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제작과정을 통해 ‘경성’의 시대적 풍미를 스크린에 담아 낸 <기담>은 보는 이를 현혹할 만큼 마력 넘치는 볼거리를 완성해 낸다.
이 영화를 만드는 데 필요했던 세트 규모만 해도 엄청나다. 경성공포극의 모든 비극이 시작되는 곳 ‘안생병원’이 지어진 양수리 세트장과 이를 중심으로 그 외 공간들이 들어선 별도 스튜디오를 합쳐 총 1300여평 이상의 세트 규모를 자랑한다.
1여 년 동안 ‘스케치, 미니어쳐, 3D 시뮬레이션’작업을 거쳐 탄생된 <기담>의 병원은 공간과 공간이 조각난 기존 세트 구성과는 달리 복도와 계단까지 그대로 연결돼 실제 동선을 100% 구현할 수 있는 구조로 제작됐다.
흡사 옛 병원을 통째로 옮겨 놓은 듯한 ‘안생병원’ 세트는 초기 서양식 건축 양식을 기조로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된 목조 침대, 문 손잡이, 현판 등 일본식 소품과 디자인이 혼재돼 묘한 분위기를 창출한다. 목조 가구와 은은한 조명, 즐비한 무명천들, 처음 보는 근대 의료기기들로 만들어진 ‘안생병원’의 모습은 차갑고 건조한 현대의 병원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병원을 탄생시킨다.
경성의 풍미를 그대로 살린 의상과 헤어 역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엘리트 의사로 나오는 ‘인영’과 ‘동원’은 맥고모자와 하이힐, 퍼머 머리, 바지저고리가 아닌 양장으로 대변되는 신사와 신여성을 완벽히 보여준다.
‘인영’은 공포 영화 속 여주인공에게 연상되는 긴 머리가 아닌 단발 웨이브로 등장하는데 이는 그 시대 신여성을 대표하는 스타일이었으며 백만원을 호가하는 ‘동원’의 안경 역시 그 당시 지식인들을 대표하는 아이템이다. 여기에 국내에 세 대가 있다는 포드 디럭스 세단과 단 1대씩 밖에 없는 시보레 마스터, 캐딜락 플리트우드 등 당시 최고 부유층이 탔던 자동차들을 공수했다.
또한 영화 속 의사와 간호사들이 입는 흰 병원복을 위해, 우선 10개 이상의 다양한 재질과 색감의 화이트 천을 입수해 수작업으로 구김 작업과 염색을 모두 달리하고 실제 카메라 테스트까지 마친 후에야 인물에게 입히는 꼼꼼한 과정을 거쳤다.
이렇듯 완벽한 고증 작업과 영화적 상상력이 결합된 <기담>의 비주얼은 시대적 공포 분위기를 돋우는 명도와 채도를 반영하도록 특수 현상 과정을 통해 화면 하나 하나가 섬세하게 제작됐다. 이러한 꼼꼼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기담>은 공포와 사랑이 뒤엉켰던 마력의 소용돌이를 더욱 극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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