들을 더욱 불편하게 만드는 일일수도 있을 것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현실 속에서 직장 생활에 아이 양육에 집안 대소사까지 챙기다 보면 침대에 눕자마자 곯아떨어지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다. 요즘 남성들은 피곤한 육체에 스트레스까지 겹치면 아내를 끌어안을 정신적 육체적 여유가 없다고 호소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하수체에서 프로락틴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것이 성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벤처기업인들 중에 특히 섹스리스 커플이 많은데 그 이유는 과중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는 온몸을 뻣뻣하게 만들고 남성의 성기를 오므라들게 만드는데 그것이 지속되면 자칫 습관적인 발기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스스로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며, 비단 섹스뿐만 아니라 건강하고 활기찬 인생을 위한 제일의 과제이다. 섹스리스를 만드는 또 다른 원인은 불감증이다. 불감증은 정신적인 원인에서 오는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본인도 알지 못하는 신체적 결함 때문이기도 하다. 섹스가 뭐 그리 대단한 것이냐며 비웃던 그녀가 치료를 받은 후부터는 누구보다 활기찬 섹스를 즐기고 있다. 물론 의학적 처치가 도움을 주었지만 매일 밤 장시간의 오럴 서비스를 베푸는 등 그녀 남편의 노력도 대단했다. 당신들이 만약 섹스리스 커플이라면 그 이유는 분명히 있다. 다리 사이에 위치한 그곳 아니면 마음에 병이 있는 것. 그 원인을 정확히 찾아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노력한다면 풀리지 않는 난제는 없다. 남은 인생 동안 섹스를 외면하고 살기에는 너무 각박하지 않은가?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