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잘되고 못됨은 다 천시(天時)와 운명(運命)이 그러할 뿐이다

노병한 칼럼니스트
노병한 칼럼니스트

[노병한의 운세코칭] 송나라 초기에 2명의 명재상이 있었다. 예컨대 ‘송(宋)나라 태조 때에 재상(宰相)을 지냈던 개국공신 조보(趙普)’와 ‘과거에 장원급제한 후 불과 12년 만에 재상(宰相)의 자리에 오른 여몽정(呂蒙正)’이 그 예다. 이들은 송나라 건국 이래로 3번씩 재상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여몽정(呂蒙正)은 어려서 부모를 잃고 어려운 유·소년기를 보내다가 과거 급제하여 재상(宰相)이 된 인물이다. 관직에 있으면서 강직함과 후덕함으로 온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크게 떨친 명재상으로 많은 일화를 남긴 인물이다.

여몽정(呂蒙正)은 자신의 관직이 최고위 대신(大臣)의 직위를 가리키는 삼공(三公)의 반열에 올라 부귀가 극에 달했지만 자신의 성공담을 다음과 같이 담담하고 겸허한 말로 대신하였다.

여몽정(呂蒙正)의 성공담(成功談)에 “내가 결코 남보다 잘나서 오늘의 위치에 오른 것이 아니다. 다만 천시(天時)라고 하는 때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운명(運命)이 나를 오늘의 여기에 있게 했다”고 겸허히 말했다. 마치 장자(莊子)의 안명무위(安命無爲)처럼 ‘사람이 잘되고 못됨이 다 때(天時)와 운명(運命)에 있음’을 깨달았음이고 인정했음이다.

지붕의 덮개로 사용하는 기와를 구워내는 가마를 가리켜 와요(瓦窯)라 한다. 여몽정은 젊은 나이에 곤궁 궁핍한 시절에 깨지고 허물어져서 버려진 와요(瓦窯)에서 잠을 자며 살았다. 그래서 후대의 사람들이 여몽정(呂蒙正)의 성공담(成功談)을 ‘파요부(破窯賦)’라고 이름 붙였음이다. 여몽정(呂蒙正)의 ‘파요부(破窯賦)’를 한번 새겨보자.

?하늘에는 예측이 어려운 바람과 구름이 있고 ?사람들은 아침과 저녁에 자신에게 다가올 화복(禍福)에 대한 예측을 못하며 ?지네라는 오공(蜈蚣)은 많은 발을 가졌으나 달리는 게 발이 없는 뱀을 따르지 못하고 ?닭은 큰 날개를 가졌지만 창공을 날아오름에 작은 새에 미치지를 못하구나!

?말이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는 있지만 사람이 타고서 이끌지를 아니하면 스스로 나아가지를 못함이고 ?사람이 비록 높은 하늘의 구름을 덮을 만큼의 뜻과 장대한 기개가 있다고 할지라도 때와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 뜻을 펼칠 수도 없음이고 이루지를 못함이다.

?학문으로 세상을 뒤엎고 평정한 공자도 일찍이 진나라에서 생고생을 하며 곤욕을 당하였고 ?무공과 책략에 출중했던 강태공도 위수의 강가에서 낚시를 드리우고 때를 기다리며 세월을 낚았지 않았던가 말이다. ?도척은 장수를 하였으나 선량한 사람이 아니었고 ?안회는 비록 단명하였지만 흉악한 소인배는 아니었다.

?요순은 비록 성인이었으나 불초한 자식을 낳았음이고 ?고수는 완고하고 우매하며 미련하였지만 도리어 대성인인 순(舜)을 낳았음이며 ?장량은 본래 보통의 한미한 선비였고 소하는 아주 작은 현의 말단관리였지 않았던가? ?안영은 오척(五尺)도 안 되는 아주 작은 키의 단신이었으나 제나라의 수상에 봉해졌음이고 ?제갈 공명은 초려에 은거하고 지내다가 촉한의 불세출의 군사가 되지 않았던가?

?한신은 스스로 닭을 잡을 힘도 없었으나 한(漢)나라의 대장군이 되었고 ?풍당은 나라를 평안하게 할 뜻과 기개를 충분히 갖추었지만 나이가 늙도록 미관말직도 얻지를 못하였으며 ?이광은 활을 쏘아 호랑이를 잡을 수 있는 위력이 있었으나 종신토록 급제하지 못했음이고 ?초나라 항우는 비록 영웅이었으나 오강에서 자결함을 면치 못하였으며 ?한나라 유방은 비록 유약하였으나 산하 만리(萬里)의 나라를 세우지 않았던가?

?경륜이 제아무리 좋아도 백발이 성성하도록 급제를 못하는 사람이 있고 ?재능이 없고 학문이 깊지 못해도 약관의 젊은 나이인 소년시절에 과거에 급제해 등과하는 사람도 있으며 ?처음에는 부유하다가도 나중에 가난해지는 팔자도 있고, 처음에는 빈천하였지만 나중에는 부자가 되는 팔자도 있지 않던가?

?교룡(蛟龍)이 때를 얻지 못하면 물고기나 새우들이 노는 물속에 몸을 잠기듯, 영웅호걸도 천시인 때를 만나지 못하면 뜻을 이루지 못함이며 ?군자도 천시이자 때에 해당하는 시운(時運)을 얻지 못하면 소인의 앞에서 몸을 굽힐 수밖에 없음이 세상 이치다.

?하늘도 때가 되지 아니하면 해와 달의 빛과 광채가 흐리고 약하며 ?땅도 때가 되지 아니하면 초목이 야위어 자라지 못함이며 ?바닷물도 때가 아니면 풍랑이 일어 잔잔할 수가 없음이고 ?사람도 때를 얻지 못하면 제아무리 이로운 운을 가졌어도 뜻이 통하지 않음이 만고불변의 이치다.

?내가 어린 시절 낙양에 있을 때에 낮에는 절에 가서 절밥을 얻어먹고 밤에는 차가운 깨진 도자기 가마에서 잠을 자곤 했음인데 ?입은 옷은 작아서 몸을 다 가릴 수가 없었고, 멀건 물죽만으로는 허기진 배고픔을 면할 수가 없었다.

?그 때에 윗사람들은 나를 미워하였고 아랫사람들 역시 나를 억누르면서 모두가 나에 대해 말하기를 천하다고 대하였었는데 ?내가 나에게 홀로 독백하며 말하기를 “이건 내가 천한 것이 아니고, 나에게 주어진 때(時)와 운(運) 그리고 명(命)이 그러한 것뿐이다.”

?내가 후에 과거에 급제해 등과를 하고 벼슬이 높아져 지위가 삼공의 반열에 오르고 이르러 ?만조백관과 세상을 통솔할 수 있었고 생사여탈의 징벌의 권한까지 가지게 됨이니 ?밖으로 나가 세상을 호령할 때에는 채찍을 든 군사들이 호위를 하였고 ?집으로 돌아와 들어서면 미인들이 모두 다 나와 시중을 드는데 ?옷 입을 생각만 하여도 능라금단이 대령되고 음식 먹을 생각만 해도 산해진미가 대령되며 ?신분이 높은 윗사람은 나를 총애고 신분이 낮은 아랫사람들은 나를 받들면서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 흠모하고 내가 귀하다고들 받들어 주는구나!

?내가 나에게 홀로 독백하며 말하기를 “이건 내가 귀한 것이 아니고, 나에게 주어진 때(時)와 운(運) 그리고 명(命)이 그러한 것뿐이다.” ?대저 사람들이 이승의 이런 인간 세상에서 사는 동안 ?부귀와 영화만을 받드는 것도 옳지 못함이고, 빈천함과 궁핍함을 업신여기는 것 또한 옳지 못함이라! ?이러함은 천지가 순환하며 마치면 또 다시 시작되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글/노병한:박사/한국미래예측연구소장/노병한박사철학원장/미래문제·자연사상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