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전환·野분열 등 노린 與 ‘묘수’…궁극적 위기 타개책인지엔 ‘물음표’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 1차 회의에서 우원식 행정수도완성추진단 총괄단장을 비롯해 김태년 원내대표, 박범계 부단장 등 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 1차 회의에서 우원식 행정수도완성추진단 총괄단장을 비롯해 김태년 원내대표, 박범계 부단장 등 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수요 억제 위주의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민심 이반이 가속화되면서 정부가 공급 확대도 천명했으나 현실적으로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공급을 늘릴 만한 묘수를 찾기 어렵게 되자 여당이 앞장서서 ‘행정수도 이전 완성’을 꺼내 들고 국면 전환에 나서고 있다.

◆ 민주당이 던진 ‘행정수도 이전’ 이슈에 통합당 내부분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는 물론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후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집값 불안정으로 청와대와 함께 수세로 몰렸던 여당은 이제 행정수도 이전 완성을 내세우며 오히려 야당에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는데, 심지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니까 내놓은 제안이란 게 수도를 세종시로 옮기겠단 건데 과연 이게 정상적인 정부 정책이냐”라고 비판했음에도 정작 당내 최다선이자 충청권 출신인 정진석 의원은 25일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소멸 위험에 대한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대처방안은 지역균형발전”이라고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정 의원은 “국가기관을 굳이 세종시 안으로만 몰아넣지 말고 세종시 주변 지역까지로 확대 분산 배치하자”고 ‘세종 메가시티’론을 펼친 데 이어 27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여당의 국면전환용 꼼수가 분명하지만 어차피 마주하게 될 수도이전 논의를 애써 외면하는 것은 상책이 아니다. 우리 입장이 무엇인지 조속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자당 내부에 촉구했다.

다만 그는 당내 분열로 비쳐질까 의식한 듯 “시간이 갈수록 우리 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수도 이전 문제에 대한 지역 간 분열요소가 노정될 것임을 걱정하고 있다. 당이 우려하는 바를 알면서도 자꾸 의견을 내는 이유는 저들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기 위함”이라며 “(여당은) 지지율 하락 속에 치러질 2022년 대선을 정권심판 프레임을 벗어나 수도 이전 찬반투표로 몰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그들은 앞으로 수도 이전 문제를 줄기차게 부르짖을 것이고 이 과제에 소극적인 우리를 지역균형발전 반대 세력으로 낙인찍어 반사이익을 꾀하려 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장제원 의원도 앞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행정수도 이전 논란과 관련 “지금의 수도권 집중현상을 이대로 방치하고 국가 미래를 논할 수 있나. 제2의 도시 부산마저도 인구가 빠져나가고 있는데 결국 지방은 공동화되고 황폐화될 것”이라며 “민주당의 국면전환용이란 이유로 일축하고 있다면 결국 손해 보는 쪽은 우리일 것이다. 통합당은 행정수도완성론을 넘어 종합적인 지역균형발전 전반에 대한 논의를 오히려 민주당보다 더 주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지자체장 출신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물론 권영진 대구시장도 행정수도 이전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을 뿐 아니라 ‘세종시 설계자’로 불리며 지난 총선에선 세종시에 출사표를 던졌던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아예 “이건 함구가 되긴 힘들고 이미 세종시에 불이 붙어있다”며 “우선 통합당 내에 특별기구가 먼저 나와야 되고, 그런 다음에 당론을 정하고 여당하고 접촉하면서 여당이 낼 수 없는 안을 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와 관련해 온도차를 보이는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대위원장(좌)과 정진석 의원(우). 사진 / 오훈 기자
행정수도 이전 문제와 관련해 온도차를 보이는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대위원장(좌)과 정진석 의원(우). 사진 / 오훈 기자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내년 4월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수도 이전에 대한 공약을 내걸고 서울 시민의 의사부터 확인해 달라”고 역공을 가했을 뿐 회의 직후엔 “수도 이전과 관련해 당내 논의 기구를 만들 생각이 없다. 민주당이 수도 이전에 대해 보궐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서울시민들 동의부터 구하는 게 선결 과제”라며 당내 행정수도 이전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개인적 생각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 ‘행정수도 이전’ 힘 싣는 민주당, 盧 때처럼 ‘재미’ 볼까

이처럼 야당 내부까지 갈라놔버린 민주당은 ‘수도 이전’ 드라이브를 한층 강하게 걸고 나섰는데, 김태년 원내대표는 27일 행정수도완성추진단 출범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오늘부터 행정수도를 완성하기 위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16년 전과 달리 야당 내에서도 행정수도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2020년을 행정수도 완성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날 행정수도추진단장을 맡은 우원식 의원은 “야당에서도 행정수도추진에 호응하고 있는 분이 많다. 국토 균형 발전은 노무현의 꿈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꿈이기도 해 이 문제는 좌우의 문제도 정쟁의 대상도 될 수 없다”며 “여야의 합의가 행정수도 이전의 관건인 만큼 대선까지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추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우 의원은 이해찬 당 대표가 최근 세종시를 품격 있는 도시로 만들자는 취지라며 서울을 ‘천박한 도시’라고 꼬집었다가 구설에 올랐던 점을 의식한 듯 “균형발전 한 축에는 경제수도 서울을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며 “서울을 다시 젊게 만들고, 창업과 혁신이 샘솟고 국제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하겠다. 행정수도를 추진한다고 해서 서울이 소외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역시 ‘행정수도 이전’을 먼저 언급한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방법론에 있어선 여전히 통일된 입장을 내놓지 못한 채 백가쟁명식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 김태년 원내대표는 “여야가 합의해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을 개정하는 입법 차원 결단으로 가능하다”며 행정수도법 입법을 주장했다면 김해영 최고위원은 27일 최고위 회의에서 “헌법 72조 구민투표에 의한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적 합의가 확인된다면 행정수도 이전이란 헌법적 정당성이 확인 가능할 것”이라고 국민투표를 내세웠다.

한 발 더 나아가 이해찬 대표는 지난 24일 세종시 주최 특강에서 “개헌을 해서 수도를 세종으로 한다는 헌법상 규정을 두면 청와대, 국회 등 모두 세종으로 옮겨오게 될 것”이라며 개헌을 꺼내기도 했는데, 앞서 지난 20일만 해도 “개헌 같은 얘기들이 나오는데 현재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난과 경제위기, 일자리 비상사태”라고 개헌 논의를 일축했던 만큼 갑작스러운 입장 선회는 또 다른 정략적 계산 때문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일각에선 행정수도 이전만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이 아니라 권력구조 개편도 포함된 ‘패키지’ 개헌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은데, 지난 총선 압승에도 불구하고 개헌선인 200석까진 확보하지 못한 민주당이 ‘행정수도 완성’이란 화두를 명분으로 일부 야당 의원들을 끌어들여 권력구조 개편까지 한꺼번에 처리하려는 심산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도 없지 않다.

당장 통합당에선 김은혜 대변인이 “개헌을 재롱 잔치하듯 가볍게 얘기한다. 이 대표가 당 내부를 향해 개헌 함구령을 내렸던 게 불과 석 달 전”이라고 각을 세웠지만 27일엔 같은 당 정진석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개헌 기회가 주어진다면 수도 이전 관련 원포인트 개헌만이 아니라 권력구조 개편 등 전반적 개헌 논의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밝히는 등 야당 내에서조차 이 같은 개헌론에 힘을 싣는 목소리도 나와 성사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與, 단기적 ‘이슈전환’해도 ‘근본적인’ 부동산 문제 해결 없으면 도루묵

행정수도 이전으로 인한 수도권 집값 안정화 효과를 조사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리얼미터
행정수도 이전으로 인한 수도권 집값 안정화 효과를 조사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리얼미터

사실 민주당에서 돌연 이 시점에 16년 전 ‘위헌 판결’까지 났었던 행정수도 이전을 갑자기 거론한 주요 이유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이었던 만큼 수도 이전이 근본적인 집값 폭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일 것인데, 일단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살펴봤을 때 수수도 이전 자체가 문제의 본질인 집값을 안정화시킬 것이라는 데엔 회의적 시선이 더 많은 것으로 나오고 있다.

일례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지난 24일 전국 성인 500명에게 ‘행정수도 이전으로 수도권 집값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찬반을 조사한 결과(95%신뢰수준±4.4%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공감한다는 답변은 40.6%로 집계된 반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4.5%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는데, 그 중에서도 수도권 응답자들은 62.8%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해 설령 여당이 정치권 내 화제 전환엔 성공한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핵심인 집값 상승 문제를 덮고 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서도 SBS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24일과 25일 전국 성인 1002명에게 조사한 결과(95%신뢰수준±3.1%P)에 따르면 찬성이 48.6%, 반대는 40.2%로 찬성 의견이 오차범위 밖에서 더 많은 것으로 나왔으며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수도권 부동산 가격 전망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11.7%만 내릴 것이라고 답했을 뿐 52.4%는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렇듯 냉소적 시선이 나오게 된 이유를 보여주는지 최근 정치권에서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불거진 이후 세종시마저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이 급격히 올라 한국감정원 통계상으로는 세종시 아파트값이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전국에서 가장 큰 상승폭(상승률 21.36%)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민주당도 이런 현실 때문인지 김 원내대표가 26일 연합뉴스TV ‘1번지 현장’에 출연해 “언론이 오히려 세종이나 특정 지역의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느냐”며 이젠 언론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강변만으로 민심이 설득되기엔 여론은 차갑게 식어있는데, 앞서 지난 21~23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진행한 내년 재보궐선거와 관련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7%였던 데 반해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9%를 기록했으며 총선 직전 ‘정부 지원론’이 우세했던 30대와 50대도 47%와 52%가 견제론을 택했고 중도층도 45%가 견제론에 힘을 실어 단순히 ‘행정수도 이전’이란 이번 화제만으로 정부여당이 위기를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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