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 많은 대리점 위장 폐점·택배 수요 증가에도 수수료 삭감
롯데택배, 노주 주장 사실무근 “대리점장이 계약 포기 의사 밝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전국택배연대노조가 롯데택배 갑질 폭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전국택배연대노조가 롯데택배 갑질 폭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코로나 영웅이라더니 택배 노동자를 쓰다 버렸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노조)이 전날 롯데택배가 노동자들을 ‘토사구팽’했다며 갑질 폭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사측이 택배 노동자들의 수수료를 삭감했으며 노조원이 많은 대리점을 위장 폐업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롯데택배 측은 대리점장이 계약 포기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여러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19일 노조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울산 남구 신정대리점, 서울주대리점이 폐점하면서 소속 택배기사 25명이 집단 해고됐다. 이들은 코로나19로 택배 수요가 늘었음에도 대리점이 문을 닫은 것은 노조 가입률이 높았기 때문이라며 기획된 위장폐업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 근거로 롯데택배 울산지점장과 신정대리점 소장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2018년 녹음된 해당 통화에는 “재계약할 때 다른 사람 이름 명의로 할 생각하라”, “이름만 다르면 된다”, “폐업신고만 보여주면 된다” 등 위장 폐업을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신정대리점은 노조가 결성된 이후 재계약 시 수수료 50% 삭감한다는 통보를 해왔다. 이후 울산지점의 일방적인 폐점 및 택배기사 계약 해지가 진행됐다. 서울주대리점은 서울주를 패점하고 남울주에 통합한다고 기사들에게 통보한 후 지점을 폐점했다. 특히 전 서울주대리점장은 노동위원회에 부당한 계약 해지라는 설명을 받고도 대리점 포기각서를 제출했다.

노조는 롯데택배 측이 건당 900원 안팎인 택배 수수료를 60~87원 삭감하라고 요구했던 것이 발단이라고 설명했다. 기사 1명이 한 달 4000건에서 5000 건을 배송한다고 가정하면 월 소득이 21만 원에서 30만 원 줄어드는 셈이다.

노조 관계자는 “수수료 삭감을 대리점에 강요하고 이를 반대하는 대리점장은 기획적으로 폐점시키고, 수용하는 대리점정과는 공모해서 위장 폐점을 감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택배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장점유율 13%인 롯데택배의 물동량은 올해 4억2000만개 정도로 예상된다. 택배 노동자 수수료를 건 당 60원씩 삭감할 경우 252억 원을 절감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노조는 허브터미널 등 물류 투자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수수료를 삭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신동빈 롯데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야 한다며 택배·물류 사업 등 신 성장산업에 대한 투자를 지시한 바 있다. 이에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진천 물류센터 건설 현장에 방문하는 등 물류 통합센터 투자 계획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노조 관계자는 “최근 본사 직원이 면담에서 ‘진천 메가허브터미널 비용 때문에 수수료 삭감 정책을 바꾸긴 어렵다’, ‘투자유치계획서에 수수료 삭감을 이용한 재원 마련 내용이 첨부돼 있다’고 언급했다”며 “지난 1분기 호황을 누린 롯데택배가 수수료를 높여주지는 못할망정 택배기사 1인 당 한 달 20여 만 원 이상을 삭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단해고 및 수수료 삭감을 철회하고 본사가 직접 나서 해결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롯데택배는 수수료 삭감분을 물류 터미널 투자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대리점 두 곳의 위장 폐업 역시 실제와 다르다는 입장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료 삭감 부분은 직접적으로 계약관계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전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폐업 역시 대리점장이 재계약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알려와서 적법하게 진행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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