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고소 파장

한나라당의 분열이 법정다툼이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계속되는 의혹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이명박 후보측이 ‘고소’라는 강수를 둬 검찰을 당 경선으로 끌어들인 것. 하지만 이 수는 곧 ‘악수’로 판명됐다. 이명박 후보측은 고소를 이어간다면 한나라당 후보 검증의 중대한 문제로 떠오른 이 후보의 부동산 관련 의혹이 역대 대선처럼 정략적으로 변질 될 위험을 안게 되며 “캥기는 것 있느냐”는 시선에 뒤로 물러 설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당은 이 후보에게 고소를 취하할 것을 요구하며 국가 기관의 경선 개입 불가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측은 “고소 취하 전 의혹은 해결해야 한다”고 강력 주장하고 있어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정치부부의 끝이 법정이혼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검찰의 수사 강행 방침이 전해지면서 검찰수사가 한나라당 경선에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명박측 고소·고발…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살골
한 “캠프 간 고소·고발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자승자박”
범여 “빠져나갈 생각 마”…박근혜 “의혹 실체는 밝혀”
검찰 “이명박 박근혜 후보 비리 실체적 진실 파헤친다”

끊임없는 충돌을 보여 온 한나라당 경선문제에 검찰이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빗발치는 의혹에 이명박 후보 재산 의혹에 중심에 서 있던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와 ‘다스’가 지난 4일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와 박근혜 후보측을 검찰에 고소한 것. 뒤늦게 이 후보측이 고소 취소 결정을 내렸지만 이미 자살골의 실정은 이 후보의 발목을 잡은 뒤였다.

李 ‘의혹’엔 ‘고소’로

이명박 후보의 부동산 관련 의혹들이 경선 주요 사안으로 떠오르자 이 후보가 선택한 것은 ‘검찰’이었다.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 씨와 ‘다스’가 전면에 나서기는 했지만 정가는 이 후보가 수세에 몰리자 이 후보 캠프 인사들 사이에서 계속 제기됐던 ‘강경론’이 힘을 얻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대응 방어가 힘을 잃어가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자 강력한 일격으로 상황을 타개해 보려 했다는 것이다.
김재정 씨는 4일 소송대리인인 김용철 변호사를 통해 자신의 부동산 거래 내역을 보도한 경향신문과 이를 토대로 의혹을 제기한 유승민 의원, ‘도곡동 땅’ 발언을 한 서청원 고문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또한 이와는 별개로 ‘다스’가 자사 계열사의 천호사거리 뉴타운 특혜 의혹을 제기한 박근혜 후보측 이혜훈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인 측은 “경향신문은 김 씨의 부동산이 가압류된 이유가 친구의 사업자금 대출에 대한 보증책임에 따른 것임에도 본인이 빚을 갚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허위사실에 기초해 마치 도곡동 대지의 실소유자가 김씨가 아니라는 의심을 유도했고, 근거 없이 개발 정보를 미리 입수해 땅투기를 한 것처럼 보도했으며 유 의원은 이를 토대로 사실 확인 없이 발언했다”고 주장했다.
또 “서 의원은 한나라당 김만제 고문이 ‘이 전 시장으로부터 (도곡동 대지의) 실소유주가 자신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발언한 사실이 없는데도 그런 말을 들었다고 했고 이 의원은 다스가 투자한 홍은프레닝이 시행하는 주상복합건물 사업과 관련해 ‘사전 정보를 취득해 싼 값에 땅을 샀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측 박형준 캠프 대변인은 이날 “이 전 시장에 대한 허위폭로나 음해에 대해서는 후보 보호 차원에서라도 분명히 문제를 짚을 것”이라면서 “원칙은 지키되 반칙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사면초가, 자승자박?

하지만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서 이명박 후보는 ‘상황타개’가 아닌 ‘진퇴양난’에 빠졌음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 후보 관련 의혹들을 특수부에 배당해 고소 접수 3일 만에 1차 조사를 끝내는 등 발 빠른 수사를 하기 시작했다. 김경수 대검찰청 홍보기획관은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씨 사건처럼 수사가 길어져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서두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기 전에 예민한 사건들을 마무리하겠다는 말이다.
이에 한나라당 내에서는 역대 대선에서 검찰의 개입이 대선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후보에게 고소를 취하할 것을 요구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특수부는 사회 비리를 특별 수사하는 곳인데 대선이 있는 해에 특정정당 후보측을 후벼 파는 것을 특별수사라고 하는 것은 전근대적 발상”이라며 “고소 이야기를 듣자마자 땅을 치고 화를 냈으며 (곧바로) 그 캠프에 조용히 취하하라고 이야기했다”고 분을 토했다.
당 내 다른 의원들도 “캠프 사이에 검찰 고발이 이뤄지고 있는데, 집안싸움을 밖으로 끌고 나가는데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여옥 전 최고의원은 “당내 문제에서 고소·고발이 웬 말이냐”며 “송사 좋아하는 집안치고 망하지 않은 집안이 없다”고 고소 취하를 주장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도 “고소장을 들고 검찰로 뛰어가거나 이상한 문건 입수에만 열을 올리는 것이 경선 승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라며 “고소·고발은 즉시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한나라당 당직자는 “이미 당내 경선의 주요 사안으로 떠오른 이 후보의 부동산 문제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불거질지에 대한 걱정과 여권이 이를 정치적으로 어떻게 활용해 나갈지에 대한 우려가 당의 분위기를 고소 취하로 몰고 갔다”고 전했다.
결국 지난 11일 이명박 후보는 고소를 취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미 자살골을 들어간 상황이었다.
검찰은 “이명박 박근혜 후보와 관련한 비리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겠다”고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또한 고소가 취하된다고 하더라도 몇몇 사안은 다른 쪽에서 충분히 수사가 가능해 검찰 수사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또한 검찰 수사로 이명박 박근혜 후보의 공멸을 점치던 범여권에서 김혁규 김종률 열린우리당 의원이 이명박 후보측이 자신들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데 대해 인격 모독과 허위 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발함에 따라 이 후보측과 관련한 검찰 수사는 피해 갈 수 없는 일이 됐다.
이 후보측의 권고에도 김재정씨가 박 후보측의 사과를 받지 않는 한 고소를 취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악수’는 이 후보를 끝없는 나락으로 인도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와의 관계도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 박 후보측은 이 후보측의 고소 직후 “검찰은 고발을 접수한 이상 즉각 수사에 돌입해 철저한 관련 계좌 추적을 통해 4대 의혹을 조속히, 그리고 확실히 규명해 줄 것을 촉구한다”는 의견을 밝힌바 있다. 또한 이 후보측의 고소 취하 방침에도 불구하고 “도곡동 땅 1천313평의 차명 재산 여부, 다스의 실소유자, 천호동 주상복합건물 관련 권력형 개발비리 여부, 이 후보 처남 김재정씨 명의의 전국 47곳 부동산 실제 주인 등 4대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소리 높이고 있어 당내 분열이 극에 달하고 있음을 보였다.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의혹은 완벽히 해명돼야 한다. 이명박 후보가 검찰 조사에 선을 정하려하고 이제는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민들에게 ‘뭔가 켕기는 것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고소로 당내 분열을 부르고 한발 물러선 모습으로 ‘의혹이 많은 후보’라는 이미지를 안게 된 이명박 후보.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가 이어짐에 따라 박근혜 후보와 법정다툼을 벌이게 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한나라당의 결말과 함께 두 후보에게 다가오고 있다.

법정 간 정치부부?

정가에는 “이명박 후보측이 고소를 한 시점에서 이미 한나라당 후보 간 분열은 루비콘 강을 건넜다. 검찰은 ‘처벌이 전재되지 않은 조사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한나라당 두 후보는 검찰 조사를 바탕으로 법정에서 네 허물이 더 크냐 내 허물이 더 크냐를 다투게 될 것”이라고 한나라당의 앞날을 점치고 있다.
한 정치인은 “이명박 박근혜 후보를 정치부부로 본다면 이들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합의이혼보다 법정이혼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법정에 선다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만큼 이들의 다툼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격화될 것이며 한나라당도 순식간에 쪼개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