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취소에 시간 번 與野…일방독주 ‘부담’ 與, 통합당과 타협 가능할까

텅 빈 국회 본회의장 모습. ⓒ포토포커스DB
텅 빈 국회 본회의장 모습. ⓒ포토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19일 오후로 예정됐던 본회의가 박병석 국회의장의 전격 취소 결정으로 무산됨에 따라 그동안 원 구성 문제를 놓고 ‘강 대 강’ 기조를 이어왔던 정치권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 달라진 朴 의장, 15일엔 본회의 강행하더니 19일엔 돌연 취소

지난 15일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더 준다고 해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희박하다. 위기 상황 속에 관련 상임위를 열어서 현안 문제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며 법제사법위원회 등 6개 상임위원장 선출 안건을 강행 처리했던 박 의장이 정작 19일 나머지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열기로 했던 본회의에 대해선 “소통하고 대화해 꼭 합의를 이뤄 달라”면서 전격 취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 표면상 이유로 박 의장은 ‘야당 원내지도부 공백’을 꼽았는데,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 등 불과 며칠 사이에 지난 15일과는 정치권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도 어느 정도 이런 결정을 내리는 데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특히 박 의장이 전격 취소 결정을 밝히면서도 다음 본회의 개의 날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아 지난번과 달리 야당을 압박하기보다 ‘합의, 설득’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데, 한민수 국회의장 공보수석은 이날 브리핑 뒤 기자들과 만나 “의장은 여야 모두와 꾸준하게 접촉도 하면서 국회 정상화를 위해 국회 정상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며 통합당 원내대표 공백 상황에 대해서도 박 의장이 통합당 초·재선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과 국익을 기준으로 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라’고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 수석은 오는 22일 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정례 회동 개최 여부와 관련해 “주말 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의장은 상임위원회는 11대7로 의석 비율에 따라 배분하는 게 좋겠다는 것과, 법사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분리하는 게 좋다, 어느 한 당이 둘 다 가지는 것은 좋지 않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여 이를 통합당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박 의장이 지난 15일 6개 상임위 선출을 위한 본회의를 열면서 “일주일 동안 본회의를 두 차례나 연기하며 협상을 촉구했고 스스로 깊은 고뇌의 시간을 가졌으나 국민과 국익을 위한 길이라면 감당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언했었던 만큼 이번 본회의 취소 역시 또 다시 일방 처리하기 위한 일종의 ‘명분 쌓기’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데, 비록 의장은 시한을 정하지 않았다지만 당장 더불어민주당에선 김태년 원내대표가 이날 의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다음 주 안에 원 구성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같은 날 오전 국회의장 집무실을 찾아온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추가경정예산안이 제출된 지 벌써 2주가 흘렀고 여러 가지 지원정책을 마련하는데 시기가 중요하다. 3차 추경안도 2차 추경안처럼 빠른 시일 내 통과돼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당부하자 박 의장도 “국가 비상시기인데 국회가 정상 출발하지 못해 국민들에게 송구스럽고 마음이 무겁다. 추경을 하루바삐 하지 않으면 같은 돈을 풀어도 효과가 적을 것”이라고 강조해 이번 본회의는 취소했을지언정 장기간 여야 대치 상태를 좌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속 타는 與와 버티는 통합당…野 ‘벼랑 끝 전술’ 통했나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비서관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 본회의 개의 연기 및 여야 합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비서관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 본회의 개의 연기 및 여야 합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미 의장의 본회의 취소 결정이 나오기 전 민주당에서도 압박보다는 대화하려는 태도로 점차 변화해가는 모습이었는데, 지난 16일만 해도 “금주 안으로 18개 전 상임위에 대한 원 구성을 마치고 추경안 심사에 본격 착수해야 한다. 국회는 샅바 싸움을 하던 과거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며 “총선과 코로나19를 거치며 세상은 과거와 달라졌다. 통합당은 뉴노멀을 직시하고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던 김태년 원내대표는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다음 날인 17일 최고위에선 “내우외환 상황에서 정쟁이 극단으로 향하지 않도록 통합당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 19일까지 협상의 문이 열려 있는 만큼 기다리겠다”고 다소 수위를 낮췄다.

심지어 김 원내대표는 하루 뒤인 18일 정책조정회의에선 연평도 포격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접고 국방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를 소집했던 사실을 거론하면서 “국회가 초당적으로 협력해 비상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이제 통합당의 차례”라고 호소했는데, 19일 최고위 회의에서 그는 “국회가 통합당 보이콧 때문에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야당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박 의장의 본회의 취소 발표 직후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앞으로 통합당과의 원 구성 협상을 최대한 진행하겠다”고 야당에 러브콜을 보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원내수석은 “긴박한 남북문제 해법 마련을 위해 외통위, 국방위, 행정안전위, 정보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 정상화에 참여해 달라”면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면 꼭 찾아뵙고 상의하고 싶다”고 통합당에 애걸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는 다수결 강행 처리에 나서기보다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기로 한 데에는 여러 사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인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 등이 벌어진 지난 16~18일 동안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유권자 1001명에게 조사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가 전주보다 5%포인트 하락하며 9주 만에 60%선을 하회하는 등 정권이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인데다 지난 4일 국회에 제출됐던 3차 추경 처리도 시급하기 때문인데, 야당 몫으로 배정한 예결위는 통합당에서 추천 의원조차 내정하지 않고 있어 여당의 속을 태우고 있다.

실제로 김 원내수석은 “3차 추경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마무리해야 한다. 7월3일까지 통과 못하면 (추경안이) 지자체로 내려가 다시 심사해야 하는데 (그러면) 걸리는 시간이 짧게는 한 달 반, 길게는 두 달이 걸린다”며 “우리 민생이 숨이 멎을 수도 있다. 대한민국 경제가 파산하지 않게 해달라”고 야당에 촉구했는데, 급기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이날 국회를 찾아 “국회에서 추경안 처리가 안 돼 답답해서 왔다. 6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한 국민과의 약속인데 전혀 안 돼서 (문 대통령이)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법사위를 여당이 차지한 이상 예결위까지 민주당에서 가져가는 것은 의장이 수용하지 않다 보니 통합당이 먼저 협조에 나서지 않는 이상 해결 방법은 마땅치 않은데, 그럼에도 여당은 상임위원장 배분에 대해선 “가합의안에서 다했기 때문에 이후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충분히 논의할 수 있으나 처음부터 논의하자는 것은 더 큰 아노미 상황으로 들어가게 할 수 있다”며 선을 긋고 있어 통합당 역시 수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 “법사위 달라” 고수하면서도 ‘여야 합동회의’ 제시한 통합당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미래통합당 박진·신원식·조수진·지성호·조태용·태영호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한미연합훈련 재개 및 전략자산 재전개 추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미래통합당 박진·신원식·조수진·지성호·조태용·태영호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한미연합훈련 재개 및 전략자산 재전개 추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결국 통합당은 여야를 중재하는 위치에 있는 국회의장에게 공을 넘겼는데,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의장을 향해 “저희에게 대화를 안 한다고 그럴 게 아니라 거꾸로 복기해서 매듭 묶은 것을 빨리 풀어 달라. 상임위 위원을 강제로 배정한 것부터 해서 본인이 푸셔야 할 숙제가 분명히 있다”고 역설한 데 이어 법사위원장을 원점으로 돌리라는 의미냐는 질문에도 “맞다. 이 문제를 풀어갈 공은 민주당과 박 의장에게 있다”고 힘주어 답했다.

또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본회의 취소 소식이 나오자 “민주당의 21대 국회 원 구성 강행 및 국회의장의 상임위원 강제 배정의 부당성을 주말 동안 지역구 활동을 통해 널리 알려주길 당부한다”고 자당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여론전에 돌입한 모습까지 보여줬는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이날 초선의원 간담회에서 “개원이 언제 될 것이냐에 대해 상당히 초조할 텐데, 여러분(초선의원들)이 인내를 가져주면 좋겠다”고 장기화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은 “이것도 종래 사고에서 벗어나 새 시각을 가지면 어렵게 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주말이 지나면 아마 주 원내대표가 다시 올라오게 되고, 원 구성에 우리가 참여할 것이냐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배준영 대변인은 이에 대해 “저희 희망사항”이라며 “(김 위원장은) 여당이 야당에게 여러 유인책을 쓰지만 확고한 결의를 통해 역량을 발휘하고 한마음으로 나아가면 우리 당에 대한 신뢰가 생기지 않겠나. 국민이 우리를 바라보니 용기를 갖고 작은 것에 집착하지 말고 큰 틀로 나아가자(고 했다)”고 부연했다.

주 원내대표의 복귀는 원 구성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의미이기에 김 위원장의 발언은 국회 정상화에 긍정적 방향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데, 북한의 남북공동사무소 폭파 등 시급한 안보 현안들도 산적해있다는 점에서 상임위원장 배분 때문에 계속 의사일정 보이콧을 이어가기엔 여론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래선지 통합당 외교안보특위 위원장인 박진 의원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상임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에 초당적 외교안보합동회의를 할 것을 제안한다”며 “파행국회지만 한편으로는 대단히 중요한 안보 현안이 있으므로 초당적 논의를 위해 여당에 제의하는 것”이라고 민주당에 손을 내밀었다.

이 뿐 아니라 박 의원은 오는 22일 북한의 도발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후 이를 발의한다는 계획도 밝혔는데, 합동회의를 비롯한 이 같은 행보는 상임위 문제와 별개라면서 “여당 독주로 상임위원과 상임위원장이 여당 단독으로 뽑혀 국회가 파행을 겪고 있다”고 국회 정상화가 되지 않은 데 대한 원인은 사실상 민주당에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렇듯 통합당이 여야 합동회의를 제안했다면 통합당 출신이었던 윤상현 무소속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회의장직과 법사위원장직은 여야가 분리해 맡는 게 일당 독주를 견제하고 균형 있는 국회 운영을 위한 오랜 관행”이라면서도 “지금은 북한의 무력시위가 계속되고 있고 코로나 민생 등 나라 안팎이 너무 화급하다. 박 의장 주재 하에 여야 중진협의체를 복원해 대화와 협의를 통해 국회를 정상 가동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는데, 일단 민주당이 이 같은 야권의 제안에 응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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