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모욕성 코칭 등으로 노동청서 직장 내 괴롭힘 인정
그러나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하지 않아…3달 반째 근무
홈플러스 “감사팀 통해 조사 진행…타점 발령은 과한 요구”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홈플러스가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 가해자와 피해자를 여전히 같은 점포에서 일하게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가해자가 폭언을 일삼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됐으나, 가장 기본적으로 이행돼야 할 피해자와의 분리 조치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17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이하 노조)는 전날 홈플러스 월곡점 앞에서 ‘홈플러스는 갑질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시 분리하라’며 항의집회를 열었다.
노조에 따르면 가해자는 월곡점 이커머스(온라인 배송) 관리자로, 부서 직원들에게 코칭이라는 명목으로 일상적인 폭언을 했다. 또 온라인 배송 물품을 찾지 못해 결품을 낸 직원들을 체크해 출근한 전체 직원에게 빵을 사라는 벌칙을 주기도 했다.
이를 견디지 못한 직원 3명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노동청은 ‘직장 내 괴롭힘이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홈플러스 월곡점은 여전히 가해자와 피해자를 세달 반째 같은 곳에서 근무하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에 따르면 월곡점장은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관리자 사과와 타 점포 전환배치’ 요구에 ‘실명’으로 의사를 체크했다. 또 피해자 면담에서 “관리자가 과한 부분이 있지만 어느 부서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그럴 때마다 관리자들을 전배하면 홈플러스에 남아나는 관리자들이 있겠나”라며 가해자를 두둔하기도 했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집회를 통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출근해서 얼굴 마주치는 게 쉽지 않다”며 “같은 부서에서조차 공격하는 사람들도 있고 소수라서 외로운 싸움이지만 주변에서 함께 해주셔서 버티고 있다”라고 심정을 밝혔다.
이원화 월곡 지회장은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만 제대로 됐어도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늘 우리가 포기하면 다음에는 내가, 또 다른 누군가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는 관리자의 행동은 업무능력 향상 및 실수 재발방지 차원에서의 독려 및 업무코칭이었으며 5~10분 내외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또 빵 사오기 벌칙 역시 업무 개선을 목적으로 제안했고, 어떤 강제성도 없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본지에 “해당 건은 노동청으로부터 차기 근로 감독 대상 사업장에 포함하고 사건이 종결됐으며 타점 전배 등 분리 조치에 대한 명령은 없었다”며 “신고자 3인은 점장과의 면담을 거부하는 등 정작 신고는 했으나 중재 과정에서는 전혀 협조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관리자의 개선지도를 위해 ‘리더십 및 커뮤니케이션 역량 강화 교육’을 별도 진행 중이며, 월곡점 전 직원들에 대해서도 직원 심리치유 및 출장 심리 상담을 이달 중 진행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사측 주장에 대해 노조는 반발했다. 피해자들은 다른 직원이 보는 앞에서 지적을 받는 등 위축될 수 있는 상황에서 코칭을 받았으며, 빵 사오기 벌칙 등에는 동의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피해를 당한 적 없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다수라는 이유로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황당 사례”라며 “관리자를 강하게 징계해달라는 게 아니라 분리를 요청한 것일 뿐인데 시행되지 않아 피해자들이 더욱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 중심으로 조사가 진행되고 가해자 처벌 등 직접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똑똑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