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에선 ‘이재명’ 상승세…등판 여부 따라 윤석열 野 ‘다크호스’ 가능성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좌)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중), 윤석열 검찰총장(우). ⓒ시사포커스DB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좌)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중), 윤석열 검찰총장(우).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한동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독주로 점철되다시피 해왔던 차기 대선경쟁 구도가 최근 들어 서서히 재편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여전히 격차는 있다지만 여당 내에선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 의원을 조금씩 추격하고 있는데다 21대 총선에서 이 의원과의 맞대결로 무너져버린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의 퇴장 이후 뚜렷한 차기 후보가 보이지 않았던 야권에선 본인의 의중과 관계없이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선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자마자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 떨어지는 이낙연 지지율, 하락인가 조정 국면인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 의원이 지난 총선 이후로 점점 하락세를 타면서 급기야 ‘이낙연 대세론’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가 데일리안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 여권의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설문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 조사 때보다 7.6%P 떨어진 30.8%를 기록했는데, 총선 이후였던 지난 4월 5주차 당시 44.1%가 무색하게 한 달 뒤인 5월 4주차 조사에서 38.4%로 떨어졌던 데 이어 이번 조사에서도 거듭 하락함에 따라 이 같은 전망이 나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앞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전국 2537명에게 조사해 발표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집계 결과(95%신뢰수준±1.9%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도 이 의원은 2개월 연속 하락해 30.8%를 기록했는데, 2위와의 격차가 상당하고 13개월째 1위를 수성 중이지만 지난 4월 조사에서 40%선을 돌파했던 데 비추어 볼 때 10%P나 하락했다는 점은 부정적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더구나 장기간 선두를 지켜온 후보란 점에서 긍정적 이슈보다는 부정적 이슈에 여론의 관심이 높고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미 지난 3월 이 의원의 아들이 유튜브 방송에 나와 ‘코로나는 코로 나온다’고 실언한 데 이어 이 의원 본인도 총선 전인 지난 4월 6일엔 종로구 선거방송위원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 리허설 중 ‘우한 코로나’라고 발언했다가 논란에 휩싸였으며 총선 승리 이후인 5월 5일엔 이천 화재 희생자 분향소를 찾았다가 유족들의 대책 요구에 “저는 국회의원도 아니고 한 조문객으로 왔다. 제가 지금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게 아니다”라고 대꾸해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심지어 이 의원이 당권 도전 의사를 내비친 이후론 같은 당의 김부겸, 김두관 등 대권잠룡은 물론 당권주자들까지 사실상 ‘6개월짜리 당 대표’를 하려는 그의 행보에 견제구를 던지면서 대권과 당권 중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압박을 가했었는데, 6월 30일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 당 대표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더라도 최고위원의 남은 임기를 보장하기로 당헌 개정을 의결하면서 이 의원은 그나마 한숨 돌릴 수 있었지만 하루 뒤인 1일엔 한 토론회 강연에서 “인생에서 감동적인 변화는 소녀가 엄마로 변하는 순간이며 남자들은 그런 경험을 못해 나이 먹어도 철이 안 든다”고 발언해 스스로 설화에 휘말렸다.

오는 7일 당권 도전을 선언하겠다면서 ‘대세론’에 다시 박차를 가하려던 시점에 재차 구설에 오르면서 그의 향후 지지율에도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데, 이 의원은 지지율에 대한 이 같은 시각에 대해 앞서 지난달 10일 “총선 이후 많이 올랐던 게 조정되고 있다”고 반박했으며 기 소개한 리얼미터의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에서도 월간 추세 상으로는 지난 3월 29.7%를 얻었던 만큼 총선 이전 지지율로 회귀하는 정도로 볼 수 있지만 일찍이 대선주자로서 당 대표도 맡았었던 황교안 전 대표처럼 당을 이끌면서 여러 ‘시험대’에 오른 끝에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격차 좁혀가는 이재명, 20대에선 이낙연 앞서기도…변수는 재판?

리얼미터가 조사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집계 결과(위)와 알앤써치가 실시한 여권의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설문 결과(우) ⓒ리얼미터, 알앤써치
리얼미터가 조사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집계 결과(위)와 알앤써치가 실시한 여권의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설문 결과(우) ⓒ리얼미터, 알앤써치

이 의원 외에 여권 내 유력 경쟁자로 꼽힐 만한 또 다른 인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인데, 지자체장 출신 대권잠룡 중 하나인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김경수 경남지사 등은 한 자리 수 지지율에 머무는데도 불구하고, 이 지사만은 이 의원과 함께 여러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어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이 지사는 상기한 리얼미터 조사에선 지난달보다 1.4%P 상승한 15.6%를 얻으며 3개월 연속 2위를 차지했고 이 의원과의 격차로 이전보다 좁혔는데, 기 거론한 알앤써치 조사에선 20%를 기록하면서 격차를 한층 더 좁힌 것은 물론 20대에선 비록 오차범위 이내지만 이 지사(23%)가 이 의원(22.9%)을 앞서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 지사 역시 윤미향 사태 당시 윤씨에게 위안부 피해자 쉼터 건물을 소개했던 이규민 의원이 당선자 중 유일한 ‘이재명계’ 의원이었다면서 같은 당 지지자들로부터 다시금 견제구가 쏟아지는 등 일부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그 돈(후원금)이 잘못 쓰인 게 아닌지 등 경기도특별사법경찰들과 특별팀을 꾸려 수사하고 있다”며 스스로 논란에 빠르게 정면대응한데다 대중의 관심이 높은 민생 이슈들은 곧바로 반응하고 정책도 내놓은 점들이 유권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가 지사직을 맡고 있는 경기도 내 지지율을 봐도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지난 12~13일 경기도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민선 7기 2주년 도정 평가’(표본오차 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응답자의 79%가 ‘일을 잘했다’고 답했으며 코로나19 대응에 대해선 무려 90%가 높이 평가한 것으로 나왔는데, 1주년 평가 당시 얻은 60%에 비교하면 불과 1년 사이에 19%P나 상승한 셈이다.

무엇보다 기본소득 이슈에 발맞춰 내놓은 재난기본소득은 물론 청년기본소득과 같은 여러 경기 부양 정책들도 호평을 받고 있는데, 이 조사에서 민선 7기 3년차 우선 추진 정책 분야에 대해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하라는 주문이 가장 많았던 점도 반영해 1일 임기 후반부엔 지역화폐형 농민기본소득 등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문제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대권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벌였던 날선 공방의 앙금이 여전히 남아있다 보니 현재 당내 입지가 상당히 좁다는 건데, 이와 더불어 직권남용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이 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느냐는 부분도 당장 그의 대권가도에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이 사건은 1심에선 무죄, 2심에선 유죄가 나왔지만 3심인 대법원에선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까지 했음에도 결국 결론 내리지 못한 채 지난 19일 “필요한 경우 심리를 재개할 수 있고, 선고기일 지정 여부는 추후 확정할 것”이라며 계속해서 ‘걸쳐놓는’ 모습을 보였고, 이에 이 지사 지지자들은 지난달 29일 청와대 게시판에 이 지사의 무죄를 호소하는 국민청원을 올려 여론전에 들어갔는데 1일엔 이 지사 지지자들이 판결문을 왜곡한다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올라오면서 맞불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선지 이 지사도 아직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겠다는 듯 지난달 2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대선 지지율 2위를 기록한 데 대해서도 “지금 목이 날아가느냐 마느냐 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소위 대선주자 선호도라는 것은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았고 어느 순간에 사라져버릴지 모를 신기루처럼 실체가 없다”고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 등판하자마자 ‘野 1위’ 된 윤석열…反文 여론 ‘대안주자’로?

[시사포커스 / 유우상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를 열고 윤석열 총장에 지지를 보내던 모습.
[시사포커스 / 유우상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를 열고 윤석열 총장에 지지를 보내던 모습.

이 같은 이 지사의 주장처럼 대선주자 선호도는 한 치 앞도 예상하기 어려운 결과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단적인 예가 윤석열 검찰총장이 상기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군으로 처음 포함되자마자 10.1%라는 두 자릿수 지지율을 얻으며 야권 주자 중 1위를 차지한 부분을 들 수 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과 황교안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기존의 다른 대권잠룡들 지지율은 하락한 반면 정작 윤 총장은 본인이 출마 표명한 적이 없는데도 이 지사에 이은 3위에 안착했다는 점에서 그가 향후 등판할 경우 이 의원과 이 지사도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비록 현재 1, 2위와의 격차가 적지 않다지만 현재 문 대통령과 여당이 인국공 사태와 부동산 대책 후폭풍 등 난관에 직면한 것은 물론 윤 총장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민주당의 퇴진 압박이 거세질수록 ‘반문재인’ 여론에 힘입어 윤 총장의 가치는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제1야당인 통합당은 추 장관에게 공격받는 윤 총장을 적극 엄호하면서도 정작 자당 대선후보로 내세우자는 적극적인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는데, 김무성 통합당 전 의원은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여권에서) 때리면 때릴수록 더 커질 것”이라면서도 “(윤 총장은) 아직 공무원 입장으로 당장 야권에서 나서라고 말할 단계는 아니라 본다”고 밝혔으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같은 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총장이 무슨 대통령 후보냐. 할 수 없지 않느냐”라는 반응을 내놨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위원장은 “당 밖에서 꿈틀거리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에 오기 전에 다음 대통령감이 어떤 사람일까 관심 있게 관찰하고, 가능성 있는 사람에게 권고도 해봤다”고 밝혔는데, 일단 자신이 운을 띄웠었던 ‘40대 경제 전문가’에 대해선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그런 사람이 없다”고 강조한 만큼 윤 총장이 아닌 다른 원외 인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위원장은 “여론조사상 누가 앞서 있다는 것은 지금 별로 의미가 없다. 금년 하반기, 내년 초에 (코로나 위기 극복을) 어떻게 해보이느냐에 따라 다음 대선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 그의 발언대로 현재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난 ‘3자구도’가 아니라 예상을 뛰어넘는 새 구도로 재편되는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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