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코로나19 피해자 증언대회 국회서 열려
근무 중 한 번도 마스크 벗지 않았지만 ‘양성’ 판정
쿠팡맨·쿠팡이츠 라이더 “로켓배송에 사고 우려↑”

국회의원회관에서 8일 쿠팡 부천물류센터 집단 감염 피해노동자들이 피해 사례를 증언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오훈 기자
국회의원회관에서 8일 쿠팡 부천물류센터 집단 감염 피해노동자들이 피해 사례를 증언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마스크 필터를 두 장이나 끼웠으며 근무 중에 단 한 번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음에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 지침을 완료했다는 회사의 말을 믿었다. 너무나도 억울한 심정"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쿠팡 부천물류센터 집단 감염 피해노동자들이 피해 사례를 증언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정의당 류호정, 강은비 의원과 권영국 정의당 노동본부장, 장귀연 노동권연구소 소장이 참석한 이번 간담회에는 물류센터 근로자들과 쿠팡맨, 쿠팡이츠 라이더를 대표하는 이들이 피해 사례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억울함을 쏟아냈다.

이날 참석한 물류센터 관련 직원들은 실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가 완치한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사실보다 사측의 안일한 대응과 무책임한 태도에 더욱 큰 상처를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계약직 노동자 전 씨는 부천 신선센터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으며 이로 인해 남편과 딸도 함께 전염됐다. 현재 전 씨의 남편은 의식이 없으며 기도삽관으로 호흡을 대체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다. 내일 아침 요양원으로 전원 하기로 결정했다.

전 씨는 “사측에서는 방역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했으니 이에 대한 책임이 없고 사과 또한 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며 “산재 처리만 돕겠다고 문자로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시급에 노동력을 제공한다고 했지 가족들의 목숨을 담보로 사지로 몰아넣을 권리까지 준 것은 아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 씨와 비슷한 사례는 또 있었다. 또 다른 물류센터 근로자인 최 씨는 감염으로 인해 동거인인 고령(80세)의 어르신이 전염됐다. 최 씨의 어머니 역시 전염돼 폐에 균이 침투돼 현재 요양 중이다. 그러나 사측에서는 노동자 본인 산재신청에 대한 지원 외에는 가족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쿠팡은 물류센터 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초기부터 정부 지침을 준수해왔으며 합리적인 조치를 다 해왔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물류센터가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방역당국은 쿠팡 노트북과 키보드 등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확인한 바 있다. 

한 노동자는 “근무하기 위해서는 작업대 노트북을 켜서 사번을 입력해야한다”며 “해당 노트북은 마우스가 없어 모두 맨손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당 간담회에서는 코로나19로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는 ‘쿠팡맨’과 내비게이션 시간보다 빠른 배달 시간으로 사고 위험에 놓인 ‘쿠팡이츠’ 라이더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이들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업무량은 더욱 늘어났으나 급여와 인력, 복지 등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귀연 노동권연구소 소장은 “쿠팡은 시장 공략 지점으로 ‘신속성’을 내세워 다른 이커머스 기업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로켓배송’과 ‘로켓배달’이라는 핵심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며 “바로 그 로켓 때문에 쿠팡 노동자들이 죽어나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의당은 쿠팡 코로나19 피해자 지원대책위원회와 함께 쿠팡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노동법적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추가 피해 사례 수집 및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산재 신청 등 피해 노동자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류호정 의원은 “역학조사 결과 부천 물류센터는 쿠팡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음이 드러났다”며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되며 업계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윤리경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쿠팡은 코로나19 조치와 관련된 오해를 해명하기 위해 뉴스룸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동안 물류센터 키보드 등 사무용품을 관련 방역지침에 따라 소독해 왔다고 해명했다. 물류센터 작업자들에게 작업용 장갑을 제공해왔으므로 작업자들이 맨손으로 사무용품을 접촉할 이유가 없다는 것.

쿠팡 관계자는 “일부 키보드 등 사무용품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으나, 해당 바이러스가 부천신선물류센터 내 감염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질병관리본부 또한 바이러스 양이 적고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아닐 수도 있어서 전염력이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언급된 천안 물류센터 외주업체 직원 식당 조리사 사망사고와 관련해서도 “쿠팡은 식당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직원의 업무 분장 및 보호장구 지급 등 구체적인 작업환경은 동원그룹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책임관리하고 있다”며 “쿠팡은 필요한 모든 자료를 제공하며 수사에 협조했고 사고와 관련이 없음을 확인 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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