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협박 이어지며 文 지지율 하락…文, 北에 화답할 ‘독자적 카드’ 많지 않아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한의 대남 비난에 대해 '대결시대로 돌아가선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한의 대남 비난에 대해 '대결시대로 돌아가선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근 문재인 정권을 겨냥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남 비난 수위가 점점 높아지더니 13일 담화에선 “담화 발표보다 이제 연속적 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 멀지 않아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고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며 군사 도발 가능성까지 분명하게 드러냈다.

앞서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북한이 비난을 퍼붓자 청와대는 “앞으로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이라며 즉각 정부 입장문까지 내놨었는데, 이 같은 자세를 취했음에도 오히려 북한이 군사 행동을 언급하는 등 한층 강경하게 나오고 있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해온 현 정권에 적잖은 충격을 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北, 남북연락사무소 파괴 엄포에 文 “대결 시대로 되돌리려 해선 안 돼”

북한이 지난 4일 대북전단을 문제 삼은 데 대해 문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를 엄중 처벌하겠다고 즉각 공언했으나 그럼에도 북한은 9일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한 남북 간 통신 및 군 통신선, 핫라인 등을 모두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은 데 이어 13일엔 아예 남북공동사무소가 무너지는 광경을 보게 될 거라며 해체 가능성에 그치지 않고 군사행동 의사마저 내비쳤다.

특히 북한은 정부가 지난 11일 발표했던 대북전단 단속·처벌 강화 방침에 대해서도 12일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이 담화에서 “뒤늦게 사태 수습한 것처럼 떠들지만 어디까지나 말 공부에 불과한 어리석은 행태”라고 회의적 시선을 드러낸 데 이어 지난 2018년 9월 평양 방문 당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찬을 했었던 옥류관 오수봉 주방장 발언도 13일 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을 통해 공개하면서 “국수 처먹을 때는 무슨 큰일이나 치를 것처럼 요사 떨고 돌아가선 지금까지 전혀 한 일도 없는 주제”라고 문 대통령에 맹비난을 퍼부었다.

심지어 15일에도 북한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무적의 혁명 강군은 격앙될 대로 격앙된 우리 인민의 원한을 풀어줄 단호한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는데, 앞서 정부는 군사적 위협 가능성을 내비친 김여정 담화가 나온 지 3시간 만인 14일 0시경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었으나 북한의 협박에 맞선 대책이나 반응은 내놓지 않았고, 15일엔 행사규모를 축소하기는 했지만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을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가 방향을 잃으려 하는 지금, 6·15정신을 다시 기억해야 한다”는 신중한 반응을 내놔 북한 측의 격한 비난조 발언과는 대조를 이뤘다.

정작 대통령까지 거칠게 비난한 북한의 발언을 성토한 건 주로 야권이었는데,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에선 15일 비대위 회의에서 성일종 비대위원이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한 폄훼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정의당에서도 심상정 대표가 이날 상무위원회에서 북한을 겨냥 “분노를 조절하라. 우리 정부를 적으로 규정하고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의 태도는 매우 유감”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하태경 통합당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에 입도 뻥긋 못하는 친문을 대신해 한 마디 한다. 북한은 문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모욕을 중단하고 사과하라”며 “문 대통령에 대한 북한 모욕을 계속 방치하면 우리 국민의 자존심과 국격이 쓰레기통에 처박힌다.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이 중요하다 해도 북한에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줘야 한다”고 역설했는데, 이 같은 주문에도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긴장 조성하며 과거의 대결시대로 되돌리려 해선 안 된다”고 호소했을 뿐 자신을 포함한 북한의 대남 비난 발언을 질타하는 별도 메시지는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연이은 북한의 대남 위협 속에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는데,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지난 8~12일 전국 2514명에게 조사해 이날 발표한 6월 2주차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집계 결과(95%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0.9%P 내린 58.2%로 3주 연속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한 반면 부정평가는 8주 만에 최고치인 37%로 나와 과거 남북관계로 지지율이 올랐었던 문 대통령이 이제는 거꾸로 남북관계 때문에 난관에 직면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쏟아지고 있다.

◆ 판문점 선언 비준부터 대북특사까지…北 대응 놓고 여야 ‘백가쟁명’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이해찬 대표, 김연철 통일부 장관, 김한정 6.15 공동선언 20주년 특위 위원장, 김태년 원내대표, 임동원 전 국정원장, 이낙연 상임고문 등이 참석한 가운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를 열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이해찬 대표, 김연철 통일부 장관, 김한정 6.15 공동선언 20주년 특위 위원장, 김태년 원내대표, 임동원 전 국정원장, 이낙연 상임고문 등이 참석한 가운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를 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에도 여당에서는 앞 다투어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면서 종전선언을 비롯해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과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는데,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5일 최고위 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에 최선을 다해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판문점 선언, 평양공동선언 등 가능한 건 적극 이행하고 국회는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김태년 원내대표도 뒤이어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를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원내대표는 미국을 향해서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대북 제재 예외를 인정해줄 것을 촉구한다. 제재와 압박 일변도의 대북 강경책은 북한 비핵화도 달성하지 못할 뿐 아니라 동북아에서 신냉전 질서만 강화할 뿐”이라며 “미국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완충지로써 특수성을 인정해 남북관계의 발전을 도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같은 당 설훈 최고위원은 “국회는 원 구성이 마무리 되는대로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과 판문점 선언 비준 등 남북 신뢰 회복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 데 이어 “대북 특사 파견 등 가능한 모든 카드를 써서 위기 증폭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국민의당에서도 같은 날 안철수 대표가 15일 최고위 회의에서 “외교, 대북라인을 총동원해 평양 특사 파견을 추진해야 한다. 정부가 요청한다면 저도 특사단의 일원으로 갈 용의가 있다”고 특사 파견에 힘을 실었는데, 한 발 더 나아가 무소속 윤상현 의원은 같은 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비서실 사람이나 그에 준하는 인사와 달리 보수야권 인사는 대통령 특사로서 국민의 뜻을 반영할 수 있다”며 보수야권 파견을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통합당에선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15일 비대위 회의에서 “최근 남북 간 화해 무드 속 갑작스럽고 새로운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기대를 많이 했지만 북한은 지금까지 비핵화와 관련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한미 군사동맹을 바탕으로 국력 신장, 국방 능력을 증진해 오늘날의 평화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는 강력한 자세로 북한에 대한 입장을 천명해 달라”고 정부에 촉구한 데 이어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리 당은 북한도발중지 촉구 결의안을 의원 전원 이름으로 국회 제출 예정”이라고 예고해 여당과 온도차를 보였다.

또 이번 사안을 놓고 대선주자들 역시 제각기 목소리를 높이며 존재감을 부각시켰는데, 이낙연 의원이 15일 ‘6·15선언 20주년 기념행사’에서 “북한이 위협적 언사를 우리에게 잇달아 보내고 있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대화를 우리가 닫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면 김부겸 전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여정이 군사 행동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은 대화의 절박성을 시사한 것으로 봐야 한다. 남과 북의 정상이 어떤 조건도 없이 어디서든 즉각 만나야 한다”고 남북정상회담까지 제시했고, 당초 국토교통위에 지원하려던 홍준표 의원은 “남북관계 경색 대비가 시급하다”며 국방위로 상임위를 바꿔 지원했다고 밝히는 등 서로 뒤질세라 입장을 내놨다.

◆ 종전선언·대북경협 추진 등 논란 많아…‘사면초가’ 文, 돌파 난망

판문점 선언 비준 찬반 관련 여론조사 결과 ⓒ리얼미터
판문점 선언 비준 찬반 관련 여론조사 결과 ⓒ리얼미터

이처럼 저마다 내놓은 방안은 많지만 무엇이든 이전보다 크게 달라지기는 어려운 상황인데, 당장 연락사무소 등 남북 간 소통창구를 단절한 북한이 표면상이라도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은 마당에 우리 측 대북특사를 만날 가능성은 낮은데다 비록 문 대통령이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남북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 찾고 실천해나가기 바란다”고 발언했지만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주요 경협 사업은 국제사회의 동의 없이 일방 추진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다 보니 일단 문 대통령은 “합의들이 국회에서 비준되고 정권에 따라 부침 없이 연속성을 가졌다면 남북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발전되었을 것”이라며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 공동선언 비준을 이날 국회에 당부했는데, 여당이 원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당장 실현 가능하단 점도 있지만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 더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12일 전국 500명에게 실시한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찬반 공감도 조사에서도 비준 찬성 의견(41.4%)이 반대 의견(31.1%)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만 판문점 선언에 담긴 대북전단 살포 금지는 다수결을 통한 여당의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해도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 도로 현대화 등 예산이 들어가는 사안에 대해선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마저 상당 부분을 국채 발행을 통해 편성했을 만큼 정부 재정 여력이 없다는 데에서 쉽지 않은 실정이고, 이 같은 대북 사업 역시 현재 주한미군 분담금 문제 등으로 정부와 신경전을 이어오고 있는 미국의 적극적 동의와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여러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위비 문제를 놓고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협상 카드로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와중에 민주당과 정의당, 열린민주당, 무소속 국회의원 등 173명은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겠다고 지난 14일 발표했는데, 제1야당인 통합당에선 15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종전선언은 안보의 핵심축인 유엔 사령부 해체, 주한미군 철수 등 한미동맹 파기로 이어져 안보태세의 완전한 붕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은 대북 항복선언 촉구 결의안”이라며 소속의원 103명 명의의 입장문을 내놓는 등 ‘주한미군 철수’ 문제로 쟁점화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어 문 대통령으로선 북한의 요구에 당장 답해줄 현실적 성과를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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