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대책에 3040세대 부글부글 “현금 부자만 위하는 정책...정부가 주거 사다리를 차 버렸다”
지난 20년간 집값 안정 1위는 이명박 정부, 2위는 박근혜 정부, 최대 폭등은 서민 위한다는 문재인 정부
3040세대 60% 이상이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찍어...자신들은 ‘정책 헛발질’의 최대피해자로 전락
무주택 3040세대는 강남권뿐만 아니라 서울 진입 힘들고 청약도 불가능...누구를 원망해야 할까?
정책은 말이 아닌 결과로 보라...“바보란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

삼성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과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이건희 회장은 생전에 책을 각각 한 권씩 썼다. <호암자전(1986)>과 <이건희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란 책이 그것이다. 최근 이건희 회장과 60년 지기인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이 별세하면서 이건희 회장의 책이 언론에 언급되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의 책 제목을 보면서 최근 세태와 연관지어 약간 패러디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3040세대는 생각 좀 하면서 부동산을 보고 있을까?”

제목만 보고 3040세대를 폄하하는 글이라고 지레 짐작하지 마시길 바란다. 외려 그들의 처지가 너무 안타깝고 ‘자신들의 정치적 결정이 자기 발등을 찍는 꼴’이 된 것이 속이 상해서 이런 제목을 붙인 것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다른 정책도 그렇지만 ‘부동산정책’이 왜 헛발질의 연속인지 깊은 생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3040세대 부글부글 “정부가 주거사다리를 차 버렸다”>

문재인 정부의 21번째 부동산대책인 ‘6.17대책’에 대해 여기저기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모양이다.

“현금 부자들만 더 부자로 만드는 정책이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 이집망(이번 생에 집 마련은 망했다)이 됐다.”

“서울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에 내 집 마련이 꿈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냥 전세 월세로 사는 것이다.”

“수도권 거의 모든 지역이 규제지역이 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40~50%밖에 안 나온다. 열심히 모아도 집값은 계속 오르니 무주택자는 평생 집을 살 수 없을 것 같다.”

“최대 피해자는 40대 이하 무주택자이다.”

6.17 대책에 대한 반응들이다.

정부는 6·17 대책을 통해 수도권 규제지역을 대폭 늘리고 전세 대출 요건을 강화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 원이 넘는 집을 사면 전세대출을 회수하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 6개월 안에 입주하도록 했다. 수도권 대부분이 투기과열지구이고 3억 원 이하 아파트를 찾기가 어렵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125만 가구 중 3억 원 이하 아파트는 4만3501가구로 전체의 3.5%에 불과하다. 흙수저 무주택자가 집을 마련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은 ‘전세 끼고 집을 사는 것’인데 그 통로마저 막힌 셈이다.

전세와 월세를 사는 대표적인 계층이 바로 3040세대(30~40대)이다. 돈이 없는 30대가 집을 사려면 규제가 없는 접경지역에서나 가능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3040층에게는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도 더 어려워졌다. 가점제로 당첨자를 가리는 지역이 대폭 확대돼 청약 가점이 낮은 젊은 층이 청약할 수 있는 곳은 더 줄어들었다. 비규제지역은 30평대 이하 중소형 아파트의 청약 가점제 배정 비율이 최대 40%다. 조정대상지역이 되면 이 비율이 75%, 투기과열지구가 되면 100%로 높아진다. 30~40세대는 부양가족 수가 적고 무주택 기간이 짧다.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청약 당첨자들의 평균 가점은 61.38점이었다. 30대 (3인 가족·만39세 기준)가 받을 수 있는 청약 가점 최대 점수는 52점이다. 청약통장 가입자도 2,500만 명이 넘는다. 30대에게 기회가 올 리가 없다. 당연히 인터넷에 “정부가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 버렸다. 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 부자만 계속 부자를 만들어주는 정책이다.”라는 원성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3040세대 “정치적 결정이 자기 발등 찍은 꼴”>

문재인 정부는 총 21번의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3년의 임기가 지났으니 해마다 평균 7차례, 두 달도 안 돼 한 번꼴로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그런데도 집값은 마냥 오르기만 했다.

최근 20년간 집권한 역대 정부의 ‘집값 안정화 점수’는 누가 가장 뛰어날까. 3040세대가 가장 싫어하는 이명박 정부가 1등이고, 박근혜 정부가 2등이다.

노무현 정부 5년간 서울 집값은 평균 56.6%,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는 약 80% 올랐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각종 규제책을 남발했지만 결과적으로 강남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어줬다. 당시 부동산정책 주역이 김수현 씨로 국민경제비서관과 사회정책비서관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서울 집값은 평균 3.2% 하락했다. 강남은 10.1%, 송파는 12.7% 떨어졌다. 반면 강북을 대표하는 중랑구는 9.7% 상승했다. 강남과 강북의 집값 격차를 가장 줄였다.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 주택 건설과 재건축 허가 등 공급 확대정책을 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집값은 평균 10.1%, 강남은 12~15%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는 서민 주거안정을 외치며 ‘집값 상승→규제→주춤→상승→추가 규제’를 되풀이했다. 결과는 집값 폭등이었다. 전국 주요 아파트의 지난 3년간의 가격 상승률은 38.4%에 달했다. KB부동산 통계에서 서울 아파트 3.3㎡(평)당 평균가격은 문 대통령 출범 당시(2017년 5월) 2,322만원에서 올해 5월 3,515만원으로 51%(1,093만원) 올랐다. KB 부동산시세 기준으로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1차'는 2017년 5월 말 16억5,000만원이던 것이 현재 29억2,500원으로 12억7,500만원이 뛰었다. 서초구 대장주인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도 문 대통령 취임 당시엔 17억 원이었는데 지금은 29억 원으로 12억 원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주역은 노무현 정부 시절 집값을 대폭 올린 김수현 씨(사회수석, 정책실장 역임)였다. 그는 집값을 잡겠다며 각종 헛발질을 하는 와중에 본인의 과천 아파트는 2017년 1월 9억원에서 2019년 11월 19억4천만 원으로 2년 10개월 새 자신의 부동산 재산을 두 배 이상 올리는 ‘재테크 신공(神功)’을 발휘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공급 확대, 노무현 문재인 정부는 규제 강화에 주력했다. 그렇지만 현실 집값의 변화 추이는 어느 정부가 잘 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파트 상승세, 특히 서울 아파트의 상승세는 더욱 이어질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주택 건설 허가를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서 내년 서울 입주 아파트가 2만3,000가구 정도로 올해 4만1000가구에 비해 크게 감소하게 된다. 물건 품귀현상으로 당연히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런데도 3040세대는 “투기세력을 잡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열심히 신봉해 든든한 지원권이 되고 있다.

여당(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4.15총선의 지역구 연령별 투표현황을 보면 30대 남성의 57.8%, 40대 남성의 65%(최고)가 더불어민주당을 찍었다. 30대 여성의 64.3%, 40대 여성의 64.2%가 더불어민주당에 투표했다.

3040세대가 찍은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올려 자신들을 평생 무주택자로 살게 하고 주거 사다리를 치우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일각에서 3040세대를 가리켜 “자업자득, 자기 발등 자기가 찍은 꼴”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하기야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찍어 놓고 집값이 오르자 “야당은 막지 않고 뭐하느냐?”고 오히려 야당 탓을 했다는 40대 여성의 적반하장에 더 이상 할 말은 없지만...

아인슈타인은 “바보란 다른 결과를 바라면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규제 강화와 투기 근절’만 외쳐댄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집값 폭등을 보면서 3040세대는 뭔가 느끼는 게 없을까?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은 <호암자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경영에 관한 책에는 흥미를 느껴 본 적이 없다. 지엽적인 경영의 기술만 다루기 때문이다.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경영의 기술보다는 그 저류에 흐르는 기본적인 생각, 인간의 마음가짐에 관한 것이다.”

현명한 3040세대라면 이렇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서민 주거안정이나 투기세력 근절이라고 입으로만 외치고 헛발질하는 사람들에게는 흥미를 느껴 본 적이 없다. 정책은 결과로 말하기 때문이다.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오로지 내 집 마련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과 실질적인 도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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