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수사본부 제안 논란에 이어 ‘秋 장관 입장문 유출’ 의혹 진실공방까지

윤석열 검찰총장(좌)과 추미애 법무부장관(우)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좌)과 추미애 법무부장관(우)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 지휘권을 놓고 벌여왔던 날선 공방이 9일 사실상 윤 총장의 ‘백기투항’으로 막을 내리는 모양새지만 여진은 여전히 잦아들지 않은 채 도리어 정치권 화두로 계속 확산되고 있다.

◆ 秋 거부했던 ‘독립수사본부’, 정작 법무부서 요청?…진실공방 여전

앞서 지난 4월 윤 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채널 A기자와 유착했다는 의혹이 고발된 이후 대검찰청은 이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측과 신경전을 벌여왔는데, 급기야 사건 관계자에 대한 영장 청구에 힘을 싣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맞서 대검이 전문수사자문단까지 소집하겠다며 격하게 충돌하자 추 장관이 직접 개입하기 시작했고 지난 2일 수사자문단 소집 절차 중단과 수사팀에 대한 윤 총장의 지휘 중단을 지시하는 ‘장관 수사지휘권’ 발동을 계기로 상황은 더 이상 검찰 내부 갈등이 아니라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대결로 분명해졌다.

그동안 문재인 정권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검찰개혁 추진을 천명해왔던 만큼 결국 검찰과 불편한 관계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필연적 수순이었는데, 추 장관이 권한을 내세워 “지휘 사항을 문언대로 신속하게 이행하라”, “9일 오전 10시까지 답변 달라”고 윤 총장을 압박하기 시작하면서 법무부와 대검 간 갈등은 여당이 추 장관을 두둔하면 제1야당이 윤 총장을 옹호하는 형태로 아예 정치권으로까지 확전돼 버렸다.

이처럼 법무부와 대검 사이의 첨예한 대치는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을 천명한지 일주일 만인 9일 잦아들게 됐는데,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포함하는 독립수사본부를 구성하자고 최종 중재안을 건의했으나 곧바로 추 장관이 이를 거부함에 따라 결국 대검에서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총장의 지휘권은 이미 상실된 상태가 됐다”며 백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대검은 “장관의 지휘권 발동 이후 법무부로부터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독립수사본부 설치 제안을 받고 이를 전폭 수용했으며 어제 법무부로부터 공개 건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전날 윤 총장이 밝힌 ‘독립수사본부’ 제안의 경우 정작 법무부에서 먼저 요청했으면서도 추 장관이 거부했다고 그 이중적 태도를 꼬집었는데, 그러자 법무부도 즉각 반박하면서 또 다른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법무부에선 이전처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수사해야 한다는 추 장관 방침을 윤 총장이 사실상 받아들인 데 대해선 일단 “국민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독립수사본부 설치에 대한 대검 주장과 관련해선 “대검 쪽으로부터 서울고검장을 팀장으로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법무부 실무진이 검토했으나 장관에게 보고된 바 없고, 독립수사본부 설치에 대한 언급이나 이를 공개 건의해 달라는 요청을 대검 쪽에 한 사실이 없다”고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 최강욱에 ‘秋 입장문’ 유출 논란까지…野 “제2의 국정농단” 성토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SNS에 올렸던 '법무부 알림'이란 글로 인해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 / 오훈 기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SNS에 올렸던 '법무부 알림'이란 글로 인해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 / 오훈 기자

지휘권 갈등 사태가 표면상 종결되기는 했지만 석연찮은 부분은 ‘독립수사본부 제안’ 논란 외에 또 있는데,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무부 알림’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불거진 ‘추 장관 입장문 사전 유출’ 의혹이다.

당시 최 대표는 ‘법상 지휘를 받드는 수명자는 따를 의무가 있고 이를 따르는 것이 지휘권자를 존중하는 것임,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다른 대안을 꺼내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님, 검사장을 포함한 현재의 수사팀을 불신임할 이유가 없음’이란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21분 뒤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돼 삭제했다. 법무부는 그런 알림을 표명한 적 없다”고 스스로 해당 내용을 지웠는데, 사전 유출 논란이 일어나자 같은 날 오후 법무부에선 “알림을 준비하는 과정에 내용 일부가 의원 페이스북에 실렸지만 법무부 최종 입장이 아니고 이 글이 게재된 경위를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으나 ‘가안’ 존재 가능성만 인정한 꼴이 되면서 논란만 한층 키웠다.

이에 최 대표가 다시 9일 새벽 “마치 제가 법무부와 교감하며 뭔가 꾸미는 것처럼 언론플레이 한다. SNS를 살피다 언뜻 올라온 다른 분 글을 복사해 잠깐 옮겨 적었을 뿐”이라고 추가 입장을 내놨는데, 법무부에서도 같은 날 “이번 사안은 장관과 대변인실 사이의 소통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실무진(장관 보좌진)이 실수해 2개의 안 중 최종안과 다른 안이 SNS로 유출됐지 특정인(최 대표)에 보낸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권에선 이 논란을 바탕으로 ‘최 대표가 비선실세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 어린 시선을 보내며 청와대 배후설을 재차 제기했는데,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비대위 회의에서 “법무부 가안이 전달된 게 맞다면 관련자들은 징계 받아야 한다”고 지적한 데 이어 “같이 협의, 코치한 ‘비선’이 모두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인데 문 대통령이 본인은 뒤에 있으면서 이런 사람을 내세워 윤 총장 내쫓으려는 게 아니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순실 국정농단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최순실이 봐줬다는 보도로 시작됐다. 최강욱에게 새어나간 거냐, 아니면 최강욱이 써준 거냐”며 “추 장관의 입장문을 범죄 피의자인 최강욱과 공유했다면 더 나쁜 국정농단”이라고 압박대열에 가세했다.

이처럼 야권의 공세가 거세지자 최 대표는 같은 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복사한 글의 출처는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의 SNS 내용이었다며 “다른 분이 저희 팬페이지에 올린 글을 먼저 봤지만 반신반의하다 뒤에 최 전 의원 글을 발견하고 제목만 [법무부 알림]으로 다른 알림처럼 축약한 후 마지막으로 제 의견을 짧게 달았던 것”이라고 반박에 나섰는데, 곧바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최민희가 올린 것과 최강욱이 올린 것은 문언이 다르다. 남의 글 퍼나르면서 뭐하러 문언을 수정하나”라고 꼬집으면서 의혹은 다시 해소되지 못한 채 원점으로 돌아갔다.

심지어 이번 의혹에 대해선 범여권이던 정의당에서까지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는데, 김종철 선임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법무부와 바깥의 정당 관계자, 또 다른 관계자들이 긴밀하게 연관돼 있고, 통상적으로는 알기 힘든 '보이지 않는 논의기구'가 있는 것인지 하는 의심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이제 의혹 해소를 위해서라도 추 장관이 직접 나서서 내부 검토안이 어떻게 밖으로 유출됐는지 조사해 밝혀줘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으며 국민의당마저 “법무부장관이 피의자 신분 국회의원과 공모가 아닌 단순 교감이나 협의과정이었다 해도 이 또한 옳은 처신이었나. 국정농단이 아니라면 국정오류, 국정실종”이라고 한 목소리로 압박했다.

[시사포커스 / 김병철 기자]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9일 오전 국회(본청 228호)에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병철 기자]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9일 오전 국회(본청 228호)에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통합당은 9일 대검찰청을 방문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검찰청법을 위반한 직권남용에 해당된다며 고발장을 제출한 데 이어 오는 10일 열겠다는 국회 법사위에 윤 총장 뿐 아니라 추 장관도 출석시켜 진실을 밝히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법사위 소속 통합당 의원들까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 대표까지 꼬집어 “국정농단은 비선에 의한 것도 심각한 일이지만 힘과 권력을 가진 실선에 의한 것이라면 더 심각하다. 더구나 최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아들의 허위 인턴증명서 발급 혐의로 기소된 형사피고인”이라며 “추 장관은 유출 경위, 유출자 파악을 위해 즉각적인 감찰을 단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연이은 악재에 ‘속 타는’ 與…秋 이긴 듯해도 ‘법사위’ 변수 남아

안 그래도 부동산 정책 후폭풍과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 등 줄줄이 악재가 이어져 속 태우던 여당은 추 장관이 승기를 잡으면서 매듭지어지는 듯 했던 이번 사안까지 정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전전긍긍하는 모양새인데, 표면상 윤 총장이 백기투항 했다지만 대검에서 추 장관 뜻을 수용하는 것인지 명확히 밝히진 않은 채 “총장은 2013년 국가정보원 사건 수사팀장의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고 부연하는 등 불편한 속내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데다 원내 다수를 점하고 있어도 부동산 문제로 유탄을 맞았던 것처럼 이번 사태도 여론 동향이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역풍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대체로 청와대 뜻에 거의 발맞춰 따라갔던 여당은 부동산 사태 이후 정부 정책에 따라 자당 지지율까지 큰 영향을 받게 되면서 이제 당이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데, 그럼에도 일단 이번 사안에 대해선 자칫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에도 영향을 미칠까 우려해 추 장관을 비호하면서 윤 총장 비판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야권에서 집중하고 있는 ‘법무부 알림’ 유출 논란에 맞대응하기보다 추 장관과 각을 세워온 윤 총장의 태도를 비판하는 데 방점을 뒀는데,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은 사실상 수용했다고 보도하고 있으나 내용은 여전히 수용인지, 거부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상급자의 지휘와 지시에 하급자가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같은 당 김남국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여의도에서 도는 이야기는 (윤 총장이) 대통령 출마하려고 계속해서 법무부장관과 각을 세우고 충돌하는 이런 정치적 모양새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라고 윤 총장을 몰아붙였다.

이렇게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이 여야 대결의 형태로 ‘2라운드’에 들어가면서 이번 논란의 중심에 있는 두 사람이 과연 국회 법사위에 나와 확실하게 종결시킬지 여부가 우선 관심사로 꼽히고 있는데, 김도읍 통합당 의원은 9일 “윤호중 의원이 법사위원장직 권한을 남용해 법사위를 개최하지 않고 있고, 국회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법사위가 무산되는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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