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상임위 명단 제출 안 해”…與 “오늘부터 비상대기 돌입할 것”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긴급 비상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재신임 받은 뒤 연단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TV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긴급 비상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재신임 받은 뒤 연단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TV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상임위원장 선출이 단행된 데 반발해 국회를 떠났던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칩거 열흘 만인 25일 결국 원내 복귀했지만 원 구성 문제를 여야가 타협한 게 없다 보니 정국 상황은 여전히 냉각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 주호영, ‘원 구성’ 합의도 없었는데 돌연 복귀한 이유는?

수적 우세인 여당에 맞설 카드가 없다는 현실을 오히려 카드로 삼아 “18개 상임위원장 다 가져가라”며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벼랑 끝 전술’을 펼쳤던 주 원내대표가 당 안팎의 설득 끝에 일단 국회로 돌아왔는데, 이틀 전인 지난 23일 강원도 고성 화암사까지 자신을 찾아온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의 5시간에 걸친 회동조차 협상 결렬로 끝났음에도 25일 국회로 복귀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지난 22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번주 목요일 비대위 회의에는 돌아올 것”이라고 먼저 운을 띄웠던 데다 주 원내대표 스스로도 국회 복귀 하루 전인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20일 김 위원장께서 법주사로 찾아와 제 거취와 우리 당 앞날에 대해 오래 얘기했는데 충북 보은을 떠나면서 ‘이제 상임위원장은 내려놓읍시다. 마음 다스리고 다음 주에 올라오세요’라고 말씀하셨다”고 밝혔으며 25일 의총에선 아예 “원내대표직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했는데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시고 당을 전진시키자는 말을 듣고 올라왔다”고 설명해 표면상으론 당내 설득 때문에 복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하지만 여당이 강행 처리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 6월 임시국회 내에 원 구성 문제와 추경을 처리하자고 촉구하는 상황인 만큼 이 데드라인을 지나버리면 사실상 민주당에 대한 압박 효과가 크게 떨어져버리는데다 주 원내대표 스스로 국회로 돌아올 타이밍까지 놓칠 수 있어 원 구성 협상에선 별 변화가 없었음에도 국회 복귀를 택하게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더구나 악화된 대북관계나 볼턴 회고록 파문, 인천공항공사 정규직화 논란 등 정부여당에 공세를 펴기 좋은 현안들이 쏟아지는 시점에 제1야당 원내사령탑의 ‘칩거’가 장기화되면 오히려 민주당엔 호재로 작용하고 통합당은 대여 압박 기회만 잃게 된다는 부분 역시 필연적으로 주 원내대표가 복귀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는데, 당장 김여정의 대남비난 담화부터 남북공동사무소 폭파, 대남방송 확성기 재설치에 이르기까지 연일 문재인 정권을 압박해오던 북한이 주 원내대표의 국회 복귀 하루 전인 지난 24일 돌연 김정은 지시로 대남 군사행동을 보류하고 확성기도 철거함에 따라 야당으로선 특기인 안보 공세를 본격화할 타이밍도 놓치게 됐다.

여기에 여러 현안들로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여당 지지율은 큰 변동이 없는데다 통합당이 별 반사효과를 입지 못하는 상황 또한 주 원내대표가 칩거 행보를 이어가기 어렵게 만든 것으로 보이는데,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2~24일 전국 성인 1516명에게 조사한 6월4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95%신뢰수준±2.5%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0.2%P 올라 40.8%를 기록한 반면 30%선 돌파를 목전에 뒀던 통합당은 주 원내대표의 잠행이 한 주를 넘긴 뒤 그간의 상승세가 꺾이면서 28.1%를 얻는 데 그쳤고, 특히 핵심 지지기반인 영남지방과 70대 이상 고령층 지지율까지 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또 여당으로선 칩거 중인 야당 원내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모양새만 갖추면 나머지 상임위원장 등을 강행 처리하는데 따르는 정치적 부담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주 원내대표의 ‘25일 복귀’ 가능성이 나온 바로 다음날(23일)에 직접 찾아와 별 다른 양보안도 없이 평행선 달리다가 사진만 촬영하고 간 상황 역시 주 원내대표의 복귀를 부채질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 “민주당, 야당 없이 마음대로 해보라”…與로 공 넘긴 주호영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그래선지 주 원내대표는 원 구성 문제가 풀리지 않는 데 대한 책임이 여당에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25일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에서 지금은 절대 다수이기 때문에 야당의 동의나 협조 없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했으니 해보시라”며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협력만 하라는데 따를 야당이 어디에 있겠냐”라고 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다만 국회 정상화가 지연된다는 부담은 의식한 듯 앞서 의총에서 주 원내대표는 “우리는 절대 몽니를 부린다든지 국회를 파행시킬 생각이 없다. 야당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을 방기하지는 않겠다”며 “우리 요구를 들어주면 협조한다”고 강조했는데, 같은 당 최형두 원내대변인이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을 통해 “국회 법사위원장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단 한 석의 상임위원장도 맡지 않는다는 것이 당의 원칙”이라고 밝혔던 만큼 ‘우리 요구’란 7개 상임위원장을 놓고 협상한다기보다 이전처럼 법사위원장을 달라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물론 이미 법사위원장 배정이 끝났고, 민주당 소속인 윤호중 법사위원장 주재 하에 법사위 회의까지 개최했던 판국에 원 구성 협상 초기의 원점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판을 깨겠다’는 의도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무작정 배수진을 친 건 아닌지 주 원내대표는 25일 의총에서 “현재 민주당과 국회의장실이 혼란 상태에 빠진 것 같다. 추경 예산이 올라와 있지만 12개 상임위 전체를 구성하지 않으면 심사가 어려워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안다”며 “저쪽은 상임위 배정명단을 달라고 요청하는데 그럴 수 없다. 자기들 마음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순간 우리에게 손 내밀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까진 단일대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의장실이 혼란 상태’란 주 원내대표 주장이 빈 말은 아닌 듯 박병석 국회의장은 같은 날 민주당의 김 원내대표와 면담한 자리에서 “추경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통합당의 입장을 들어보고 좀 더 고민하겠다”며 “여야가 막판까지 진지하게 추가 협상해 달라”고 주문했는데, 김 원내대표는 면담 직후 “통합당에서 상임위 구성 위한 명단을 제출하지 않겠단 얘기가 들려오던데 주 원내대표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상임위 가동하겠다고 얘기한 것과 틀려졌기 때문에 어떻게 할지 대응방안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기자들에게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우선 내달 3일로 끝나는 6월 임시국회 회기 전까진 추경안을 처리하고자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일단 예산결산특별위원장만이라도 뽑는 방안도 검토 중인 김 원내대표는 “계속해서 기다릴 수는 없다. 집권당으로서 책임 있게 국회를 가동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 이날 박 의장과의 면담에서도 그는 “여당 마음대로 다 가져가라”던 통합당 발언 그대로 나머지 12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선출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주 원내대표도 국회 복귀 이후 한층 ‘강 대 강’으로 응수하고 있어 양당 간 접점은 찾기 어려운 실정인데, “우리 입장은 18개 상임위원장을 서둘러 임명하라는 것도 아니다”라고 맞불을 놓은 데 이어 이날 오후 박 의장과 회동한 뒤에도 “박 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은 없다”며 빈손으로 끝났음을 분명히 했다.

◆ 통합당, 상임위 대신 ‘특위’ 내세워…추경심사·국정조사 등 ‘對與 강공’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25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볼턴 회고록 내용 관련해 청와대를 겨냥한 국정조사 추진 가능성을 밝히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25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볼턴 회고록 내용 관련해 청와대를 겨냥한 국정조사 추진 가능성을 밝히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이처럼 원 구성 협상엔 확실하게 배수진을 치면서도 국회 의사일정 참여를 비롯해 각종 현안을 놓고 정부여당을 추궁하는 야당으로서의 역할 역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던 통합당은 상임위 참석 대신 ‘외부 특위’ 활동으로 보완해나가겠다는 입장인데, 주 원내대표는 “우리는 그룹별로라도 열심히 활동하고, 외교안보특위 등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앞서 출범한 박진 위원장의 외교안보특위, 윤희숙 위원장의 경제혁신위 등에 이어 이날은 초선인 조명희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미래산업일자리특위도 출범시켰다.

이 뿐 아니라 주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에서 예고했던 대로 국정조사 카드도 꺼냈는데, 그는 25일 비대위 회의에서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내용과 관련해 “통합당이 구성해서 활동하고 있는 외교안보특위에서 여러 의문을 제기하고 공개질의를 해놨다”며 “만약 청와대에서 성실한 답변이 없다면 국민을 대표해 국회 차원에서 필요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통합당에선 최형두 원내대변인이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진 의원이 ‘김여정의 말을 보면 (문 대통령을 향해) 신의를 헌신짝처럼 버린 배신자란 말이 나오는데 대체 무슨 얘기가 있었기에 대통령을 모욕하고 개성공단에 있던 시설을 폭파했는지 따져 물어야 한다’고 했다”면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서도 국정조사를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아울러 통합당에선 여당이 ‘비상대기 돌입’까지 천명한 3차 추경 처리에 대해서도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주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추경 심의와 관련 “본예산에 넣어야 할 추경들이 엄청 올라와 있고 국민들 상대로는 시급한데 우리가 안 하는 것처럼 얘기한다. 1차 추경도 미진한 상태에서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추경”이라고 꼬집었으며 그와 함께 재신임 받은 이종배 정책위의장도 “추경 예산을 모두 분석했는데 문제가 상당히 많아 하나하나 발표해 나갈 것”이라고 ‘현미경 심사’를 예고했다.

벌써부터 통합당에선 송언석 의원이 “정부가 제출한 3차 추경안을 반영해도 올해 고용보험기금 재정이 정부 계획보다 악화되는 것이란 추산이 나왔다”면서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에 제출받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고용보험기금이 정부 전망보다 1101억원 더 높은 3조7981억원 적자를 보게 되는 것으로 나왔다고 지적한 데 이어 최승재 의원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통해 “3차 추경에 반영된 소상공인 예산 보면 생색내기용으로 도배돼 있다”며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84억원, 스마트공방 기술보급 75억원 배정 등을 꼬집어 “기술보급이 아니라 직접 지원 늘리는데 사용돼야 한다. 빚만 지게하고 소상공인에 희생 강요하는 예산들”이라고 비판했다.

이밖에 주 원내대표가 윤미향 의혹 등 다양한 현안들에 대한 대여 공세도 강화할 뜻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어느 쪽도 절대 물러서지 않는 치킨게임 끝에 과연 누가 웃게 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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