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권·대권 분리’ 앞세운 김부겸에 이낙연 ‘긴장’…野, 정체성 등 꼬집어 김종인 맹폭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좌)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우)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좌)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우)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근 여야를 막론하고 당내에서 특정인에 맞서 결집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표적이 된 대상은 여권에서 대선주자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총선 이후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을 변화시키기 위해 원외에서 들어온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다.

두 사람 모두 당내에서 견제를 받고 있는데, 유력 대선주자인 민주당의 이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로 당권 도전에까지 나서면서 그간의 ‘대세론’에 균열을 일으키려는 경쟁자들이 ‘反이낙연’으로 뭉치기 시작한 모양새고 통합당의 김 위원장은 ‘보수 정체성’에 거리를 두는 탈이념 행보에 반발한 일부 당내 인사들의 반발에다 여의도연구원장 인선 문제까지 겹치면서 여러 도전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 높아지는 ‘당권·대권 분리’ 목소리에 압박 받는 이낙연

이낙연 의원은 지난 4·15총선에서 보수진영의 대권주자 중 선두를 달리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와 서울 종로에서 맞붙는 정면대결에서 승리한 이후 그간의 대세론을 한층 굳히며 한동안 승승장구하는 분위기였다.

이 같은 기류에 힘입어 이 의원은 당권 도전 의사까지 내비쳤고, ‘이낙연 대세론’을 의식하다 전당대회 출마를 포기하는 당내 인사까지 일부 나올 정도였는데 또 다른 대권잠룡인 김부겸 전 의원이 장고 끝에 당권 경쟁에 뛰어든 뒤부터 갑자기 이전과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대선 경쟁에 있어 이 의원과 맞서기엔 상대적으로 밀려 있는 김 전 의원은 당권 도전에 나서면서 이 대표와 대권주자 간 대결구도를 형성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킨 것은 물론 전당대회 흥행을 위한 판을 키우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주목받은 것은 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대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배수진 전략이었다.

앞서 20대 총선에선 민주당의 열세지역인 대구에서 당선됐던 ‘비주류’인데다 이번 총선에선 아예 낙선의 고배까지 마신 그로선 대권경쟁에 있어 이 의원과의 격차를 좁히기엔 당내 입지부터 우선 다져 차차기 대선을 노리겠다는 심산으로 읽혀지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김 전 의원은 지난 9일 또 다른 당권주자인 우원식 의원을 만나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대권엔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10일 김 전 대표를 만난 홍영표 의원도 “김 전 의원이 이번 당 대표 선거에 당선되면 임기를 채우겠다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이를 재확인해줬다.

하지만 김 전 의원과 달리 이 의원은 대권과 당권 중 양자택일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당권 도전을 대선가도 발판으로 삼는 것으로 비쳐져 당내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설령 이 의원이 당 대표로 당선돼도 대선에 출마하려면 대선일 1년 전까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되어 있는 당헌에 의거, 내년 3월에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 대권 도전 시 당 대표는 불과 7개월만 맡게 되기 때문이다.

◆ 이낙연, ‘7개월 대표’ 도전 강행?…‘反이낙연’ 단일화가 변수

이낙연 의원의 당권 도전에 견제구를 던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전 의원(좌)과 홍영표(중), 우원식 의원(우). 사진 / 오훈 기자
이낙연 의원의 당권 도전에 견제구를 던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전 의원(좌)과 홍영표(중), 우원식 의원(우). 사진 / 오훈 기자

이런 점을 꼬집은 김 전 의원의 압박에 이 의원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는데, 10일 오전 이희호 여사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김 전 의원이 당 대표로 당선되면 2년 임기를 다 채우겠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17초 동안 답변하지 못하다가 “보도 이외의 것은 알지 못한다”고만 입장을 내놨고, 같은 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포스트코로나본부 토론회 직후엔 “똑같은 얘기를 만날 때마다 계속 하는 것은 고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급기야 이 의원은 김 전 의원과의 회동 여부를 묻는 질문엔 “언젠가 만나겠지만 현재는 계획이 없다. 계획이 없는데 어떻게 내가 답할 수 있겠나”라고 역설한 데 이어 같은 날 본회의 직전엔 기자들이 오자 “입 속에 목캔디가 있다”면서 즉답을 피하기에 이르렀는데, 결국 11일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21대 국회 언론인 출신 의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선 전당대회가 대선 전초전으로 과열 양상을 보인다는 지적까지 나오자 “전 그렇게 보지 않는다. 국민과 당을 위한 충정 어린 고민을 말씀하고 계신다”고 이 의원도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대선 지지율에 대해서도 “총선 이후에 많이 올랐던 게 조정되고 있다. 10% 이상 올랐던 (지지율이) 조정과정”이라며 사실상 당 대표직을 위해 대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김 전 의원과는 온도차 있는 반응을 줄곧 내비쳤는데, 이는 자신에 대해 우호적인 여론도 분명히 있다는 판단 역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같은 당 이개호 의원은 10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국민들의 큰 지지를 받는 이 의원이 당을 이끌어 뒷받침했으면 좋겠다. 7개월이면 충분한 시간”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송영길 의원도 9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대선주자 1위인 이 의원과 부딪혀 서로 상처 내는 게 당내 발전에 도움 되는 것인가”라고 김 전 의원을 직격하는 등 이 의원을 두둔하는 다선의원들도 적지 않다.

다만 대권잠룡으로 꼽히는 김두관 의원이 지난 8일 “7개월짜리 당 대표 뽑으면 1년에 전당대회를 3번 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는 등 이 의원을 견제하는 의원들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인데, 심지어 일각에선 이 의원이 끝내 대권주자로서 당권 도전까지 나서면 당권주자 중 하나인 우원식 의원이 김 전 의원과 후보 단일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만일 성사될 경우 이 의원의 당권 도전에 돌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에 대해 박지원 전 의원은 1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내에서 반이낙연 전선이 지금 굉장히 구축되던데, 그 자체가 (전당대회) 흥행”이라며 오히려 내분으로 보기보단 긍정적 시선을 보내기도 했는데, 실제로 송영길 의원은 이 의원이 당권 도전을 접을 경우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전당대회에 출마한다고 밝히기도 했던 만큼 향후 이 의원의 행보에 따라 당권 경쟁 구도도 재편될 수 있어 오는 8월29일 열릴 민주당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져 가고 있다.

◆ 통합당에선 김종인 견제 움직임 감지…리더십 시험대 오르나

미래통합당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미래통합당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한편 민주당과 함께 원내 거대양당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통합당에선 김종인 위원장을 견제하는 듯한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데, 민주당에선 대권 혹은 당권 경쟁자들이 유력주자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통합당에선 “당내에 대선주자가 없다”는 김 위원장 발언에 자극 받은 대선잠룡들이 ‘反김종인’ 색채를 띠기 시작한 모양새다.

특히 김 위원장이 당의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영입된 인사인 만큼 대선주자들은 기존 대권잠룡들을 평가 절하하는 듯한 그의 발언에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무소속이지만 통합당 출신이었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미 수차례 SNS로 김 위원장을 비판한 데 이어 지난 9일엔 원희룡 제주도지사까지 홍 전 대표도 참석한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김 위원장을 겨냥 “용병에 의한 승리가 아니라 바로 우리에 의한 승리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더구나 이 포럼은 김 위원장에게 내내 날선 비판을 쏟아내온 장제원 의원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8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깜짝 놀랄 40대 경제전문가를 기다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대선후보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과 권력의지, 철저한 국민 검증과정을 통해 배출되는 것”이라고 김 위원장을 직격했던 장 의원은 9일 포럼에선 아예 “오늘 주인공은 기본소득이 아니라 누가 뭐래도 원희룡”이라며 원 지사를 대선주자로 띄우는 한편 기본소득을 화두로 이슈선점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 위원장을 비꼬았다.

여기에 ‘보수란 말을 쓰지 말라’는 김 위원장의 행보에 불만을 가진 일부 의원들까지 가세했는데, 원 지사도 이런 분위기 속에 “아류 진보의 이름이 아니라 위기를 정면돌파하는 저력을 보였던 보수의 유전자를 회복해서 그 이름으로 이겨야 한다”고 김 위원장의 기조와 분명하게 색채를 달리 했다.

비록 김 위원장은 원 지사의 이 같은 비판에 “그 사람이 얘기한 것에 대해 내가 굳이 신경 쓸 게 뭐가 있나”라며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내놨지만 10일 열린 김 위원장과 중진의원들 간 회동에선 박진 의원이 “보수란 말을 굳이 쓰지 않더라도 보수의 근본적 가치와 철학을 유지해가야 한다”고 발언한 데 이어 홍문표 의원도 “어떤 구상이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우린 지금 모르고 있다”며 김 위원장을 압박했고 조경태 의원 등 김 위원장과 각을 세우고 있는 일부 중진은 아예 불참해버렸다.

설상가상으로 김 위원장은 최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이경전 경희대 교수를 영입하려다가 지난 총선 기간에 이 교수가 차명진 전 의원의 ‘세월호 텐트 쓰리썸’ 발언을 두둔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잡음 있는 사람을 당 대표한다는 연구소에 모셔온다는 게 합당치 않은 것 같다”며 전격 취소했는데, 이 역시 인사검증 부실 지적과 정체성 논란까지 겹쳐 그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 장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당은 실험대상이 아니다. 취소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 김 위원장의 공식 해명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으며 차 전 의원은 “가짜보수도 국민의 적이다. 첫 번째 단계로 김종인을 고소한다”고 김 위원장 압박대열에 뛰어들었다.

이 같은 공세에 김 위원장은 11일 비대위 회의 직후 “그 사람을 잘 몰랐다. 검증할 시간도 없고 수사기관도 아니라 그 사람을 검증할 방법이 없어 언론에 그동안 행동이 보도됐으니 그걸로 평가해 결론 내린 것”이라고 해명한 데 이어 같은 날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서울 동북권 원외 당협위원장과의 오찬 회동에선 당 정체성 논란도 의식한 듯 “보수정당이 굳이 ‘보수, 보수’ 하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니냐. 보수란 말을 못 쓰게 하는데 본의가 있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확장성 없는 부분을 앞세우지 말고 실질적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역설했는데, 이 같은 항변에도 반대파의 기세는 여전해 대선보다 당내 장악이 그의 우선과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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