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대7 고수 성공한 野 ‘1라운드’ 판정승?…법사위원장 획득 여부가 관건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제379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제379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지부진한 원 구성 협상 끝에 본회의 당일인 12일 더불어민주당에선 단독 표결 강행 의사까지 내비치며 압박수위를 한층 높였지만 미래통합당이 협상카드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배수진을 치면서 강경하게 나오자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는 다시금 결론을 내지 못하고 15일로 미뤄졌다.

◆ 상임위 배분 결정 ‘3일 유예’한 朴 의장, 野 전략 통했나?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놓고 12일 오후 본회의 직전까지도 첨예하게 대치했던 여야가 결국 이번에도 매듭을 짓지 못하고 다음 주로 넘기게 됐는데, 당초 박 의장이나 민주당이 예고했던 대로 이날 오후 2시에 국회 본회의는 열렸지만 정작 박 의장은 이 자리에서 상임위원장 선출의 건을 상정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여야 합의를 촉구한다”며 “15일 본회의를 다시 열어 상임위원장 선출의 건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데드라인을 사흘 미뤘다.

이와 관련해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후 “저희는 오늘 하자고 했는데 박 의장님이 결정하셨다. (연기된 게)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밝혀 일단 표면상으론 박 의장의 결단 덕에 단독 원 구성이란 초유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게 된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박 의장에 대한 통합당의 압박 전략도 적잖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앞서 통합당은 이날 오전부터 본회의 직전인 오후에도 박 의장을 항의 방문하면서 강도 높게 압박했는데, 선수상 상임위원장을 맡을 수 있는 통합당 3선 의원들이 먼저 오전에 의장실을 항의 방문했으며 같은 날 배현진 원내대변인 브리핑에 따르면 이들은 “민주당 의견만으로 국회를 일방적으로 운영하면 국민이 보기에 여야를 넘나드는 국민의 국회가 아니라 민주잗읭 거수기 국회의장이 될 수 있다”고 일침을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오후엔 통합당 초선 의원들도 의장실을 방문했는데, 입장 직전 이들은 기자들과 만나 “협상을 막아놓고 정부여당이 하라는 대로 할 때에는 초선들이 가서 의장께 원칙대로, 국회 관례대로 따라 주십사 말씀드리는 것이 있다”며 “박 의장은 16대 국회 때 원내부대표를 하며 누구보다도 국회 협치에 대해 많이 고민한 걸로 안다.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곳이니 마지막까지 의장이 양쪽 절충하는 걸 기대하겠다”고 박 의장에 촉구한 바 있다.

또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이날 의원총회 도중 의장실을 찾아와 박 의장과 15분간 대화를 나누며 자당 입장을 전하는 등 총력을 기울였는데, 비록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본회의에 앞서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와 권혁기 원내대표 비서실장, 박광온, 설훈, 남인순, 이형석 최고위원 등이 모두 의장실로 올라와 자당 입장을 전했다지만 박 의장은 어차피 상임위원장 배분에 대한 국회법상 시한은 이미 넘겼으니 ‘압도적 다수’인 민주당 손을 들어주기보다 야당에게 좀 더 시간을 주는 선택을 하게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조차 지난 8일 박 의장과의 취임 축하 통화에서 원 구성 협상과 관련 “의회주의자로 중재와 소통을 잘하는 것으로 유명한 분이니 개원을 앞두고 초기 진통을 빠른 시일 내 해결해 원만하게 출발하기 바란다. 여야가 협치해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협치’를 당부했던 부분도 의식한 결과로 비쳐지는데, 굳이 사흘만 더 주기로 한 데에는 “상임위 배분이 합의돼도 당내에서 상임위원장 선거 공고와 선출에 필요한 기간으로 3일 이상 필요하다”는 통합당 측 주장을 수용한 모양새를 내기 위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으름장만 놓는 與와 장외투쟁엔 선 긋는 野…‘명분’ 때문?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제379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산회를 선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제379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산회를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본회의 불참을 선언했던 주 원내대표는 박 의장의 ‘유예 결정’에 대해서도 “오늘 하려고 하니 부담돼 미룬 것”이라며 “법제사법위원회를 빼앗기고는 도저히 야당으로서 존재 의의도 없고, 국회 자체도 국회라 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이상 협상할 수 없다”고 한층 더 강경한 입장을 내놔 앞으로도 난항이 예상된다.

심지어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상임위 다 가져가고 책임정치 하겠다는데 해보라. (주말)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며 15일 본회의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상임위) 배분하면 강제 배분하겠다고 따라가겠다”고 역설하는 등 여당에 공을 넘기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사실 양당 모두 핵심은 법사위로 꼽다 보니 이 문제에서 한쪽이 양보하지 않는 이상 협상시한이 더 연장돼도 별 의미가 없는 실정인데, 실제로 통합당은 3선 의원들은 이날 로텐더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사위원장 배분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통합당 3선 위원들은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겠다”고 배수진을 쳤으며 통합당의 3선은 물론 초선들까지 의장을 항의방문한 자리에서 그간 야당이 법사위원장이 맡아온 관례를 따라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럼에도 조수진 통합당 의원이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박 의장마저 “‘원내대표단에 힘을 실어드리라’, ‘밖에 나가서 투쟁하지 마라, ’국익과 국가 위기를 생각해야 한다‘, ’법사위원장을 양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여당과 비슷한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져 이날 의장의 협상 시한 연장 결정조차 협치를 고려한 진정성 있는 조치라기보다 야당에 기회를 줬다는 ’명분 쌓기‘ 아니겠느냐는 의심의 시선이 거둬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 역시 이날 오전 최고위에서 이해찬 대표가 “더 이상 협상하고 논의할 시간이 아닌 듯하고 그동안 국회 운영의 발목을 잡는데 악용된 전례를 끊겠다”고 천명한데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오후 본회의 직전 열린 의총에서 “이미 원 구성 법정시한이 나흘 지났고 국민들께 면목 없다. 좌고우면 않고 전광석화처럼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음에도 정작 이날 본회의에서 상임위 배분 결정이 미뤄지자 의장에 항의하기보단 민주당 김 원내수석부대표도 “민주당 의원들이 협상안에 불만 있지만 코로나 위기 대응과 일하는 국회란 대의 앞에 지금 (참는다)”고 계속 협상 여지를 열어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양측 모두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해 명분 쌓겠다는 속내는 상임위 협상 과정을 통해서도 적잖이 내비치고 있는데, 이미 상임위 명단 제출보다 우선 상임위 정수조정부터 하자는 통합당 요구도 받아들였던 민주당에선 12일엔 김 원내수석부대표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예결위 등 7개 상임위를 대폭 양보하는 안을 제안했고 (통합당 원내지도부도) 받아들였는데 통합당은 이 수용안을 의총에서 거부한 것”이라 주장하며 협상 결렬의 책임은 통합당에 있다는 주장을 편 반면 통합당 주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민주당 11개, 통합당 7개 상임위 가져가는 것은 가닥 잡혀있었고 자기들이 줄 수 있는 상임위가 이렇다고 제안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 또 연기 시 3차 추경 등 지연 불가피…‘치킨게임’ 어디까지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12일 오후 본회의에 참석해 박병석 국회의장의 발언을 듣고 있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좌)와 미래통합당 의원 중 본회의장에 홀로 나와 항의성 의사진행발언을 하다가 물을 마시고 있는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우)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12일 오후 본회의에 참석해 박병석 국회의장의 발언을 듣고 있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좌)와 미래통합당 의원 중 본회의장에 홀로 나와 항의성 의사진행발언을 하다가 물을 마시고 있는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우)

이처럼 책임 공방은 이어지지만 체계자구심사권을 가진 법사위 쟁탈전이 본질이어서 결국 남은 건 여당이 법사위를 비롯해 운영·기획재정·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외교통일·국방·행정안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보건복지·정보·여성가족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원장직을 민주당 쪽으로 배정한 수정명단을 15일 본회의에서 수적 우세를 앞세워 강행 처리하는 수순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미 민주당은 12일 국회 의사과에 법사위를 자당 몫으로 한 상임위 선임안 수정명단을 제출했기에 15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해도 ‘일방 독주했다’는 정치적 부담만 지면 될 뿐 향후 여당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만 정상 가동되고 야당 몫으로 남겨둔 예결위 등은 열리지 않아 3차 추가경정예산 등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포스트 코로나 대비책이 지연된 것은 야당 탓이라며 공세를 펼 가능성이 높아 별 다른 맞불카드가 없는 통합당에서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통합당에선 본회의 보이콧도 이미 개원국회 날부터 했었기에 원내투쟁 차원에선 이제 ‘육탄 저지’ 뿐이고 그 외엔 장외투쟁 밖에 남지 않았는데, 총선 전 장외투쟁을 포함한 초강경 대응을 했음에도 선거 결과가 좋지 않았었기 때문인지 주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장외투쟁 여부에 대해선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힘으로 밀어붙이는데 방법이 있겠나. 국회가 없어졌다는 걸 국민께 호소하는 방법 밖에”라며 여론에 기대보겠단 입장을 내놨는데,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유권자 1천명에게 조사한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가 2주 연속 하락하며 60% 턱걸이한 것으로 발표된 데다 리얼미터가 지난 8~10일 TBS 의뢰로 전국 유권자 1502명에게 실시(95%신뢰수준±2.5%P, 중앙선거여심위 참조)한 대통령 지지도는 아예 57.5%로 떨어지고 통합당 지지율이 3주 연속 상승한 28.7%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는 점에 비추어 여론은 통합당에 유리하단 계산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발 더 나아가 야당 몫 국회 부의장 내정자인 정진석 통합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당이 원하는 상임위원장만 선출되고 야당 몫 상임위원장이 비워져 있을 경우, 야당 측 국회부의장이 본회의 사회 보는 자체가 우리 원 구성 투쟁을 희화화시킬 수 있다”며 “협상 종료되면 상임위원장 선출과 패키지로 부의장 선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는데, 급기야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장 의사진행발언에서 “야당 무시한 채 상임위 선출하면 앞으로 국회 의사일정에 전혀 동참할 수 없다”고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 의사도 드러내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15일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배분을 다수결로 밀어붙여도 통합당은 법사위 쟁탈전이란 ‘밥그릇투쟁’ 때문에 민생법안 처리를 ‘발목 잡고 있다’는 여당 프레임에 걸려들 수 있어 의정 보이콧을 장기간 이어가기 어렵다보니 결국 여당 뜻대로 끌려가는 건 시간문제인데, 아직 윤미향 사건이나 북한의 대남비난 등 정부여당에 악재로 작용 중인 이슈들이 적잖은 만큼 이게 당청에 대한 여론을 얼마나 더 악화시키느냐가 향후 민주당의 본회의 일방처리 여부를 판가름할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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