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시장 한국 점유율, 2018년 24% → 2019년 19%로 급락
매출액 대비 정부지원금 비율, 中 4% 이상·韓 1% 미만

세계시장 입지 수성을 위해 우리나라도 R&D, 세제혜택 지원 등의 정책적 뒷받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삼성전자
세계시장 입지 수성을 위해 우리나라도 R&D, 세제혜택 지원 등의 정책적 뒷받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삼성전자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국제 패권전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 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미국과의 점유율 격차는 크게 좁히지 못하는 한편, 막대한 정부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위협에 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0년간 글로벌 반도체 시장 관련 지표를 통해 분석한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특히 코로나19로 경제침체가 예상되고 일본 수출규제가 계속되는 등 여러 위기가 중첩되는 현 상황에서 향후 반도체시장의 지각변동 대응을 위해 국가차원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절대적 선두의 미국, 약진하는 중국, 한국의 선방과 일본의 하락세로 정리된다. 연도별 글로벌 반도체 시장점유율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은 지난 10년간 45% 이상의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했다. 중국의 경우 2% 미만이던 점유율이 ’19년 5%까지 2배 이상 증가하며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중국의 부상은 ‘반도체 굴기’ 계획 등 중앙정부 차원 경제개발정책의 막대한 지원이 뒷받침된 결과로 분석된다. 전경련이 OECD로부터 제공받은 통계에 의하면, ’14년~’18년 주요 21개 글로벌 반도체기업 중 매출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이 가장 높았던 상위 5개 기업 중 3개가 모두 중국 기업이었다. 가장 비율이 높은 SMIC는 매출 대비 6.6%를 정부로부터 지원 받았고, 화홍(5%), 칭화유니그룹(4%)이 뒤를 이었다.

스위스(ST), 네덜란드(NXP) 국적 기업도 정부 지원 비중이 높았다. 눈여겨 볼 점은 이미 세계 시장 선두에 있는 미국 또한 주요 반도체기업에 세제혜택과 R&D 등의 명목으로 상당한 수준의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은 마이크론 3.8%, 퀄컴 3%, 인텔 2.2% 등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대표기업 2곳이 각각 불과 0.8%, 0.6%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 매출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의 경우 ’10년 14%에서 ’18년 24%로 점유율이 꾸준히 증가했으나, ’19년 19%로 전년 대비 약 21% 감소했다. 반면 유럽과 대만은 점유율이 9년째 정체를 보인 가운데, ‘11년 20%였던 일본의 점유율이 ’19년 10%까지 떨어지는 등 감소폭이 컸다. 10년간 세계 반도체 시장 평균점유율은 미국 49%, 한국 18%, 일본 13%, 유럽 9%, 대만 6%, 중국 4%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 5월 한국 수출이 두 달 연속 20%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부진한 가운데서도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7.1% 증가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 품목 중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품목이지만 미국과 중국에 비해 지원은 미비하면서 경제지표로만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분야 국제학회(국제고체회로학회)가 매해 발표하는 채택논문 건수 또한 세계 반도체 시장점유율 통계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동북아 4국이 뒤를 이었다. 특히 중국은 ’11년 4건에 그치던 논문 건수가 ’20년에는 23건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빠르게 연구실적을 쌓아온 중국과 한국의 반도체 기술격차는 점차 좁혀져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기술격차는 ‘17년 기준 0.6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미간 시스템 부문 기술 격차는 ’13년 1.9년, ’15년 1.6년, ’17년 1.8년으로 답보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지난 ’15년 이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공격적인 해외기업 M&A를 단행했다. OECD가 발표한 ‘M&A를 통해 반도체 해외기업을 인수한 기업(Buyer) 통계’에 따르면 ’14년까지만 해도 누적 인수기업이 4개에 그쳤던 중국은 ’15년~’18년간 무려 29개의 기업이 외국 반도체기업 M&A에 뛰어들었다. ’12~’14년 100억 달러(12조원) 내외였던 세계 반도체 M&A시장 총 거래액은 중국의 적극적 참여로 ’16년 596억 달러(72조원)까지 치솟았다.

이를 통해 중국은 단 기간 내 시장진입과 외부 기술?전략 흡수에 성공했다. OECD는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중국기업의 적극적 인수합병에는 ’14년 마련된 중국의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의 기여가 컸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의 OSAT(패키징·테스트)업체 JCET그룹이 ’15년 싱가포르의 STATS-ChipPAC을 인수할 때 이 기금이 일정부분 역할을 했고, JCET는 해당 기업 인수 후 세계 3대 OSAT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미 중국의 보조금으로 반도체시장 지형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이 심화되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 170조원 지원에 대응한 미국의 지원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TSMC 공장 유치에 이어 의회에서 반도체 연구를 포함해 첨단산업 지출을 1000억 달러(120조원) 이상 확대하는 ‘Endless Froniter Act’ 법안을 준비 중이다. 지난 2월 백악관은 반도체 R&D 지원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 워킹그룹도 발족한 바 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중국이 5년 전부터 반도체 굴기를 위해 국가재원을 투입해온 상황에서 공정한 시장 내 경쟁을 중요시하는 미국조차도 최고 고부가가치산업인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 놀랍다”며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그동안 수출 제1의 상품인 우리 반도체가 지금의 세계적 입지를 갖추기까지 기업 홀로 선방해온 측면이 있다”며 “최근 미중간 기술패권 경쟁에 더해 일본 수출규제까지 여러 악재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세계시장 입지 수성을 위해 우리도 R&D, 세제혜택 지원 등의 정책적 뒷받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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