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당청 지지율…靑, 그린벨트 해제도 논란 끝에 ‘철회’로

문재인 대통령 7월 3주차 국정수행 지지율 ⓒ리얼미터
문재인 대통령 7월 3주차 국정수행 지지율 ⓒ리얼미터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미향 사건과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논란도 화제에서 밀려날 만큼 최근 부동산 사태의 여파가 과거 ‘조국 사건’에 준할 정도로 문재인 정권에 크나큰 부담을 주고 있다.

더구나 집권 4년차에 접어든 국정 후반기라는 점에서 그 타격은 미풍이 아니라 ‘태풍’으로 작용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당장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놓고서도 정부 안에서부터 여당 내 차기 대선주자들까지 청와대 측과 다른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부정평가, ‘올해 최고치’ 경신한 文…與野 지지율도 오차범위 이내로

무엇보다 문 정권의 레임덕 전조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데.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유권자 2516명에게 조사한 문 대통령의 7월 3주차 국정 지지율(95%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은 한 주 전보다 3.9%P 떨어진 44.8%로, 조국 사태 당시였던 10월2주차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으며 부정평가의 경우 동기 대비 4.5%P 상승하며 51%를 기록해 올해 최고치를 경신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긍정·부정 격차는 오차범위를 벗어난 6.2%P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른 ‘데드크로스’ 현상이 다시 나타났으며 원인은 부동산 문제 뿐 아니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 등 계속된 악재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부동산 여파에 직격탄을 맞은 30대나 고 박 시장 성추행 사태를 계기로 돌아선 여성 유권자이 주도했는데, 30대에선 긍정평가가 14.4%나 하락하고 부정평가는 15.5% 상승했으며 여성에선 긍정평가가 6.6% 내렸고, 부정평가가 7.5% 올랐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권에 닥친 충격은 집권여당 지지율에도 그대로 나타났는데, 동 기관이 같은 기준으로 조사한 7월 3주차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주보다 4.4%P 내린 35.3%로 떨어진 반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한 주 전보다 1.3%P 오른 31%를 기록하면서 양당 간 격차도 통합당 창당 이후 가장 좁은 4.3%P로 좁혀졌다.

대신 무당층은 지난해 2월 2주차 조사(17.1%) 이후 가장 높은 16.1%를 기록했으며 정의당이나 열린민주당은 지지율 상승이 없었던 데 반해 국민의당은 1.5%P 오른 4.4%로 나와 위기감은 정권을 넘어 범여권 전체로까지 확산될 모양새다.

이 같은 지지율 급락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여당에선 점점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는데, 3선인 이원욱 의원이 앞서 지난 19일 8·29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최근의 지지율 하락을 꼬집어 “인천국게공항 사태에 대한 청년층의 분노에 대해 ‘조중동류의 가짜뉴스 때문’이라거나 부동산 문제, 특히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의 다주택 소유에 대한 당의 대처,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의혹 고발 사건에 대한 당의 모호한 태도 등이 원인”이라고 쓴 소리를 쏟아냈다.

심지어 이 의원은 회견 직후엔 “우리가 민주당이 지지하지 않는 정치적 반대 세력의 잘못이 있었을 때는 강도 높게 비판해왔는데 민주당과 함께 하는 세력이라고 (해서) 무죄추정의 원칙이라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내로남불”이라며 “3040과 젊은 여성들이 민주당 지지에서 이탈한 여론조사 결과가 있는데 박 시장 관련 ‘피해 호소인’ 문제나 무죄추정 원칙, 사자명예훼손 등 당의 내로남불식 태도로 떠난 것 아니겠냐”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또 같은 당 3선이자 최고위원도 역임한 바 있는 박완주 의원 역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를 피해자라고 부르지 않았던 부끄러운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국민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지도층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단호해야 한다”며 “피해자 호소를 묵살, 방조하지 않았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하고 수사내용 유출 의혹도 국회와 정부가 국민 앞에 무한책임의 자세로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입장문을 내놨다.

◆ 정권 말기증상? 그린벨트 해제 논란으로 당정청 ‘자중지란’까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좌)과 정세균 국무총리(중), 김상조 대통령 정책실장(우). 사진 / 오훈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좌)과 정세균 국무총리(중), 김상조 대통령 정책실장(우). 사진 / 오훈 기자

당정청 내에서 ‘내부 비판’에 가까운 목소리가 나오게 된 그 절정은 바로 ‘그린벨트 해제’ 논란인데, 정부가 연이은 정책 발표에도 집값 안정 노력이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공급확대책의 일환으로 그린벨트 해제까지 일부 검토했다가 장관부터 대권주자까지 저마다 반대 입장을 쏟아내면서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택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했음에도 그 다음 날인 1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정부 내 엇박자 논란까지 일었던 그린벨트 해제 문제는 15일 국토부 차관이 CBS라디오 방송을 통해 “집 짓겠단 생각만 갖고 그린벨트를 활용하는 것은 좀 더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곧바로 맞받아치면서 자중지란 양상으로 전개됐는데, 급기야 김상조 대통령 정책실장이 17일 “정부가 이미 당정 간 의견을 정리했다. 모든 정책 수단을 메뉴판 위에 올려놓는다”면서 청와대까지 그린벨트 해제 논란과 관련해 직접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김 정책실장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18일엔 갑자기 정부 소속인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에 돈이 몰리는 투기판으로 가게 해선 안 된다”고 반대 의사를 내비친 데 이어 19일엔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KBS1 ‘일요진단 라이브’에 나와 “그린벨트는 한 번 훼손하면 복원이 안 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청와대 측에서 나온 반응에 제동을 걸었다.

여기에 여당 소속인 고용진 민주당 의원도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그린벨트 해제 논의는 여러 번 있었지만 우리가 역사적 경험으로도 알 수 있듯 투기수요를 불러오는 원인이 된다”며 “당에서도 일부는 (그린벨트 해제에) 찬성하고 또 일부 서울시와 당 일부는 신중론을 갖고 있고, 또는 심하게 반대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니까 정리됐다고 하는 것은 안 맞다고 본다”고 김 정책실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여권 대선주자들도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는 입장을 속속 내놓기 시작했는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강남 핵심 요지에 그린벨트를 훼손해서 아파트를 공급하면 분양 광풍이 불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이낙연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그린벨트에 손대는 것은 극도로 신중해야 하고, 다른 방법이 있다면 다른 방법을 쓰는 게 좋다. 공실 활용, 도심 용적률 완화를 포함한 고밀도개발, 근린생활지역이나 준주거지역 활용을 검토하거나 상업지구 내에서 주거용 건물 건축을 유연하게 허용하는 방안이 있는지 먼저 살피는 게 도리”라고 역설했다.

이처럼 대선주자들까지 청와대에서 나온 목소리와 공개적으로 이견을 드러낸 데에는 차기 대권을 위해선 지지율이 급락하는 현 정권의 의중보다는 여론 동향을 우선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되고 있는데. 실제로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그린벨트 해제 필요성’을 주제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필요하다(26.5%)는 의견보다 불필요하다(60.4%)는 답변이 훨씬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 文 “그린벨트 해제 안 해” 사실상 ‘백기’…레임덕 가속화되나

부동산 문제를 조명하고자 미래통합당이 20일 백보드를 교체했다. 사진 / 오훈 기자
부동산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자 미래통합당이 20일 백보드를 교체했다. 사진 / 오훈 기자

그린벨트를 둘러싼 당정청 내 혼선이 가중되자 자칫 이번 논란의 여파가 정권 전체로까지 확산될까 우려한 청와대에선 지난 19일부터 내부 기류에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이고 좀 더 고민해야 한다”며 그린벨트 해제 문제에 대해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내놨고, 결국 20일엔 정 총리와 주택공급 물량 확대방안에 대해 논의한 문 대통령이 ‘미래세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나가기로 결정했다’고 입장을 정리하면서 일단 내부 엇박자는 일단락됐다.

다만 문 대통령이 당 안팎을 비롯한 곳곳의 여론에 밀려 청와대 측에서 나온 목소리를 뒤집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백기’를 든 셈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데, 비록 국·공립 시설 부지를 최대한 확보하는 방안으로 주택 공급 물량을 확대해가겠다고 밝혔지만 이 조치로 가능하다면 애당초 그린벨트 해제가 거론될 이유도 없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대안을 찾았다기보다 정부여당 내 달라진 분위기에 놀라 내부 수습을 우선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이상 부동산 문제는 문 정권을 내내 괴롭힐 것으로 전망되는데, 통합당에선 20일 민주당의 당색인 파란색을 배경으로 “그렇게 해도 안 떨어져요, 집값-더불어민주당”이란 문구를 넣은 백보드로 교체하면서 부동산 문제를 집중 지적하겠단 의지를 내비쳤으며 한 발 더 나아가 통합당은 박 전 시장 의혹, 검·언 유착 의혹,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까지 촉구해 당청에 대한 압박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렇듯 정권에 ‘시한폭탄’이 될 수 있는 소재가 줄을 잇는데다가 그나마 우군 역할을 해오던 정의당마저 20일 “부동산 관리 실패로 조급증에 빠진 정부와 여당”이라고 일침을 가한 데 이어 김태년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해서도 혹평하는 등 20대 국회 때와 달리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어 사면초가 상황에 처한 문 대통령이 과연 이 난국을 돌파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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