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느낌과 공감’을 원한다고? 사실과 수치를 경시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대다수 청년의 ‘노오력에 대한 배신’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부익부 빈익빈’...서울에서만 493조원의 불로소득 창출
‘깊은 강은 소리를 내지 않는 다’... 실적도 없이 홍보 문구와 행사만 요란한 ‘이런 정부는 없었다’

“느낌과 공감, 이게 더 많은 국민이 원하는 게 아닐까? 생각보다는 전문 지식이 없는 국민들이 훨씬 많으니까!”

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도중 지인이 던진 말이다.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답답해 옴을 느꼈다. 나름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의 임원이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으로 ‘느낌과 공감’을 언급하다니. 느낌과 공감을 중시하는 국민이 많다는 얘기는 상대적으로 ‘사실과 수치’를 경시한다는 얘기일 텐데...

며칠이 지나서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에 취업준비생과 청년들이 거세게 반발한다는 소식이 떴다. 인국공의 정규직 전환 관려 단체채팅방에 올라온 메시지가 22일 하루 동안 대한민국을 달궜다.

"ㅋㅋㅋ 열폭들 ㅋㅋㅋ 나 군대 전역하고 22살에 알바천국에서 보안으로 들어와서 190만 원 벌다가 이번에 인국공 정규직으로 간다ㅋㅋㅋ 연봉 5000만 원 소리질러 2년 경력 다 인정 받는다. 서연고(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나와서 뭐하냐ㅋㅋㅋㅋ 인국공 정규직이면 최상위인데ㅋㅋㅋㅋ 졸지에 서울대급 돼버렸네 소리질러ㅋㅋㅋㅋ 니들 5년 이상 버릴 때 나는 돈 벌면서 정규직ㅋㅋㅋㅋㅋ 요새 행복~~~~ 부모님도 좋아함ㅋㅋㅋㅋ"

인국공 사태와 해당 메시지와 관련해 양식 있는 대학생이 다음과 같은 글을 페북에 남겼다.

“인국공 사태에 분노하는 청년들이 별로 불쌍하지 않다. 대선 전, 총선 전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겠다고 했다. 평창 남북 단일팀을 구성한 대가로 올림픽 대표팀에서 쫓겨난 선수들 보고 알아차렸어야지.”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랬다. 여자 아이스하키에서 남북 단일팀이 구성돼 북한 선수들이 (노력 없이) 출전하게 되자 땀 흘리며 올림픽만 바라보던 우리 선수들은 제대로 경기에 뛰 기회를 잡지 못했다. ‘노오력의 배신’이었다.

이 대학생은 이렇게 글을 맺었다.

“왜?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 빼곤 잘하고, 부동산 문제 빼곤 잘하고, 탈원전 문제 빼곤 잘하고, 최저임금 문제 빼곤 잘한다고 생각하나?”

글을 읽고 생각하니 문재인 정부의 지지자들, 즉 문빠들이 늘 했던 이야기가 그렇다. ‘*** 문제 빼곤 잘 한다’는 식. 그래서 거꾸로 ‘잘한 리스트’를 찾으려고 하니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봐도 별로 보이는 게 없었다.

비정규직 문제를 살펴보니 비정규직보다 더 심각한 게 실업문제였다. 지난 5월 실업률은 4.5%로 외환위기 이후 21년 만에 최대였고, 청년체감실업률은 26.3%에 달했다. 5월 실업급여로 1조162억 원이 나가면서 월단위로 처음 1조원을 넘었고, 2017년 말 10조 2544억 원이던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올해 말이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정규직도 작년 8월 748만 명으로 역대 최고를 보인 이후 그다지 줄지 않는 추세다.

부동산 문제의 경우 문재인 정부에 호의적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3일 “문재인 정부 3년(2017년 5월∼2020년 5월)간 서울 아파트 중위 값은 한 채당 3억1400만원(52%) 폭등했다”고 밝혔다. 각 정권을 비교한 결과 이명박 정부(2008년 12월∼2013년 2월)에서는 1500만원 하락(-3%)했고, 박근혜 정부(2013년 2월∼2017년 3월)에서는 1억3400만원(29%) 올랐다. 서울 아파트값 변동에 따른 불로소득은 박근혜 정부에서 155조원, 문재인 정부에서 각각 약 155조원과 493조원이 발생했고 이명박 정부 때에는 약 35조원이 감소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불로소득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이 실현됐다. 가장 소득이 낮은 1분위 가구가 서울 아파트를 구매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문재인 정부 임기 초의 41년에서 작년 말 72년으로 31년이나 늘어났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임기 초 48년에서 임기 말 35년으로 13년 줄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35년에서 41년으로 6년 늘었다.
탈원전으로 인해 두산중공업은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졌고 두산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중이다. 원전생태계도 붕괴가 진행중이다. 지난해 두산중공업에 원전 부품을 납품한 중소 협력업체 수는 219개로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 발표 직전인 2016년(325개)에 비해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 두산중공업이 중소 협력업체와 체결한 신규 계약 건수 역시 지난해 1105건으로 전년(2051건)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원전생태계가 붕괴되면 그 결과는 ‘전기료 인상과 비싼 전기료에 따른 경쟁력 약화’일 것이다.

최저임금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급속히 산업경쟁력을 잃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최대 후원자라는 민주노총은 내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1만770원(올해 대비 25.4% 인상)을 확정하면서 그것도 과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산업기반 붕괴와 코로나 19로 기업들 대부분의 지갑은 텅 비어가는 데 그런 임금을 줄 여력이 있을까?

코로나 19를 잘 막았다며 ‘K방역’을 그렇게 홍보하더니 최근에는 언급 횟수가 확 줄었다. 여기저기서 지역사회 감염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전 세계를 보면 미국, 유럽,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에서는 코로나 19가 심각하다. 반면에 뉴질랜드, 대만,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은 대한민국보다 훨씬 방역을 잘하는 모범국이다. (의심이 들면 구글에서 ‘COVID-19 Map Johns Hopkins’를 검색해 각국 통계를 보라)

한스 로슬링이 쓴 <팩트풀니스>는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으로 이같은 조언을 하고 있다.

“단순한 생각과 단순한 해결책을 조심하라. 역사는 단순한 유토피아적 시각으로 끔찍한 행동을 정당화한 사람으로 가득하다. 복잡함을 끌어안고 여러 생각을 섞고 절충하라. 무엇보다도 진짜 삶을 말해주는 수치를 사랑하라.”

느낌과 공감은 살아가는 데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과 수치에 입각한 냉철한 현실 인식이다. ‘느낌과 공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과연 대한민국의 문제, 국민들의 문제를 해결해주었던가 냉철히 생각해 볼 시점이다.

‘느낌과 공감’을 얘기했던 지인은 다음과 같은 좌우명을 갖고 있다.

“깊은 강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진정한 실력자는 소리가 요란하지 않다. 잘하는 정치, 잘하는 경영, 잘하는 경영은 모두 조용하다.

문재인 정부는 어떤가? 실적이나 수치는 없이 홍보 문구와 홍보 행사만 요란하다. 참,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내걸었던 ‘일자리 상황판’은 지금 어디로 가 있을까? 갑자기 궁금하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