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헌법이 내 사상이라 달리 대답할 게 없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26일 휴가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염창동 당사에 출근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국가의 정체성에 대한 야당의 질문에 대해 답변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달리 대답할 게 없다”는 입장으로 일축했다. 박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가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에게 야당이 질문을 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답변도 안하고 본질만 흐리고 있다"며 노 대통령을 비판했다. 박 대표는 "야당에서 노 대통령에게 간첩을 민주화인사라고 한 정부가 민주주의냐고 묻고 북한 경비정의 NLL(북방한계선) 침범에 대해 재발방지 요구도 못하고 경고도 못하고 있어 그에 대한 입장을 물은 것에 대해 대답은 못하면서 과거가 어떻고 박정희 대통령이 어떻고 그런 얘기를 자꾸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이어 여권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박 대표의 사과 요구에 대해 "20년간 사과하지 않았느냐"면서 "그렇게 사과해왔는데 또 사과하라고 하면 사과하면 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여권의 요구에 따라 국민들에게 사과하겠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자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얼마든지 사과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박 대표의 입장 표명 요구에 대해 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헌법에 담긴 사상이 내 사상이라 달리 대답할 게 없다"고 말한 것을 윤태영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 게재한 글을 통해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다만 이철, 유인태씨 같은 사람들이 유신에 항거해 감옥살이할 때 (나는) 판사 한번 해보려고 유신헌법으로 고시 공부한 것이 부끄럽다면 부끄러운 고백"이라고 덧붙였다고 윤 실장은 전했다. 또한 윤 실장은 "솔직히 구태의연한 색깔논쟁을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사상고백을 하라는 것인지...아니라면 무슨 답변을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굳이 답변하려면 대통령은 헌법 전문부터 읽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은 취임이후 가는 곳마다 자유민주주의를 얘기했고 투명한 선진 시장경제를 얘기했다"며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와 선진 시장경제에 반하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은 시장경제도 버리고 민주주의도 포기하자는 것인가. 국정원은 정치인의 뒷조사를 하고 언론에는 재갈을 물리고 검찰은 정치보복의 첨병 역할을 하던 그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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