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성추행범에게 '대통령'이라는 공식직함 적힌 조화를 보낼 수 있는지?
-조국에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
-대통령이라면 공과 사는 구별할 줄 알아야

[시사포커스 / 정유진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는 글을 자신의 페북에 게시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모친상 상가에 문재인 대통령이 조화를 보낸 것과 관련하여 진 교수는 이 역시 조국에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주장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교수, ⓒ시사포커스
진중권 전 동양대교수, ⓒ시사포커스DB

그러면서" 아무리 같은 패밀리라도, 대통령이라면 공과 사는 구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냥 사적으로 조의를 전하는 것이야 뭐라 할 수 없겠지만, 어떻게 성추행범에게 '대통령'이라는 공식직함을 적힌 조화를 보낼 수 있는지, 조화를 보내는 것 자체가 문제이지만, 굳이 보내야겠다면 적어도 '대통령'이라는 직함은 빼고 보냈어야 합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잖아요. "마음에 빚이 있다."는 말로 비판을 받았다면, 이런 행동을 반복해서는 안 되죠. 그런데 같은 오류를 반복하는 것을 보면, 대통령 자신이 그게 왜 문제인지 아예 이해를 못하신 것 같습니다. 결국 철학의 문제입니다. 공화국은 '공적 업무'라는 뜻입니다. 공화국의 통치가 친노친문패밀리를 챙기는 '사적 업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말이 그렇게도 이해하기 어려운가요?"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반복되는 행동에 대해 비판했다.

진 교수는 대통령은 제 식구가 아니라 국민을 챙겨야 한다면서 대통령이 위로할 사람은 안희정이 아니라, 그에게 성추행을 당한 김지은씨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켜야 할 사람도 도지사가 아니라, 그의 권력에 희생당한 여비서라고 주장하면서 "그게 국민의 대표로서 대통령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의 마음은 가해자인 안희정이 아니라, 피해자인 김지은씨에게 가 있습니다. 김지은씨가 '대통령 문재인'이라 적힌 그 조화를 보면, 그 마음이 어떻겠습니까?'라고 물으면서 "철학이 없는 것이야 그렇다 쳐도, 최소한 개념은 있어야 할 거 아닙니까.근데 이거, 대통령이 보낸 걸까요? 아니면 참모들이 별 생각없이 벌인 일일까요? 전자라면 믿기 힘든 일입니다"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또다시 7일 자신의 페북에 "이거 뭐, 정치권에서 성범죄자에게 공식적으로 "힘내라"고 굳건한 남성연대를 표한 격이니... 코로나로 경제가 어렵다 보니 대통령 이하 여당 정치인들이 단체로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수출했나 봅니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 지금 이 분위기, 매우 위험합니다. 국회페미에서 성명을 냈네요. 여성단체에서도 이들을 따라 줄줄이 성명을 내야 할 상황인 듯. 그런데 과연 성명이 나올까? 그런 당연한 확신조차 갖기 힘든 시대입니다"라며 자칭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성폭행범에게 직함 박아 조화를 보내는 나라. 과연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라고 끝을 맺었다.

한편 국회 여성 근로자 페미니스트 모임인 ‘국회 페미’는 6일 성명에서 “먼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문재인 대통령, 박병석 국회의장, 이해찬 민주당 당대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조화를 보냈고 많은 정치인들이 조기를 보내 빈소를 가득메웠다”고 지적했다. 

또한 “오랫동안 함께 일한 동료의 모친상을 개인적으로 찾아 슬픔을 나누는 것은 당연한 도리지만, 안희정씨는 더 이상 충남도지사가 아니다”라며 “정부의 이름으로, 정당의 이름으로, 부처의 이름으로 조의를 표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군다나 조화와 조기 설치 비용은 국민의 혈세로 치러졌을 것”이라며 “사회 정의를 실현해 공정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전력할 의무가 있는 정치권은 이번 일이 마치 안희정씨의 정치적 복권과 연결되는 것으로 국민이 오해하는 일이 절대 없도록 발언과 행동에 주의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정의당도 6일 대변인 논평에서 “안 전 지사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로 대법원에서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며 “더불어민주당 대표, 원내대표,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걸고 조화를 보낸 이 행동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정치인으로서 무책임한 판단”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