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회부의장직 거부’ 등 與 압박에도 17개 상임위원장 선출한 민주당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으로 선출된 (좌측 상단부터 각 단별 우측으로) 예결위 정성호, 여가위 정춘숙, 국교위 진선미, 환노위 송옥주, 농해수위 이개호, 문체위 도종환, 행안위 서영교, 과방위 박광온, 교육위 유기홍, 정무위 윤관석, 운영위 김태년 민주당 의원과 신임 국회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같은 당 김영춘 의원(우측 하단)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으로 선출된 (좌측 상단부터 각 단별 우측으로) 예결위 정성호, 여가위 정춘숙, 국교위 진선미, 환노위 송옥주, 농해수위 이개호, 문체위 도종환, 행안위 서영교, 과방위 박광온, 교육위 유기홍, 정무위 윤관석, 운영위 김태년 민주당 의원과 신임 국회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같은 당 김영춘 의원(우측 하단)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한 달 넘게 이어온 여야 간 원 구성 협상이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정보위를 제외한 17개 상임위원장을 여당이 모두 차지하는 결과로 끝맺게 됐다.

앞서 법정시한인 지난 8일 이후 원 구성 시한이 다섯 번이나 바뀌었을 만큼 박병석 국회의장이 여야 중재에 나서는 모양새였지만 핵심쟁점인 법제사법위원장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못하면서 21대 국회는 개원부터 다수 의석을 앞세운 여당의 일방독주로 출발하게 됐다.

◆ 원 구성, 假합의안 나왔는데 결렬?…與 “협상권·결정권 다른 통합당 탓”

지난 15일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 국회 상임위원장직을 여당이 단독 선출한 데 대해 반발한 통합당이 상임위에 모두 불참함에 따라 사실상 ‘반쪽 국회’ 상태가 이어지는 등 원 구성 문제로 국회가 장기간 정상 운영되지 못하면서 가급적 협상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정치권에서 계속돼 왔다.

29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에 따르면 전날 박 의장 주재로 열린 원내대표 회동에서 양당은 ▲상임위원장 11:7 배분 ▲차기 대선 집권당 소속 21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 선출 ▲법사위 제도 개선 협의 ▲6월 임시국회 회기 내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한일일본군위안부피해자 합의 및 후속조치와 관련한 국정조사(윤미향 국정조사)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관련 법사위 청문회 등을 골자로 한 가합의안을 도출해냈으나 통합당이 29일 오전에 거부 입장을 통보해오면서 끝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는 “그동안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를 했는데 가합의라고 할 수 있었던 안을 통합당이 거부함으로써 협상은 결렬됐다. 협상권과 결정권이 다른 통합당의 구조 때문 아닌가”라며 “일하는 국회를 좌초시키고 민생의 어려움을 초래한 모든 책임은 통합당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협상 파트너인 주호영 원내대표와 가합의안을 도출했음에도 결정권이 그에게 없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주장인데, 이와 관련해선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이런 협상을 할 때는 창구를 일원화하는 게 중요하다. 협상자와 최종 판단자 간에 견해가 달라 이런 상황이 온 것”이라고 꼬집었으며 김영진 원내총괄수석부대표는 보다 구체적으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과도하게 원내 진행되는 사안에 개입해서 주 원내대표가 상당히 힘든 과정 아니었나”라고 김 위원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실제로 통합당에선 과거 나경원, 심재철 원내대표 시절에도 여당 원내대표와 합의안을 도출해냈지만 자당 의원총회에서 퇴짜를 맞으면서 당 입장이 번복되는 사례가 있었던 만큼 여당은 이런 전례를 바탕으로 ‘통합당 책임론’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다만 정청래, 양향자 등 민주당 의원들이 비대위원장을 맡은 지 한 달 된 김 위원장을 겨냥해 연일 ‘김종인 대망론’을 펼치면서 통합당을 비판했던 점에 비추어, 김 위원장으로 인해 협상이 결렬됐다는 민주당의 주장 역시 사실이라기보다 여당이 국회를 독식한다는 논란을 피하면서 야당 내부도 이간질하려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 아니냐는 시선이 적지 않다.

◆ 통합당 “초안? 그런 것 없었다…與, 후반기 ‘野 법사위원장’ 제안 거부”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당장 당사자인 통합당부터 민주당의 이 같은 주장에 반박하고 나섰는데,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29일 구두논평을 통해 “명분을 쌓기 위해 근거 없이 제1야당 대표의 과도한 개입을 운운한다. 허위사실로 내부 분열까지 획책하는 여당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 데 이어 주호영 원내대표도 원 구성 협상 결렬 직후 기자회견에서 여당이 언급한 ‘가합의’ 관련 질문엔 “초안이라면 합의하고 서명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없었고 여러 경우를 가정해 의견 접근할 수 있는 최대한까지 논의한 사실이 있을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주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은 최종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결론을 안 낸 의견 접근이었기 때문에 의견 접근이라 보기 어려웠다”면서 박 의장이 후반기 국회에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중재안을 내놓은 데 대해서도 “그 안은 우리가 도저히 받을 수 없다. 21대 원 구성은 국회 상황에 따라 개원할 때 결정할 일이지 대선 승리 여부에 맡기는 것 자체가 국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에 반한다”고 일축했다.

특히 그는 “우리는 후반기 2년이라도 (법사위원장을) 교대로 하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그마저 안 받아들였다. 나눠서 하는 것조차 안 되는 이 상황은 민주당이 국회를 일방 운영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제안하는 7개 상임위원장을 맡는 게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그다지 의미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는데, 주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선 아예 박 의장까지 겨냥 “추경 처리하게 상임위원 명단 제출 서두르란 얘기가 가당키나 한 소린가. 의장실 탁자를 엎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급기야 통합당에선 상임위원 명단 제출을 전제로 본회의 시간을 국회의장이 연기하자 본회의 불참은 물론 명단도 제출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야당 몫 국회 부의장으로 유력했던 정진석 의원까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대미문의 반민주 의회 폭거에 대한 항의 표시로 국회 부의장 안 한다”고 천명했는데, 이에 따라 이날 오후 본회의에선 국회법상 국회의장이 부의장과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서 위원을 선임해야 하는 정보위는 야당 국회 부의장 부재로 선출할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강경 대응 기류 속에 여당으로부터 ‘협상 방해 주역’으로 지목 받아온 김 위원장도 같은 날 오후 의총에서 “다수가 가기 뜻대로 하겠다고 억지를 쓰는 이상 우리 소수가 거기에 어떻게 대항할 방법이 없다”고 원 구성 협상 결렬에 대한 입장을 내놨는데,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지금 우리가 상당히 괴로움 느끼는 순간이 될지 모르지만 장차 달성할 목표를 위해 오히려 더 큰 약이 될 수 있다. 주 원내대표를 전폭 지지하며 앞으로 의정을 국민만 쳐다보고 야당 의원으로 직무에 최선을 다한다면 앞으로 1년여 이후 (대선 때) 좋은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 개문발차 민주당, 공수처 등 他 현안도 일방통행 시동 거나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제379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제379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처럼 여야 합의가 물 건너가면서 박 의장은 이날 오후 “국민과 기업의 절박한 호소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서 원 구성을 마치기로 했다”며 본회의를 개의한 뒤 통합당의 불참 속에 정보위를 제외한 11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민주당 의원으로 속전속결 임명 처리했다.

일단 김 원내대표 스스로 운영위원장을 겸임하게 됐으며 행정안전위원회엔 3선의 서영교 의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엔 박광온, 여성가족위원회에는 재선의 정춘숙 의원이 위원장을 맡게 됐고, 당초 통합당 몫으로 배정됐던 7개 상임위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정성호, 정무위는 윤관석, 국토위는 진선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이개호, 교육위원회 유기홍,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도종환, 환경노동위원회 송옥주 민주당 의원이 선출됐다.

그간 여야가 상임위원장을 나눠 갖는 관행은 지난 1988년 총선으로 여소야대가 된 13대 국회 때 처음 시작돼 불과 얼마 전인 20대 국회까지 이어져왔지만 지난 15일 6개 상임위원장 선출에 이은 이날 본회의 결과로 여당 독식이 현실화되면서 이 같은 전례는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깨지게 됐으며 이런 상황을 꼬집어 통합당의 주 원내대표는 “역사는 2020년 6월29일, 33년 전두환 정권이 국민에게 무릎 꿇었던 그날(1987년 6·29 선언) 문재인 정권이 몰락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고 기록할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무엇보다 통합당에선 단지 여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데 그치지 않고, 통합당 의원까지 모두 이날 본회의에서 강제로 상임위원 배정 의결한 데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같은 날 “상임위원 배정표를 못 내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던 최형두 원내대변인조차 오후 의총 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저희가 상임위 배정표를 준비했으니 냈느니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의장과 여당 지도부가 아무 때나 강제로 동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상임위 참여 가능성에 거리를 두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여당에선 내친김에 다른 현안들까지 모두 밀어붙이겠다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있는데, 먼저 이날 본회의에선 정세균 국무총리의 시정연설을 통한 당부도 있었고 예결위원장마저 여당 의원이 차지해 3차 추가경정예산안은 민주당이 목표로 한 내달 3일 이전까지 처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록 이해찬 대표가 이날 본회의 직전 의총에서 “오늘 이렇게 되는 상황이 안 오길 바랐다. 이제부터 (김 원내대표한테) 사리가 생기기 시작할 것”이라고 향후 정국 경색을 걱정하기도 했지만 그 역시 내달 출범하도록 되어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관련해선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통합당이 방해하면 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해서라도 반드시 신속하게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던 만큼 앞으로 공수처를 비롯한 여러 현안에 있어서도 이번 원 구성 문제처럼 의석수로 밀어붙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당이 무조건 일방 독주하는 건 어렵다는 반박도 나오고 있는데,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 7명 중 통합당이 2명 가져가는데 이들이 반대하면 공수처장 후보 선출이 안 되는 것”이라며 “7월15일(공수처 출범예정일)에 통합당이 국회 법사위에서 찬성해주지 않으면 결코 출범할 수 없다. 공수처장의 인사청문도 통합당이 3개월 동안 무조건 잡아둘 수 있다”고 역설해 과연 원 구성도 강행한 민주당이 ‘뜨거운 감자’인 공수처를 야당과 협상하면서 풀어갈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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